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차별을 거둬라"

다문화(多文化, multiculture)라는 말이 유행이다. 다문화는 과거 개발연대의 근대화ㆍ공업화ㆍ정보화ㆍ세계화에 뒤이어, 한국사회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다. "-화"(-化, -zation)라는 단어는 원래 사회구조의 변동을 서술하는 개념이지만, 1960대 이후 한국에 등장한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는 사회발전 전략 개념으로 그것을 채택해 왔다.

다문화는 한글과 한자로는 "-화"의 족보에 등록되었지만, 영어로는 "-zation" 계열이 아니다. 그것은 단일문화ㆍ동질문화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복합문화ㆍ이질문화가 공존하는 상태를 묘사하는 개념이다. 구태여 과거 개념들의 연속선상에 그것을 자리매기고자 할 경우 "다문화화"(multiculturalization)라고 표현해야 한다. 다문화든 다문화화든, 한국정부는 1990년대 세계화 발전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다문화사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인, 다문화에 대해 매우 적극적

발전국가의 개발만능주의 내지 경제발전지상주의 사고방식은 공무원뿐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마저 지배한다. 다문화사회 담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국민들은 외국인 또는 이민자의 수용을 선진화의 동의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가 공업화ㆍ정보화ㆍ세계화의 후속 단계인 선진화를 추구하는 데 이견이 별로 없는 한국인들은 다문화에 대해서도 매우 적극적이다.

'국제 사회조사 프로그램'(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 ISSP)에서 2003년 국민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주제로 19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했을 때, 한국인들은 매우 개방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들은 국민경제에 일반적으로 보탬이 된다"는 견해에 동의하는 비율에서 한국은 캐나다ㆍ뉴질랜드에 이어 3위였고, "이민자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뺐고 있다"는 견해에 반대하는 비율에서 한국은 스웨덴ㆍ스위스ㆍ덴마크ㆍ노르웨이ㆍ프랑스 다음인 6위였다.

"이민자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견해에 반대하는 비율에서 한국은 캐나다ㆍ미국ㆍ뉴질랜드에 뒤이어 4위였고, "귀하의 나라에서는 이민자 수를 어느 정도 늘리거나, 그대로 유지하거나, 아니면 얼마나 줄여야 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 한국은 이민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많은 나라로 나타났다. 그 순위는 캐나다ㆍ핀란드 다음인 3위였다.

경제발전 도움되는 인재 흡수기회 중시

유사한 결과는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07년 전 세계 46개 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민자에 대한 태도 조사에서도 발견된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입국 통제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나라로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개방적 태도를 가진 나라였다. 대부분의 나라는 외국인 입국규제 강화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다. 한국인은 외국인ㆍ이민자와 같은 땅에서 생활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민자 수용에서 오는 고충과 불편함보다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흡수하는 기회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 국민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도 외국인ㆍ이민자에게 매우 우호적이다. 국제적 기업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가 2005년 세계 131개 초국적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23국 정부의 외국인 출ㆍ입국과 취업허가 체계에 대한 평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외국인에 우호적 정책을 펴는 나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각국 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해 불만이라고 밝힌 비율을 측정한 결과, 대만은 1%에 불과하였고, 한국은 홍콩ㆍ캐나다와 동률인 2%였다.

외국인 이민자 차별정책이 자긍심에 상처

그런데 경제발전지상주의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도 있다. 한국인들은 국내 거주 외국인을 출신국의 경제발전수준에 따라 달리 대우한다. 그것은 개인들의 일상적 태도뿐 아니라 정부정책으로 제도화되어 있다.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조차도 그들의 거주국이 선진국인 사람이 저개발국인 사람보다 우대 받는다. 중국동포 등 저개발국 출신 '방문취업 사증 소지자'의 대우는 그 전에 비해서는 개선되었지만, 영주자와 동등하게 취급 받는 '재외동포 사증 소지자'와 비교할 경우, 여전히 차별 시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외국인 우수인재에 대해 특혜를 베푸는 이민정책은 '국익 추구의 원칙'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지만, 출신국의 경제발전수준에 따라 외국인ㆍ이민자를 차별하는 정책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러한 차별 대우는 세계최고의 개방성을 가진 한국인의 자긍심을 해치는 것이므로 시급히 시정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