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일본대사관 앞에서 학부모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밥상 모형’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 박은

해양투기반대 서울 학부모 1천명, 일본대사관 앞에서 퍼포먼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포기하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서울학부모 1,000인 선언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오염수로 범벅이 된 미역국, 회, 생선, 어묵찌게 등이 담긴 ‘방사능에 오염된 밥상 모형’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며 “우리 자녀들에게 이런 오염수가 범벅이 될 밥상을 차려줄 수 없다”며 단호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학부모 선언은 당초 1,000명이 목표였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은 1,200명의 학부모들이 동참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12일 서명을 시작했으니 열흘만에 1,200명을 돌파한 것.

선언식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시민 사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이들이 정부의 발표를 이해하지 못할 만큼 무식해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부가 시민들이 오염수 방류에 따른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 오염수 방사성 측정이 하부에 가라앉았던 슬러지 영향까지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 ▲ 도쿄 전력이 오염수가 방사성 물질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사실을 은폐한 점 ▲ 후쿠시마 사태에 대한 주요한 자료들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지 않은 점 ▲ 삼중수소나 방사성 물질이 해양 생물체에 축적되고 이를 섭취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 고려되지 않은 점 ▲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비용문제만을 고려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점들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서울학부모 1,000인 선언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 박은경

일본은 바로 다음달인 7월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일본 정부가 방출하려는 오염수는 2013년부터 보관된 방사능 오염수로 ‘다핵종 제거 설비(ALPS)’를 통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낮아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완벽하게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이견도 많은 상태다.

일본 정부는 방류 전에 한 번 더 오염수를 정화 처리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미처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기준치 이하로 내보내고 삼중수소는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안전하다면 왜 굳이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릎쓰고 바다에 꼭 이를 버리겠다는 것인지 학부모들은 따져 물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학부모 여미애씨는 “오염수 방류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초래한 재앙의 시작에 불과하다. 오염수는 앞으로 30년동안 방류되면 처리된다고 해도, 방사능 폐기물은 30년 뒤에도 남아 있을 것”이라며 원자력 발전이 정말로 안전한지, 원자력 발전에 대해 줄곧 제기되었던 안전성 문제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씨는 또 “그 어떤 종류의 발전도 이렇게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 적이 없었다. 또 시민들이 그 허울뿐인 안전성을 이렇게 오래도록 공부해야 했던 적이 없었다”라며 “오염수 방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탈핵을 전제로 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고 주장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학부모 김기정씨는 “다들 아시겠지만 저장된 오염수의 양은 대략 130만톤에서 150만톤이라는데 더이상 저장할 곳이 없어 바다에 이 오염수를 무려 30여년에 걸리는 시간동안 방류하려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혹은 처리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왜 일본에 그대로 두지 않고 바다에 방류하려는 것이냐”며 강한 어조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김씨는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입장에 나서야 할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힘은 일본의 앞잡이인가. 무슨 근거로 오염수가 안전하다며 해양 투기에 찬성하는 것이냐”며 "국민의 우려를 괴담과 선동으로 치부하는 것이 정부나 여당이 할 일이냐"고 비판했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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