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정말 원재료 상승때문에 '소비자가' 올렸나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들. ⓒ 연합뉴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할 때는 빠르게 가격을 올리면서 원재료 가격이 떨어져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기업들의 행태에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아래 소비자단체협)는 "기업들의 원가 변동률, 영업이익률 등을 살펴봤을 때 원재료 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단행한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었는지 아니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가격 인상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소비자단체협은 "2021년 이후 코로나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국제 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폭등했던 밀 가격이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협이 국제 밀 가격 변동(2023년 1분기에 소맥 1kg당 551원으로 전분기 631원 대비 12.7% 하락)에 따른 라면 가격 인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밀을 주 원재료로 하는 기업들은 작년 국제 곡물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농심 신라면(5개입 기준)가격은 2021년 3,603원, 2022년 3,943원, 2023년(1~5월) 4,272원으로 올랐다. 삼양라면도 2021년 3,344원, 2022년 3,627원, 2023년 3,986원으로 전년 대비 1.5%, 8.5%, 9.9% 각각 상승했다.

오뚜기 진라면은 2021년 2,924원, 2022년 3,217원, 2023년 3,547원으로 전년 대비 4.2%, 10.0%, 10.3%씩 각각 상승했다. 마치 라면회사들끼리 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소비자단체협은 "아직까지 평년 가격으로 돌아간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 밀 원재료 가격이 하락세다. 가격 인상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한 기업들이 원재료가의 변동 중 인하된 부분에 대해서도 소비자가에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고물가 상황에서 원부자재가 인상을 이유로 거침없이 가격을 올렸던 기업들에게 요청한다. 원재료가 하락의 요인도 거침없이 빠르게 소비자가에 적용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 우리나라 시장 경제가 다시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동참해 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의 영업 성과를 보면, 농심 매출액은 2021년 2조 6,629억원에서 2022년 3조 1,290억원으로 4,661억원 올랐고 영업 이익은 1,061억원에서 1,121억원으로 60억원이 올랐다.

삼양의 매출액은 2021년 6,420억원에서 2022년 9,090억원으로 2,670억원 올랐고 영업 이익은 653억원에서 903억원으로 250억원이 올랐다. 농심과 오뚜기도 2023년 1분기 매출과 영업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크게 올랐다고 소비자단체협은 설명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던 기업들의 설명은 사실일까.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왜 기업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는걸까. 소비자들의 이 당연한 질문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답할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