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대군'과 '문하시중'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8.12.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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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통령의 형을 지칭하는 단어로 ‘대군’(大君)이 자주 쓰인다. 조선시대에 왕의 적자를 호칭하거나 그에게 내려진 벼슬 이름이었던 대군이라는 용어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의 친형을 부르는 말로 변했다.

거기에 고향 마을 명칭을 붙여 ‘봉하대군’이나 ‘영일대군’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봉하대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를 일컫고, 영일대군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의원을 지칭한다.

'만사형통'='모든 것은 형으로 통한다?'

대통령은 절대 권력자이다. 마땅히 대통령의 친형도 대통령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선지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잘 된다’라는 뜻을 가진 ‘만사형통’(萬事亨通)이라는 말이 다른 쓰임새를 갖게 됐다. ‘모든 일은 형으로 통한다’(萬事兄通)는 말로 전이됐다. 인사건 청탁이건 대통령의 친형을 통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풍자인 셈이다.

두 대군 중의 한 명인 봉하대군이 비리 혐의에 휘말렸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와 관련해 알선 수재혐의로 노건평 씨가 구속된 것이다. 노 씨는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 씨 형제와 공모해 세종캐피탈(세종증권 대주주) 홍기옥 사장을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에게 소개해주고,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자 홍 사장으로부터 사례비로 정 씨 형제와 함께 30억원을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노건평 씨는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으니 앞으로의 재판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영일대군 외에도 ‘문하시중’이라는 막강한 정신적 멘토를 두고 있다. 세간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문하시중이라고 일컫는다. 문하시중은 고려시대의 관직으로 현재의 수상에 해당한다. 특히 영일대군과 문하시중은 50년 친구로 이 대통령과 가족처럼 지낸다고 한다. 두 사람이 여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일대군은 한나라당에서 해결사로 활약하고 있다. 영일대군의 말 한마디는 당직자들에게 ‘지침’으로 전해지고, 당의 공식 의견으로 반영된다. 한 의원은 “(이상득 의원이) 고위당직자들에게 ‘개각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거나 ‘강만수 장관을 흔들지 말라’는 발언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당 공식회의에서 같은 내용의 발언이 나온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힘'

영일대군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발하는 한나라당 지방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래서 “‘상왕(上王) 정치’를 하려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영일대군의 막강한 권력은 고향인 포항에 ‘혈세 퍼붓기’로 가시화했다. 정부가 신규사업으로 추진할 전국 주요도로 건설사업의 40%가 포항지역과 연관된 사업이다. 내년부터 영일만항을 건설하고 영일만을 가로지르는 사장대교도 건설할 계획이다. 포항시의 내년도 예산은 9천억원을 넘는 데다 국비도 2배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포항이 새로운 SOC 사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영일대군의 보이지 않는 힘이 얼마나 큰 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하시중 최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장악 의중을 집행하는 대리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KBS 문제와 관련하여 ‘7인 비밀회동’을 주도했고, 신문과 방송의 겸영 확대 등을 위한 방송법 개정에 앞장서고 있다.

문하시중은 ‘이명박 정부의 비공식 권력 실세’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의 인사전횡 문제가 불거진 지난 6월에는 영일대군과 함께 삼청동 안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 인사개편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요구는 곧 현실화했다.

봉하대군의 처참한 몰락을 보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다시 깨닫는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인 영일대군과 문하시중이 지금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이 대통령 퇴임 후 봉하대군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봉하대군'의 몰락, 권력의 무상함

봉하대군은 실제로 정치 일선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리에 휘말렸다. 그런데 영일대군과 문하시중은 정치의 최일선에서 최고의 권력가로 행세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국민은 권력을 휘두르며 사익 챙기기에 몰두하는 권력가들에 대해서는 신랄한 풍자를 준비하고 있다. 하회별신굿 탈놀이에서 허풍쟁이 양반탈과 선비탈을 꼬집는 초랭이와 할미, 부네탈의 말을 귀담아 들어보자.

“나는 사대부 자손일세.” “뭐라고, 사대부? 그럼 나는 ‘팔대부’ 자손일세.”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을 지냈거든.” “아, 문하시중? 우리 조상은 ‘문상시대’인 걸.”

“나는 사서삼경을 다 읽었다네.” “사서삼경?어흠, 나는 ‘팔서육경’을 벌써 다 읽었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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