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의 검증부터 받아라

부산시 스쿨존 전수조사 결과 비공개로 감출 것이 아니라,

부산시민의 검증부터 받아라!

지난 4월 28일 영도구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사고로 초등학생이 한 명이 목숨을 잃고 몇 명은 부상까지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5월 1일 해운대 스쿨존에서 70대 보행자가 사망하였고 6월 21일 북구 백산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서 해당 학교 교사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였다.

영도구 스쿨존 사고 이후 부산시는 약 2주에 걸쳐 부산지역 853곳을 전수조사하였고 5월 22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은 공동으로 ‘어린이 통학로 종합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853곳 전수조사 결과 스쿨존 안전을 위해 4년간 총 1,200억원으로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12개 기준으로 고위험통학로를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부산시는 안전대책 발표 이후 853곳의 전수조사 결과를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산시가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하면 고위험군에 속한 지역의 학부모와 속하지 않은 학부모 양측 모두에게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꺼린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였다.

부산참여연대는 영도구 스쿨존 사고 기자회견과 북구 스쿨존 사고 성명을 통해 부실한 전수조사를 지적하였던 바가 있다. 북구 백산초등학교 스쿨존 사고 이후 부산참여연대는 부산시를 상대로 지난 5월에 실시한 스쿨존 전수조사 결과와 고위험통학로 전수 결과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런데 부산시는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 의거 비공개한다고 하였다.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내부검토가 진행 중이며 만약 전수조사 결과가 공개되면 예산 편성, 공사 설계·발주 등 정책 결정의 후속 단계에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분쟁에 휘말리는 상황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비공개하였다.

스쿨존 전수조사를 비공개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전수조사가 기준과 근거에 맞게 제대로 조사되고 공정하게 진행했다면 비공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민원 발생을 우려해서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은 조사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학부모 등의 민원을 부당한 압력과 분쟁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고 의견의 수렴을 배제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내 아이가 다치고 죽어 나가는 학교 앞 통학로와 관련된 내용을 왜 부모가 모른 채 조사되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가. 스쿨존 전수조사는 학부모와 시민의 당연한 알권리이자 공무원은 학부모와 시민에게 알려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안이다.

공무원 중심의 스쿨존 조사와 대책으로는 사고를 막지 못한다는 것이 여러 사고로 입증되었다. 따라서 스쿨존 전수조사에 주변 학교의 선생님,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제대로 된 스쿨존 안전대책이 나오기 위해서라도 스쿨존 전수조사를 공개해야 한다.

7월 4일 부산경찰청은 백산초 앞 스쿨존 사고 현장에 안전시설을 추가 설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이 지속해 요구했던 ‘점멸신호 대신 일반신호를 운영하고 보행자 신호등을 작동하는 방안’은 결국 무산되었다. 지난 6월 27일 진행된 합동점검에서 ‘일대의 교통량과 좁은 도로 폭을 고려했을 때 일반신호 체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 ‘황색 점멸등’에서 ‘적색 점멸등’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시민이 이 조치가 중상의 사고가 난 지역에 대한 대책이고 이 대책으로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하겠는가. 부산경찰청은 스쿨존에서 얼마나 더 죽고 다쳐야 교통량 운운하지 않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안전한 스쿨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인가.

부산시도 스쿨존에서 아이들이 죽어 가고 선생님이 다치는 사고가 계속해 발생하는데도 스쿨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수립하지 않은 채 지역과 장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어린이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집착하고 고집할 것인가. 안전하지 않은 통학로 때문에 학교에 가다 죽는 어린이가 있는 도시가 어린이를 위한 도시, 어린이 친화 도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5월 22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안전한 인프라 구축과 통학로 확보, 위험로 집중관리, 협업체계 및 제도개선 등 4개 분야에 모든 시정 역량을 집중해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이 더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다짐이 구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쿨존 전수조사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산시민으로부터 검증받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부산참여연대는 스쿨존 전수조사와 이에 대한 안전대책을 지켜보고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23년 7월 6일)

부산참여연대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