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안보협의회의, 현실적인 해법은 없었다”

[공동성명]l승인2022.11.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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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안보협의회의, 군사동맹 강화에만 매달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은 없었다

확장억제 강화, 전쟁 억제하지 못하고 핵 전쟁 위험만 높일 것

윤석열 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는 이미 실패한 전략,

대화 재개와 적대 관계 해소 노력 없이는 위기 해결 불가능해

지난 11월 3일(현지 시각), 한미 국방부 장관은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이하 SCM)를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SCM은 연일 이어진 한국과 미국, 북한의 군사훈련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열렸다. 그러나 긴장을 완화하고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동성명은 확장억제 강화, 전략자산 적시 전개, 한미연합군사연습 및 훈련 확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등 공격적인 군사 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합의들로 가득 차 있다. 기존 남북·북미 합의 이행의 중요성은 삭제하고,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명시하여 출구 없는 위기를 더욱 격화하고 장기화할 가능성만 높이고 있다.

확장억제 강화는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핵 전쟁 위험을 높인다. 양국 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할 것이며, 내년까지 맞춤형억제전략을 개정하고, 미사일 대응 정책협의체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는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 연례 개최도 합의했다.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방안을 포함한 맞춤형억제전략을 발전시키고 전술핵무기 투하도 가능한 미군 전략 폭격기를 수시로 전개하는 것은 한반도 핵 군비 경쟁의 악순환을 심화하고 핵 전쟁 위험성을 높일 뿐이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 시 선제 타격, 지도부 참수 작전 등이 포함된 작전계획을 지속적으로 연습하자, 북한 역시 ‘자국에 대한 공격 임박 판단 시’ 혹은 ‘국가 지도부와 핵무력 지휘기구에 대한 공격 임박 판단 시’ 등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핵 교리를 발표한 바 있다. 군사력 강화가 전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시간이 갈수록 명백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북한이 각각 핵무기 사용과 선제공격을 포함한 군사 전략을 연습하고, 대화가 끊긴 채 상호 군사 위협을 높여가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은 지금 너무도 위험하다.

공격적인 군사연습을 조정하지 않고서는 격화되는 대결과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양국 장관은 ‘연합연습 및 훈련의 확대 필요성’에 동의하며 2023년에도 연합연습과 연계하여 대규모 연합야외기동훈련을 진행하겠다고 합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연합군사연습이 대규모로, 공세적으로 진행되자 북한의 대응도 점점 강경해져왔다. 내년에도 이 악순환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공격적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조정하지 않은 채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북한에 비해 군사비, 군사력, 경제력 등에서 이미 우위에 있는 한국과 미국이 선제적인 위협 감소 조치를 취해야 한다.

‘조건’에 얽매인 전작권은 도대체 언제 환수될지 알 수 없다. 양국 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올해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시행하여 모든 평가과제가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으나, 아직 FOC 검증 논의는 시작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작권 환수는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 자체가 모호하고 북한의 위협 수준이나 안보 환경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오히려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는 구실만 되고 있다. 또한 한미 연합사 작전계획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 과제나 충족해야 할 조건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내내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을 명분으로 군비 증강에 대거 투자해놓고도 임기 내 환수는 하지 못했다. 전작권 환수를 위한 계획을 전혀 밝히지도 않은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할 수 있을지 매우 불투명하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깊숙이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양국 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및 그 이원지역을 포함한 모든 해역에서 평화와 안정’,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등 역내 분쟁 위험이 높은 지역들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 및 번영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짚었다. SCM 공동성명에 남중국해라는 구체적인 지명을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하며, 동맹국과 공조를 강화하여 통합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통합 억제’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도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다방면으로 요구해왔다. 한미동맹의 군사 전략이 한반도를 넘어 미국의 이해에 따라 확대되고, 역내 분쟁에 주한미군이 동원되거나 혹은 한국이 개입하게 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독자적인 평화 전략 없이 미국 주도의 질서에 전적으로 편승하는 것은 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 냉전적인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한 진영 대결은 오히려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이루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역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국 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정보공유, 고위급 정책협의, 3자 훈련, 인적교류 등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과 대잠전훈련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일 간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정의 문제와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안보 법제를 제·개정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해온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과의 군사 협력 강화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용인하고 지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는 한미일 / 북중러의 냉전 구조와 진영 대결을 고착화하여 한반도 평화 구축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이 점점 심화되고 우발적인 무력 충돌의 위험도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위기를 해소할 독자적인 전략 없이 한미 군사동맹에만 매달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SCM 공동성명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한미 정부는 ‘외교와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대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전략으로 지금까지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막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화 재개와 적대 관계 해소 노력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 무력 과시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양국 장관은 내년 2023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동맹의 가치를 평가하고, 미래의 동맹 발전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2023년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70년 동안 휴전 상태로 끝내지 못한 전쟁은 한반도 핵 갈등과 군비 경쟁, 적대의 악순환을 낳았다. 지금처럼 팽팽한 긴장이 이어진다면 불안정한 정전체제조차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진정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인지 냉정하게 평가하고 전면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2022년 11월 7일)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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