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나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남에게는 고통과 비극이 누군가에게는 돈을 벌 좋은 기회로 활용되는 셈인데 대부분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예가 우리나라에도 생겼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틈을 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암보험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 최근 한 보험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후 암 발병률이 상승될 우려가 있다”며 전화로 암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가 발생해 금웅당국이 제재에 나섰다. ⓒ MBN뉴스에서 발췌

최근 한 보험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후 암 발병률이 상승될 우려가 있다"며 전화(TM) 등의 방법으로 암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국내에도 방사선 물질이 전파되면 향후 암 발병률이 빠르게 올라가게 되므로 암보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해당 보험사는 신한라이프와 판매제휴를 맺은 대리점인데, 이 대리점은 지난 2013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도 이런 마케팅 기법을 써 보험을 권유한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일본 원전 폭발로 피해갈 수 없는 방사선 물질이 유출돼 5년안에 암도 감기처럼 될 것이라며 '암쓰나미' '암대란'이 온다는 문구까지 쓴 이 보험 대리점은, 10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자 비슷한 형태의 공포 마케팅을 사용한 것.

한 인터넷매체는 마침 이 보험 권유 전화를 받은 사람이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사람이라고 보도했는데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전화를 받은 대통령실 직원이 금융당국에 긴급 조치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때미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에 즉각 조치를 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비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보험 상술에 대해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 금융위원회

해당 보험회사에 보험 모집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불건전 영업행위를 즉시 중단토록 하고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엄중 촉구했는데, 회사측은 '특정 설계사의 개인적 화법으로 그렇게 한 것 같다'며 회사측의 방침은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와 같은 소비자의 불안감 조성 등을 통한 보험업계의 영업행위가 없는지 면밀히 모니터링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비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보험 상술에 대해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한 보험종합대리점에서 보험 설계를 담당하는 정 모씨(53)는 "나도 보험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저런 마케팅은 허위 과장이다. 솔직히 돈만 되면 다 갖다 붙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누가 요새 저렇게 보험을 팔며 누가 또 저런 전화를 받고 암보험에 가입하겠느냐"며 상도의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분명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중에 하나고 또 국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켠에서 이를 이용해 공포감을 조성하며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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