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요법, 아토피를 정복하다

‘아토피 건선 치유명인’. 이것은 2년 전, 대한민국명품/명인인증위원회로부터 수상한 저의 이력입니다. 이런 상을 받은 것은 평생을 구도자처럼 아토피와 함께 살아왔으므로 주는 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개발한 약초제품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놀라운 자연활용법에 '전율'

오래전 저의 조부님께서는 의원 하나 없는 시골 마을에서 훈장생활을 하시며 침술과 탕제 등으로 사람들을 치료해 주셨습니다. 몸 어딘가 불편하거나 다쳤을 때, 심지어 뱀에 물렸을 때도 사람들은 훈장 선생님을 찾아왔고, 조부님은 자연에서 나는 다양한 약재를 이용하여 치료해 주셨습니다.

제가 자연약초에 매료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공을 차다가 다리를 다쳤는데 조부님께서 알려주신 약초를 찧어 바르고, 하룻밤 사이에 나았던 기억 때문입니다.

▲ 자연은 사람들을 위한 치료법을 이미 마련해 두었다고 생각된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유기농 농법으로 재배했던 작두콩 농장에서 필자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아픈 다리를 3개월 넘게 끌고 다니자 아버지는 인제에 계시는 조부님께 편지를 썼고, 몇 가지 약초를 찧어 붙이라는 조부님의 답신을 받았습니다. 앞산에서 약초를 캐어온 날 밤, 어머니는 아픈 발목 부위에 찧은 약초를 올리고 밀가루 반죽을 덧댄 다음 낡은 러닝셔츠로 칭칭 싸매어 주셨습니다.

나는 곧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침을 맞으러 다니고, 발목에 '빨간약'을 바르는 일상들이 아득하게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그때 갑자기 사나운 개가 목줄을 끊고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혼비백산 도망가다가 놀라 꿈에서 깨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일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했습니다. 그렇게 아프던 다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잠든 깜깜한 밤중. 볼을 꼬집어 보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 봐도 다리는 멀쩡했습니다. 나는 이건 틀림없이 ‘꿈일 거야’라고 생각하며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한 번 일어나려면 아픈 다리를 한참 문지르다 겨우 일어나곤 했는데 너무 쉽게 일어났으니까요. 왼쪽 다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팡이를 내던지고 벌떡 일어나서 미친 듯이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은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전래해서 내려오는 민간요법이 얼마나 놀라운 자연 활용법인가 생각할 때마다 전율을 느끼곤 합니다.

그때 저는 자연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비누 공장을 시작한 이후, 자연을 담은 기능성 미용비누를 만드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출시한 죽염비누가 대 히트를 하며 국내는 물론 일본 바이어의 주문이 쇄도했습니다. 엄청난 과로가 겹쳤지만 잠을 거의 못 자고 일에 열중했습니다.

▲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고,

원인을 알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어느 날 왼쪽 다리에 생긴 부스럼 하나가 점점 커지더니 전신으로 퍼지고, 가려움과 진물의 무자비한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냄새나는 진물이 흘러내려 바지와 피부가 달라붙기 일쑤였고, 흉측스러운 붉은 반점은 어떤 치료를 해도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통이 너무 심해서 칼로 살을 도려내고픈 심정이었습니다.

절망감은 점점 커지고, 세상을 떠나는 게 답이라는 극단적인 결심까지 했을 때 극적으로 마음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조부님과 중학교 2학년 때 약초 사건이었습니다.

모든 약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내 몸의 아토피를 자연으로 고쳐보겠다는 일념으로 우선 조부님이 사용하던 약재를 구해 발라보았습니다. 알레르기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의욕이 솟은 저는 부스럼에 좋다는 약초를 찾아 전국을 수소문했고, 밤이면 중약대사전을 공부하며 내 몸의 아토피를 물리치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지만 조부님의 민간요법을 따른다는 기쁨도 컸습니다.

약초에 따라 사용량과 바르는 횟수, 땀 흘린 뒤 피부의 청결 상태에 따라 아토피가 진정되는 게 달랐습니다. 이를 참고하여 약초 성분을 듬뿍 넣은 아토피 비누를 만들었고, 씻을 때 비누로 거품 마사지를 계속했더니 아토피는 물론 무좀까지 회복되는 게 보였습니다. 일부러 아토피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고,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약초를 찾아 전국 각지를 다니던 중 4대째 한의원 하시는 분을 만나 알레르기 민간요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약초에 빠져 살던 어느 날 내 몸의 아토피가 모두 사라진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토피가 자연에서 얻은 약초와 식품만으로 정말 낫게 된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토피 건선으로 고생하는 주위 사람들까지 모두 효과를 보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한 중증의 아토피였습니다.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그분의 아토피도 결국 제가 개발한 비누와 약초액으로 회복되는 걸 보며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 필자가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드디어 아토피가 정복되는구나!”

결과에 확신이 생긴 저는 식품연구원 이영철 박사를 찾아가서 ‘한국에서 자생하는 한약재 항균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284종의 한약재를 선택하여 항균과 미백 실험을 4년(1998년~2001년)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2001년에는 경희대학교 약학대학에서 ‘아토피 화장품 및 식품 소재’ 3건을 연구 의뢰했고, 방점을 찍은 것은 국내 유일하게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임상실험을 3년에 걸쳐서 실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107명의 아토피 실험 지원자 중 선발된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임상실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비교적 안전한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보조제로 이용될 것으로 생각됨”

이렇게 ‘아토나’는 다양한 연구기관으로부터 전문가 검증을 받았고, 수년간 반복적인 실험을 거듭한 끝에 탄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