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사냥 식 고위직 물갈이, 정당성을 찾아라?

국정 훼방한 고위직 가려낸다.” 12월 17일 자 중앙일보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교육과학부의 1급 공무원 물갈이를 시작으로 정부 전 부처로 고위 공무원의 물갈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천하는 정부는 취임 초부터 과거 참여정부 때 임명받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단체장을 몰아내고 자기 사람 심기에 온 힘을 쏟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앞장서 전 정권인 참여정부 때 임명, 또는 선출, 취임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88개 유관 공공기관단체장의 물갈이에 나섰다.

이후 타 부처로 확산하여 절대다수의 정부 산하 공공기관단체장이 물갈이되었다. 이 과정에서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단체장의 반발이 일자 비위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등 공공연히 협박성 발언까지 동원하였다.

물갈이 명분은 전 정권에서 정치적으로 임명한 사람, 논공행상식 인사, 코드인사 등 기관단체의 성격이나 운영과 안 맞는 사람을 골라 새사람으로 바꿈으로써 정상적인, 비정치적인 공공기관단체로 운영,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명분은 그럴싸하나! 사실은 참여정부의 코드인사를 비난하고 비웃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정권을 잡자 공공기관단체에 자기 사람, 자기 코드를 적용하고자 한 일이다.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 자신들이 앞장서 만든 법 가운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있다. 법 규정을 보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과 자율경영, 책임경영확립, 경영합리화, 운영의 투명성 제고,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 증진에 기여” 등을 담고 있다. 법 규정 속에 “공공기관의 장과 임원의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는 내용 등에 관한 사항”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천하는 정부가 실천한 공공기관 단체장의 강제적 물갈이는 자신들이 앞장서 만든 관련 법 규정을 자신들이 무시한 폭력적 정치행위였다.

실천하는 정부는 국가와 사회의 모든 질서를 자신의 코드에 맞추려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황당한 교과서 이념논쟁으로 말미암은 책임을 고위공무원들의 “국정훼방”으로 몰아 물러나게 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청와대와는 사전 사후 교감이 전혀 없는 정부 각 부처의 일로써 자기들 스스로 알아서 처신한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국민, 수많은 관전자의 눈에서 청와대의 그림자를 지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권이 정부 각 부처를 장악하고 통치이념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일은 당연한 정치행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법 규정과 사회통념을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민주적 선거를 통하여 등장한 정권이 법 규정을 무시하고 민주질서를 파괴하는 일에 몰두한다면 자신의 존재 이유를 거부하는 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천하는 정부는 취임 초부터의 국정운영과정의 난맥상과 문제점을 과거 정부와 그 정부에서 임명받거나 승진한 공공기관단체장과 임원, 정부 각 부처의 공무원 탓으로 돌리려 노력해왔다.

그 노력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어 국민의 눈을 과거로 돌리는 데 성공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문제는 그런 방식의 국정운영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성공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데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국정운영에 각 정치주체와 국민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하는데 실천하는 정부는 정 반대로 실천하려 노력하니 보기에 안타깝고 국가 사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늘어간다.

실천하는 정부는 공공기관단체장 물갈이 성공을 바탕으로 정부 고위 공무원 물갈이 성공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과정도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공이 실천하는 정부의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실천하는 정부 최대의 문제점은 바로 실천하는 정부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남에게서 찾으려는, 남에게 전가하려는 마녀 사냥 식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는 역사적 경험이기도 하고 현재의 상황이기도 하다.

한용현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