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권교육 폐지 철회를"...여가부앞 '분노' 목소리

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 여가부 앞에서 기자회견 이영일 기자l승인2023.09.2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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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와 전국 112개 장애·청소년·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 50여 명이 21일, 서울 광화문 여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인권교육 사업 폐지를 규탄했다. ⓒ 이영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지난 7일, 2013년부터 10년간 진행해 온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참여하는 '성인권교육'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과 관련해 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이하 협의회)와 전국 112개 장애·청소년·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 50여 명은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인권교육 사업 폐지를 규탄했다.

사회를 맡은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는 "여가부가 성인권교육을 10년 넘게 진행해 온 이유는 '젠더 관점'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가부가 갑자기 성인권교육의 지자체 수요 감소와 폭력예방교육, 복지부 발달장애인 성교육사업과의 유사·중복성을 내세우며 장애인 성폭력예방의 일환으로 수립한 정책을 폐지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여가부의 말과는 달리 내년도 성인권교육 예산을 책정한 지자체도 있고 교육 수요는 늘고 있다. 이런 성인권교육을 폐지하는 것은 성과 재생산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 장애아동·청소년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 특성, 성인권교육사업에 대한 이해 있나" 성토 쏟아져  

이미진 협의회 대표는 "적지 않은 장애인들이 '하지 마라', '하면 안 된다'는 그런 말들에 익숙해져 있어 가족에게, 선생님에게, 친구에게, 이웃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래서 오랫동안 현장에서 상담과 도움을 통해 장애인이 겪는 일상의 폭력을 장애인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도록 해 왔다"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활동가가 침통한 표정으로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이영일

이 대표는 "이번 성인권교육 예산 삭감은 우리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숨통을 죄는 일이다. 여가부가 '찾아가는 폭력 예방 교육'으로 된다고 하는데 도대체 장애 특성을, 이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하는 말인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혜경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 소장은 "성인권교육 운영기관과 각 지자체는 이 사업비가 없어진 것도 몰랐고 오히려 내년 사업 예산 증액 신청을 한 상황이다. 내년도 신청 학교는 증가하고 있다"라며 "여가부 말대로라면 폐지 이유가 지자체 수요 감소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가. 여가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새겨 (듣고) 말도 안 되는 근거와 주장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는 "위티에 찾아온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받은 기억이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다. 고작 생식기를 중심으로 한 단편적 교육과 순결주의적 교육에 대한 이야기만 나올 뿐이다. 이제는 그들의 삶속에서 성 볼륨을 2칸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활동가는 "장애를 가진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은 사회적 권리의 부재로 지금도 취약하다. 성평등 사업을 없애는 성평등 부처가 말이 되냐. 그런 여가부 장관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 참가자들은 "성인권교육을 폐지하는 것은 성과 재생산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 장애아동?청소년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 이영일

"핵심은 예산도 예산이지만 국정운영의 방향성"

한정민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회원단체 활동가는 "사실 삭감된 예산 규모는 우리가 기자회견을 하면서까지 거론하기엔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액수다"라며 "오늘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예산의 액수를 넘어 국정운영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이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사업이 폐지되기는 쉬워도 다시 만들기는 어렵다"며 예산 복구를 촉구했다.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는 연대 발언을 통해 "이번에 청소년 성인권교육도 내년도 사업을 폐지한다는 이메일을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다 아시겠지만 소설 <도가니>가 나오고 영화가 나온 후 정부가 2011년에 대책을 내놓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성인권교육이다"라며 "(이 교육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학생, 부모, 교사들이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소중한 교육 현장을 아무런 설명 없이 짓밟고 없애도 되는 것이냐"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장애 당사자들 "한번의 교육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 필요"

▲ 순복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 회원은 “어려움을 당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장애인들을 위해 더 많은 교육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 이영일

빨강 장애여성공감 회원은 당사자 발언을 통해 "장애 청소년 학생들을 위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장애인 청소년은 재미있게 성교육 하고 싶다. 없애지 마라"라며 또박또박 자신들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순복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 회원도 "나는 어렸을 때 시설에서 생활했다. 길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부모님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중학교에 가지도 못했다. 시설에서 나온 뒤 그룹홈 생활을 하며 요양원에 있는 일을 했으나 너무 낮은 보수를 받았다. 전 혼자이기 때문에 항상 두렵다. 나를 보호하는 방법도 몰라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순복씨는 "저처럼 어려움을 당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우리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다. 우리들이 누려야 할 교육까지 없어진다고 하니 더 속상하다"라며 "저는 한번의 교육이 아니고 계속해서 성교육이 필요한 사람이다. 장애인들을 위해 더 많은 교육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오늘 기자회견에 앞서 주최 측이 여가부 관계자 면담 신청을 했지만, 여가부는 면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주최 측 대표자들이 다시 여가부에 면담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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