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만 보면 울화통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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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효선 |
| 김분자씨는 요즘 텔레비만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 국회 모습 때문이다. “국회에 있는 그 사람들 새벽에 배 타고 바다로 나가 고기잡이 한번씩 해보던지 아니면은 총 들고 최전방에 가서 보초도 한번씩 서 보던지...” 김분자씨는 서민들 잘살게 해주겠다고 방송에서 맨날 애기하지만 자신은 안믿는다고 했다. |
“살다 살다 이런 날은 첨이니더. 이 겨울을 우예 넘겨야할지 도무지 엄두가 안나니더”
강원도 삼척시의 남단 끄트머리에 자리한 원덕읍 호산장터 안 1평짜리 포장마차. 김분자(46,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씨의 일터이다.
김분자씨의 일거리는 닷새마다 한번씩 바뀐다. 호산장이 서는 5일과 10일에는 호산장터 한복판에 자리잡은 ‘1평 남짓한 포장마차’이다. 장이 안서는 평일에는 장터 입구에 자리잡은 택시 승강장 앞 광장이 김분자씨의 일터이다. 4년 전부터 김씨는 이곳을 번갈아 드나들며 하루도 빠짐없이 ‘잉어빵과 떡볶기, 오뎅’을 팔았다.
김분자씨가 4년 전 거리로 나선 것은 오로지 네 식구의 호구지책을 위해서이다. 4년 전 김씨는 축협 정육부에 근무하는 계약직 직원이었다. 축협에서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김씨는 빠른우편 1통을 받았다. 계약만료통지서이다.
“퇴근할 때까지 어느 누구도 계약이 만료됐다고 말하지 않더라구요. 하루아침에 짤렸지요. 참 매정하더라구요. 그날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김씨는 이 때 비로소 비정규직의 설움을 톡톡히 맛보았다고 했다. TV나 신문에서 매일 보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라는 게 당시에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제 그들의 심정을 제대로 알겠다고도 했다.
“2년 간 열심히 일했어요.1달에 80만원 받고. 그 때 맏아들이 고3학년 수험생이었는데...참말로 막막하더라구요.”
김씨는 계약만료통지서를 받고 항의 한번, 사정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차피 축협 매장에는 종업원이 필요한데도 사정 한 번 안했어요. 축협의 눈치가 이미 다른 사람을 선택한 것 같더라구요.”
마침 김씨는 축협에서 짤린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남편이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평생 노동력을 잃어버리는 슬픔을 당한다. 엎친데 겹친 격이었다.
김씨는 마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어떻게 하든 맏아들을 대학에 보내야겠다던 평소의 다짐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김씨가 처음 시작한 일은 ‘오뎅.떡볶기 포장마차’였다. 읍 소재지 도로 변 택시승강장 곁에 1평 남짓한 포장을 둘렀다. 난생 처음 하는 일이라 처음에는 이웃보기도 쑥스러웠으나, 그런 것에 연연해야할 입장이 아니었다.
축협 계약직에서 쫒겨나 잉어빵 장사 시작
1년전 하루 10만원 벌어...이제는 장날에도 만원 벌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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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효선 |
“잉어빵 팔아 아들 대학 공부시켰지요. 아들이 지 엄마 힘들어준다꼬 학군단에 들어가더니 올 봄에 임관식했니더. 부모 잘못만나 한참 공부할 나이에 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참 아까운 아들이시더”
김씨는 요즘 고민이 부쩍 늘었다. 잉어빵과 떡뽁기로 아들 대학 공부시킨 억척이었지만 요즘은 도무지 앞이 캄캄하다. 하루에 1만원 벌기도 힘이 든다고 했다.지난 9월부터 더 심해졌다고 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10만원 벌이는 됐니더. 재료비 빼고 나면 맏아들한테 생활비도 보내고 늦게 본 중학교 다니는 막내 학원비도 얼추 맞췄는데.... 이 일도 재료값 무시못하니더. 서너달 전까지만 해도 오뎅 4개에 천원, 잉어빵 5개 천원에 팔았는데... 오뎅은 천원에 두 개, 잉어빵은 세 개 천원으로 올렸니더.
최근에 읍내에 훼미리마튼가 뭔가 대형마트가 들어서서 이제는 아이들도 떡뽁기 잘 안사먹니더. 마트에서 파는 삼각김밥이 아이들한테 최고로 인기가 있니더”
도시와 농촌 가릴 것 없이 우후죽순처럼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대형마트가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포장마차의 뿌리마져 흔들고 있는 셈이다.
호산장이 서는 날에는 평일보다 갑절 이상 수입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서너달 전부터는 하루에 5천원 벌이가 안된다며 주머니에서 1천원권 지전 몇 장을 꺼집어 내 보인다. 4천원쯤 돼 보인다.
“텔레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맨날 서민들 잘살게 해준다고 방송하디더마는 내사 이말 안믿니더. 문닫는 자영업자들 지원해준다 하는데, 이것도 우리한테는 그림에 떡이시더. 지원받는 것도 번듯한 가게를 열어 장사하던 사람들한테만 해당되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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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효선 |
| 마침 매서운 골바람이 장터거리를 한바탕 휩쓸었다. 김분자씨가 잉어빵을 굽다말고 잽싸게 포장 기둥을 붙잡는다. 그나마 바람 때문에 일찍 전을 걷어야겠다는 말 끝에 제 엄마 손을 잡은 어린아이 둘이 포장 속으로 들어선다. 무엇보다 반가운 손님이다. 김분자씨는 재빨리 익은 잉어빵을 꺼집어내며 빈 잉어빵구이틀에 밀가루반죽과 팥고물을 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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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효선 |
| “남들은 살다보면 좋은 날도 온다는데... 남들이 뭐라해도 이게 우리 집 희망이시더. 어떻하든 새끼들하고 살아야 안되겠니껴” 김분자씨가 익숙한 솜씨로 노란 알미늄 주전자를 들어 ‘잘 버무려진’ 한 줌 희망을 잉어빵틀에 붓는다. |
김분자씨는 요즘 텔레비만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 국회 모습 때문이다.
“국회에 있는 그 사람들 새벽에 배 타고 바다로 나가 고기잡이 한번씩 해보던지 아니면은 총 들고 최전방에 가서 보초도 한번씩 서 보던지...”
마침 매서운 골바람이 장터거리를 한바탕 휩쓸었다. 김분자씨가 잉어빵을 굽다말고 잽싸게 포장 기둥을 붙잡는다. 그나마 바람 때문에 일찍 전을 걷어야겠다는 말 끝에 제 엄마 손을 잡은 어린아이 둘이 포장 속으로 들어선다. 무엇보다 반가운 손님이다. 김분자씨는 재빨리 익은 잉어빵을 꺼집어내며 빈 잉어빵구이틀에 밀가루반죽과 팥고물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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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효선 |
| 장터를 빠져 나오는 거리에는 ‘삼척 종합발전단지 유치 확정’이라는 대형 펼침막이 빼곡 걸려있다. 올 초 삼척시 원덕읍이 LNG 기지 건설지로 선정되면서 인구 5천명의 원덕읍내는 ‘김분자씨의 잉어빵’처럼 잔뜩 부풀어 있다. 그렇다고 빼곡하게 내걸린 ‘희망’이 하루종일 매서운 바람 끝에 내몰린 이들의 가슴을 고루 덥혀 줄지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일 일터이다. |
“남들은 살다보면 좋은 날도 온다는데... 남들이 뭐라해도 이게 우리 집 희망이시더. 어떻하든 새끼들하고 살아야 안되겠니껴”
김분자씨가 익숙한 솜씨로 노란 알미늄 주전자를 들어 ‘잘 버무려진 한 줌 희망'을 잉어빵틀에 붓는다.
장터를 빠져 나오는 거리에는 ‘삼척 종합발전단지 유치 확정’이라는 대형 펼침막이 빼곡 걸려있다.
올 초 삼척시 원덕읍이 LNG 기지 건설지로 선정되면서 인구 5천명의 원덕읍내는 ‘김분자씨의 잉어빵’처럼 잔뜩 부풀어 있다. 그렇다고 빼곡하게 내걸린 ‘희망’이 하루종일 매서운 바람 끝에 내몰린 이들의 가슴을 고루 덥혀 줄지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일 일터이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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