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핑계로 임대인 보증금반환대출 확대해선 안돼

참여연대l승인2023.06.1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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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매도로 보증금상환 가능하므로 대출완화 방안 부적절해

갭투기, 보증금 사고 막으려면 차주별 DSR 규제 철저히 준수해야

최근 한국은행 경제전망 보고서(’23년 5월)에서 역전세 위험가구가 ‘22년 1월 25.9%(51.7만호)에서 ‘23년 4월 52.4%(102.6만호)로 크게 높아진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러자 어제(6/8)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훈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서는 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관련 부처와 적극 검토 후 7월 중 시행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주택 임대인이 새 임차인의 보증금을 받아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다 반환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임대인은 자신의 여유자산(예금 등 금융자산 등)을 활용해 나머지 자금을 마련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그 임차 주택을 매각해서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순리이다. 만약 임대인이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하더라도 임대인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게 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주택임대인의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완화를 통해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에 분명하게 반대한다. 오히려 정부는 주택 임대인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이 늘어나지 않게 차주별 DSR 규제를 더욱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2022년부터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본격 하락하면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문제는 사회적 재난 수준의 심각한 피해를 낳았고, 깡통전세와 역전세 세입자들의 보증금 미반환 피해는 올 하반기 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내놓으려는 대책은 주택 임대인들에게 대출 규제를 완화해서 임대인 대출을 통해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돌려주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가지 중대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첫째, 이 방식은 빚 돌려막기에 불과하다. 주택 가격 하락, 전세가격 하락에 따라 임차인 전세 대출은 자연히 줄게 되어 있다. 정부가 가만 있으면 보증금 반환 능력이 부족한 주택임대인들은 그 주택을 팔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부가 DSR 완화를 통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대출을 늘려주면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주택임대인들이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버티게 되므로 새로운 임차인들의 보증금 반환은 더 어려워지고 주택 임대차 부문의 자산 건전성 악화는 계속될 수 있다.

둘째, 주택가격 하락기에 임대인들이 임차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내주게 되면 새로 들어오는 주택 임차인은 저당대출채권자인 금융기관보다 후순위가 된다. 따라서 새임차인은 2년 뒤 보증금 손실을 입을 우려가 더 커져 소위 “깡통전세”로 인한 전세 위기는 악화될 수 있다. 인천 미추홀구의 후순위 임차인들이 올해 4명이나 사망하고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정부가 알면서 이런 정책을 선택한다는게 정상인가?

셋째, 새 임차인이 후순위가 되면, 임대차보증금 반환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건전성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여력이 줄어들 수 있고 이번 전세 위기로 인한 정부 부문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을 완화해서 임대인들의 보증금 반환 용도 대출을 더 늘려주는 방향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정부의 이런 태도를 보면, 역전세를 핑계로 DSR 규제를 허물고 다주택자들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새정부 가계대출 관리방향 및 단계적 규제 정상화방안」에서 부동산 대출규제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며, 향후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을 시사한 바도 있다.

이와 같은 가계 대출 확대 정책은 정부의 가계대출 확대 억제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케 할 위험이 크다. 임대인이 주택 매매를 통해 보증금 상환이 가능하다면, 굳이 정부가 나서서 대출 규제 완화를 서두르는 연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에게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과 임대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는 부채를 동원한 투기수요와 집값상승 뿐만 아니라 주택임대차 부문의 자산 건전성 악화와 임대차보증금 반환 위기를 지속시킬 우려가 크다.

과거 이명박 정부부터 지금까지 ‘빚내서 집사라’, ‘빚내서 세살라’는 정책은 투기 수요를 부추기고 주택가격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이와 반대로 정부는 주택임대인을 포함해 차주별 DSR 규제를 강화하고, 장기공공임대주택 확충, 주거비의 상승 억제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차 3법을 강화해 무주택 서민의 주거불안을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2023년 6월 9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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