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겐 증세를, 서민에겐 세제혜택

기획-오바마 시대, 무엇을 말하는가: (4)오바마와 경제 김민웅l승인2009.01.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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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미국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패권의 미국에서 공존의 미국으로 갈 것인가란 기대와 전망부터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특히 한국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신문>은 오바마 당선자의 취임식 전까지 ‘오바마 시대, 무엇을 말하는가’란 집중 기획을 연재한다. 뉴욕유니언신학대학원을 나와 미국 길벗교회 담임목사, 미주 동아일보 기자 등을 역임하며 ‘패권시대의 논리’ 등 미국사회에 대한 진보적 관점의 날카로운 비평을 내놓은 바 있는 국내 시민사회의 미국통 김민웅 편집주간(성공회대 교수)가 연재를 맡았다. /편집자
대자본 규제강화, 노동의 권리는 확대강화

연재순서

1. 오바마 플랜
2. 오바마와 미 헌법, 미국 민주주의
3. 오바마와 미국 정치
4. 오바마와 경제
5. 오바마와 노동, 복지
6. 오바마와 신앙
7. 오바마와 미국의 세계적 역할
8. 오바마 그리고 미국 역사의 변화
9. 오바마와 우리의 관계
10. 오바마 모델과 진보세력의 미래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조세프 스티글리츠는 그의 책 <제대로 작동하는 세계화>(Making Globalization Work)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한계에 도달한 현실을 분석, 진단하고 있다. 그는 신자유주의 엘리트들의 모임인 다보스회의와 이에 반대하는 세계사회포럼 양쪽에 모두 참여한 몇 안 되는 세계적 석학으로서, 이미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얼마나 많은 모순과 문제를 낳았는지 날카롭게 꿰뚫고 있다. 결국 그의 논지에 따르면 미국은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와 함께 사회적 투자를 통한 일반 서민들의 경제력을 키우는 쪽으로 나가지 않으면 붕괴의 위기에 처한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은 2008년 하반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삶의 안정이 급격하게 무너지는 ‘보장 없는 체제’(Insecurity)의 충격이 모두에게 기습해온 것이다. 월가의 투기자본이 방만한 팽창을 펼쳐오다가 급기야는 미국 경제의 공황상태를 불러일으켰고 이는 미국 경제의 근간이 얼마나 취약해졌는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서민들은 신용위기에 몰렸고, 거대한 자본들 역시 이른바 자본축적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정부의 대대적인 구제 금융을 기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을 겪었을 때, 사람들은 그때까지 황금의 손으로 여겼던 월가의 대자본들이 미국경제의 위기를 가져온 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로써 월가에 대한 분노는 하늘을 찌르게 된다. 독점자본에 기초한 규모의 경제는 사회적으로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려운 분위기에 둘러싸였고, 대자본은 사회적 양보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일종의 대타협이 요구되었던 것이고 이것이 다름 아닌 뉴딜의 모체였다. 정부는 재정을 풀고 기업의 투자환경을 만들어주는 대신 기업은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최저임금제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했던 것이다. 이러면서 미국은 대대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나갔다.

‘뉴딜’이 이뤄지게 된 요인

루즈벨트 모델은 오바마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때처럼 공황적 상태는 아니지만 정부의 기능이 강력히 요구되고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정부의 재원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달리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은 본질적으로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오바마는 정부가 미국 일반 서민들을 돕는 기관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내세운다. 일종의 미국적 사회계약의 회복인 셈이다. 이 사회계약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세제의 개혁과 정의로운 사회적 투자로 이룩된다.

새로운 대통령이 뽑히면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정부의 재정적자 해결이다.정부의 재정운용이 방만해지면 적자가 커지고 그것은 정부의 파산을 예고하는 위험신호가 된다. 따라서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지출을 정돈하는 것은 정부예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기반이다. 그러나 위기의 시기에 재정적자의 발생 가능성만 걱정한다면 그러는 사이에 경제는 죽고 국민들은 실업과 빈곤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만일 재정을 풀고 성장률을 높이면 그것이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될 때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국채를 발행해서 외국자본에게 미국 정부의 재정공급을 의존할 경우 채무국으로서의 미국의 미래는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오바마 차기 정부는 대대적인 재정지출을 통한 경제회복에 시동을 걸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자들에게 보다 많은 세금을 걷고,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세제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에게도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투자의 규모를 내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부시 정권이 부자와 대기업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었던 것을 역전시키고,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과도하게 강화했던 것도 반전시키며 군사비 지출도 억제함으로써 재정지출의 우선권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투자는 도로, 학교, 공공건물의 보수와 새로운 건설 그리고 유아와 초등학교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재정투입, 사회복지체제의 강화를 통한 새로운 직장 창출이다. 특히 사회복지 체제의 강화는 이와 관련한 직종이 그간 낮은 임금과 낮은 사회적 위상을 극복하고 전문 직종으로서의 위상을 만들어 냄으로써 미국 사회의 기본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품격과 격조 있는 삶을 지향하고자 하는 오바마의 철학과 그대로 이어져 미국 사회의 가치지향의 내용을 변모시키고자 하는 작업이 된다.

사회복지 체제 강화 공언

이와 같은 오바마의 경제철학과 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투기적 대자본을 규제하고, 상류계급의 사회경제적 의무를 보다 강화하며 에너지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꾀해 미국 경제의 근간과 대외정책의 흐름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된다. 여기서 또한 주목하게 되는 것은 노동정책이다. 오바마는 루즈벨트가 뉴딜을 통해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정책의 수준을 넘어서서 노조결성과 참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노조탄압에 결연히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파업노동자들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기업이 파견근로자나 기타 파업시 비정규직 사용을 엄단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운동의 정치적 보장을 확고히 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대자본의 자유를 극대화하고, 노동의 권리를 최소화시키면서 이를 통제하는 것을 골간으로 했다면 오바마는 이러한 시스템을 해체하고, 대자본에 대한 규제강화와 노동의 권리를 확대 강화하는 쪽으로 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의 내각 구성이 과거 클린턴 시기의 각료들이나 전문가를 재 등용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러한 오바마 경제철학에 회의를 갖는 경향도 있으나 오바마가 기본적으로 이러한 입지에 서서 전문인력을 활용해나갈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향후 그의 집권 시기에 어떠한 경제정책이 펼쳐질 수 있을 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회의론 있지만 지켜볼 필요

대선 후보 시절, 오바마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조금만 변경시켜도 엄청난 변화를 현실에서 가져올 수 있다.” 이 발언은, 교육과 복지 그리고 서민경제를 위한 재정투입이라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낸다면 미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과 미국의 미래가 새롭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결국 경제는 단지 수치로만 이루어지는 정책이 아니다. 이 선택은 민주주의가 기반이 되지 않고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보통의 국민들이 자신의 고통과 권리를 분명히 밝히고 이를 정책으로 담아내기를 요구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한다면 그 사회와 국가는 결국 힘 있는 자들의 권력이 지배하기 마련이다. 거기에서 나오는 경제정책은 부자들의 잔치를 만들어 낼 뿐이다. 오바마의 경제, 그 기초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민웅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시민사회신문 편집주간

김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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