필자는 오늘의 위기를 외부요인으로만 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연결된 자본 및 금융 네트워크와 무분별한 자본개방의 연계성은 분명 외부위기 요인이다. 금융부문에 한정해서 보면 가장 잘못인 것은 지난 정권 추진한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이다. 이를 강력히 주장하고 추진해 온 인사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나라 금융산업정책을 주무르고 있다. 이 같은 위기에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한 미국식 금융 산업을 추종하고 있는 것이 두 번째 문제다. 세 번째로는 우리의 금융건전성 관리감독이다. 혹자는 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고 하지만 미국과 같은 나라도 잘못한 결과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 무엇이 금융선진화인지 잘 알지 못한 것이다.
2008년 6월 현재 은행들의 대외채무가 1273억 8천만 달러이고 그 가운데 밝혀진 단기채무만 해도 약 580억 달러다. 전체 규모로는 2005년 567억달러 대비 2.2배정도 증가했고, 단기채무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41%나 급증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특수상황에서는 위기증폭의 요인으로 작동한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서 한국 금융기관의 예대율이 136%나 된다는 점을 들어 한국 위기요인을 지적한 월스트리트나 한국 금융기관의 자금운영 패턴을 지적하고 위기를 경고한 파이낸셜타임 보도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따지듯이 대응했다.
그것이 전부인 것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므로 달러부족과 같은 상황 도래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호언했다. 당국자가 그랬는지, 아니면 언론이 그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반 국민들 눈에는 모두가 정부가 이야기한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2500억 달러 규모라는 외환보유고는 한국 경제 규모 등에 비춰보면 외환관리 차원에서 그 적정성을 논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적 상황, 그것도 한국과 매우 긴밀히 연계된 미국 금융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중소기업들에게 약 1조6천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안겨준 파생상품 ‘키코’도 그렇다. 소수를 제외하고는 금융기관들이 ‘꺽기형식’으로 가입하게 했다는 보도가 있다. 금융기관의 이러한 관행이 문제로 부각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키코’와 같은 파생상품은 소위 Option의 일종인데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려운 상품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같이 통화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상품판매가 허용되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수류탄을 안겨준 격이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금융 산업에 대한 선진화 방안들이 마련되고 진행되었다. 당시에도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의 문제가 집중 거론되었다. 11년 이후, 위기요인은 다르지만 또 다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역사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시민들은 그때도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하게 강구하라고 외쳤다. 감독기관은 금융기관 및 그 산업에만 관련하여 규제를 만들거나 해제하기 보다는 국가 전체를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기관의 행태에 따른 그 영향의 파급효과가 국민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사전점검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결국 이번 위기는 미국식자본시장을 추종하고자하는 정책과 함께 내부 관리감독이 허술하여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2009년 경제성장률전망치도 대부분 3.3%~3.8%로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미국, 중국, 일본 등이 현재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다면 2%대 성장도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우리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은 오래 전이지만, 이에 대비한 한국경제 체질 개선은 치열하지 못했다. 아니,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지도 못한 것이다.
위평량 경제학박사/희망제작소 연구위원
위평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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