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문제, ‘민주적 논의의 장과 절차’부터 마련하자

비프 혁신을 위한 부산영화인 모임l승인2023.06.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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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영화의 도시’ 부산은 영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지역 언론에서는 연일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비프) 문제를 대서특필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과 점증하는 갈등들을 부풀리고 재생산하기에 바쁘다. 한 달여 넘게 이어진 영화제 논란은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공동집행위원장 선임으로 시작하여 기존 집행위원장의 돌발적인 사퇴로 폭발된 사태가 그 해결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오히려 악화하는 느낌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심정은 심히 착잡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4년 넘게 이어진 ‘비프 블랙리스트 사태’의 상처와 내홍이 아물기도 전에 터졌다는 점에서 너무나 뼈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오랜 기간 쌓이고 쌓여온 근본적인 문제들이 고개를 내민 구조적, 필연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고, 최대 영화제’라는 영광, 거대한 문화 권력, 120억 이상이 소요되는 화려한 이벤트라는 현상 이면에 비프는 너무 비프 내부의 오래된 관행과 전횡, 비대한 조직에 비해 허술하고 비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영화제의 핵심 가치이자 경쟁력인 아시아영화 이니셔티브의 약화, 영화제 내부 인력의 부패와 동시에 착취 구조, 영화제와 지역 사회 간의 해묵은 갈등 등과 같은 많은 구조적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비프는 2018년 ‘BIFF 비전 2040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스스로를 진단하면서 체질 개선과 혁신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이번 논란의 출발점이 된, ‘집행위원장과 운영위원장으로 구성된 공동위원장 제도’ 도입 방안을 최초로 제기한 것이 바로 이 보고서였다. 2022년도에는 “지역과 더 밀착하고 미래지향적인 아시아영화의 홈타운이 되겠다”는 내용의 ‘비프 중장기 전략’을 부산시와 함께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들을 볼 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비프의 이런 노력의 현실화 시도가 지체된 결과이거나, 시도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제대로 성과가 나기 전에 오랜 기간 누적된 모순과 갈등이 내외적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한 번의 잘못된 인사’나 그 인사 결정과 관련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그런데 ‘특정 인물에 대한 일부 영화계 집단의 정서적인 비토’ 그리고 ‘부산 언론계의 선정적이면서도 불균형한 보도 행태’ 등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초점을 다른 곳에 맞춤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미 2014년에 시작된 ‘블랙리스트 사태’ 때 부당한 권력에 의한 탄압으로 많은 고난과 상처를 경험했다. 하지만 그때는 전선도 명확했고, 하나의 대상을 향해 영화계와 시민들이 비프를 지키기 위해 단일 대오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양상은 판이하다. 비프 내부는 내부대로, 바깥은 바깥대로 각각 다른 목소리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진정으로 비프의 혁신을 고민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인지를 판가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감정적 반응과 편 가르기만을 부추기는 헛된 논쟁으로 소모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영화계 인사가 말했듯이 비프를 “시민과 관객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그리고 ‘비프의 혁신과 장기지속적 발전’을 위한다면 비난과 반목을 넘어서서, 집단적 이기주의나 편협한 시각을 내려놓고, 지혜를 모으고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비프 그리고 비프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영화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

첫째, 우리는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토론의 장을 마련 하고자 한다.

둘째, 이 토론의 장에서 현재 비프 사태의 원인 진단 및 극복 방안을 논의하자.

셋째, 비프는 이 토론의 장에서 도출된 방안을 실현해나갈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라.

넷째, 비프는 혁신위원회가 제안하는 방향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행하라.

(2023년 6월 19일)

비프 혁신을 위한 부산영화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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