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없는밥집, 기분좋은가게 나눔 실천
|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뜻하는 사회적기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주목받고 있다. 다소 성급했던 도입기를 지나 경제난 속에서 공공성 강화를 비롯, 사회적 일자리창출의 기대주로 떠오르는 것이다. <시민사회신문>은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전문기자의 눈으로 사회적기업을 찾아 성공의 열쇠를 찾는 연속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
한반도에 사는 우리 사람들은 가족을 사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착한 마음으로 오래전부터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 순조 때 김매순(金邁淳)이 집필한 열양(洌陽), 곧 한양(漢陽)의 연중 행사를 기록한 책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따르면 설날부터 3일 동안은 길거리에 많은 남녀들이 떠들썩하게 왕래하는데, 울긋불긋한 옷차림이 빛나며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새해에 안녕하시오' 하고, '올해는 꼭 과거에 급제하시오’, '부디 승진하시오’, '생남하시오’, '돈을 많이 버시오' 등 좋은 일을 들추어 하례하면서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고 한다.
문득 옛날 사람들은 아플때 어떻게 치료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항생제도 없고, 연고도 없고, 주사도 없었던 고려시대, 조선시대 사람들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치료하고 살았을지 궁금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광해군 2년 경술(1610년)에 양평군 허준이 <동의보감>을 완성함에따라 왕께서 말을 하사하고 속히 간행하라고 하였다.
왕께서 전교하기를 “양평군 허준은 일찍이 선조(先朝) 때 의방(醫方)을 찬집(撰集)하라는 명을 특별히 받들고 몇 년 동안 자료를 수집하였는데, 심지어는 유배되어 옮겨 다니고 유리(流離)하는 가운데서도 그 일을 쉬지 않고 하여 이제 비로소 책으로 엮어 올렸다. 이어 생각컨데, 선왕께서 찬집하라고 명하신 책이 과인이 계승한 뒤에 완성을 보게 되었으니, 내가 비감한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 허준에게 숙마(熟馬) 1필을 직접 주어 그 공에 보답하고, 이 방서(方書)를 내의원으로 하여금 국(局)을 설치해 속히 인출(印出)케 한 다음 중외에 널리 배포토록 하라”고 했다.
책 이름 <동의보감>은 대개 중조(中朝)의 고금 방서를 널리 모아서 한 권에 모은 다음 분류하여 책으로 만든 것으로 원전 31집 559면으로 구성되어 있고, 왕실-사급(賜給), 출판-서책(書冊)으로 분류하고 있다.
개인의 임상 의학 실험 정보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의 자료 수집과 고금 방서를 널리 모으고 당시의 의학 지식을 총망라하여 한 권으로 집필함으로써 후대에 소중한 의학 정보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난한 민초들은 대자연의 품에서 산야초(山野草), 약용식물(藥用植物)을 의지해 아픈 병을 치료했던 것이다. 5천년 역사를 이어져온 자연의 품에서 몸을 보호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는 식물이 많았던 사실을 되새기며 우리 고유의 민족의학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은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미래의학의 기초 자료를 축적하며 민중의학으로써 한의학의 위상을 제고하고, 전통의학의 기초 자료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현대화하는 한편 한의학 관련 인력풀을 구축하여 한의학 발전에 인프라를 조성하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민족의학연구원의 사업 취지와 운영계획, 사업추진 기대효과, 미래청사진에 대해 관계자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문답형식으로 풀어본다.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의 사업단이 사회적기업인가 아니면 민족의학연구원 자체가 사회적기업인가.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은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에 자리 잡은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비영리법인이다. 법인은 1층 ‘문턱없는밥집’, ‘기분좋은가게’와 4층 편찬실, 사무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난해 7월 11일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구성원은 몇 명인가. 모두 인건비 지원을 받고 있나.
-민족의학연구원 유급 근로자는 모두 18명이다. 그 가운데 지난해 12월 1일부터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여하여 인건비 지원을 받는 근로자는 14명이다.
▲취약계층 고용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18명 가운데 2명이므로 약 10%이다.
▲문턱없는밥집을 통해 취약계층이 저렴하게 식사하는 것과 안전한 농산물 소비 촉진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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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금으로 취약계층 돕기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분좋은가게’의 내부 모습. |
-잘사는 지역과 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갈수록 커지는 ‘먹을거리 공포’에도 안전하게 살아갈 힘을 갖고 있지만 저소득층이나 빈곤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그렇지 않다. 문턱없는밥집은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도 안전하고 몸에 좋은 유기농산물을 마음껏 먹고 건강하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문을 열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또한 적자를 면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뜻을 실천하는 것이 재단과 밥집의 소명이다.
또 ‘착한 농사’를 짓고 생태계를 지키는 전국의 유기농가와 함께 한다. 친환경농법, 유기농법으로 지은 곡식과 채소가 살림 빠듯한 서민 식탁에 많이 올라갈수록, 그래서 서민의 건강이 증진될수록 민족의학연구원의 사회적 목적은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서민건강 증진 실현 추구
▲기분좋은가게를 통해 판매한 수익금으로 취약계층 돕기 사업을 하는가.
-기분좋은가게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시민들이 기증한 구제 의류나 잡화들 중 상태가 좋은 것은 그대로 싼 값에 내놓고, 나머지는 ‘리폼’을 거쳐 새 상품으로 내놓는다. 또 변산공동체에서 생산한 잡곡, 차, 술, 된장(간장)과 같은 유기농산물이나, 공정무역 쵸콜릿과 축구공도 들여놓고 친환경 소재로 만든 잡화 및 생태악기도 판다. 그런가 하면 가게 한켠에서는 환경, 생태, 평화, 인문 서적들을 읽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북까페도 운영한다.
가게 살림은 아직까지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수익을 매니저 급여와 운영비로 거의 다 쓴다.그러나 이번에 인건비 지원을 받게 되면서 취약계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공부방 교사를 선발하여 마포 민중의 집에 위치한 ‘다연’ 공부방에 파견하기로 한 것이다.
▲대안 에너지 사업을 통해 사회서비스가 어떻게 증진될 수 있는가.
-사업이라고까지 하기는 좀 그렇다. 지난 4월에 ‘대안 에너지’ 관련 전시회를 열었다. 태양열 조리기로 계란이나 고구마를 익히고, 자전거 발전기로 직접 전기를 만들어 불을 켜 보기도 했다. 태양열로 음식을 한다는 것이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신기하게 다가갔던 것 같다. 새로울 것이 없지만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법을 알리는 시간은 됐다. 또 직접 움직여서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얼마만큼의 노력이 들어가는지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소비에 대해 생태적인 접근을 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하려한다.
▲의료서적 편찬으로 <약손문고>사업을 통해 의료정보제공 사회서비스 증진에 대한 기대효과와 출판 수익의 취약계층 지원사업 추진 계획이 있는지.
-재단 편찬실에서 <약손문고>를 발간하려는 뜻은 이렇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첨단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어촌 및 공단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항생제와 같은 약물을 남용하기 일쑤인 이 나라 의료현실에서 소외되어 있다. 그들이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돕자는 것이 <약손문고>를 발간하는 뜻이다. 그러나 노동자뿐 아니라 예방의학과 자연치유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 독자들에게도 이 시리즈는 의미 있게 읽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수익은 당연히 목적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문턱없는밥집, 기분좋은가게를 중심으로 마포 지역 취약 계층을 위한 먹을거리, 입을거리 지원 사업 또 무료검진 등에 사용될 것이다.
▲무료검진 사업을 통해 얻게 될 취약계층의 건강 증진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재단에서 무료 검진 사업을 일상적으로 벌이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예컨대 봉사에 나설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 외에도 현행 의료법을 이유로 무료 검진에 대한 제도권 의료계의 압력도 있었다. 그러나 재단은 앞으로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의 취약 계층을 위한 무료 검진 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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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도 안전하고 몸에 좋은 유기농산물을 마음껏 먹고 건강하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문을 연 문턱없는밥집. |
▲사회적기업으로써 이해관계자 모델에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는 어떻게 이뤄가는가.
-명실상부한 사회적기업으로써 재단 이사장, 상임이사 및 이사진(사측)과 사무국, 편찬실, 문턱없는밥집, 기분좋은가게의 직원들(근로자측)이 한 자리에서 만나 의사를 결정하는 기구로 ‘운영위원회’(수요회의)를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12시에 4층 회의실에서 열고 있다. 이를 위해 사무국에서 사측과 근로자측의 주요 현안들을 수집하여 회의 자료를 만들고, 운영위원회 본회의에서 안건들을 협의하여 의결한 뒤 사측과 노측이 협의하는 구조다.
의사결정도 사회적기업답게
▲자원봉사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고 있는가.
-그렇다. 1층 문턱없는밥집과 기분좋은가게는 지금까지 자원봉사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꾸려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회적일자리 창출 계획에 따라서 인건비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그간 자원봉사 형태로 일하던 분들 가운데 몇 분은 새롭게 근로자로 자리를 바꾸게 되었고, 그 밖에도 사회적기업 관련 업체에서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자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마포구청에서도 우리 법인이 공익재단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여 자원봉사자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협조를 하고 있다.
▲동양철학 전문가인 김교빈 원장이 동양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동아시아 철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철학 고전인 <주역>을 강독하는 모임에서 처음으로 한의사들을 만나서 함께 공부를 한 것이 전통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인간과 자연을 둘러싸고 공통적으로 꿰뚫고 있는 법칙에 대한 탐구, 그리고 사회 운영 원리로서 전통적 세계관이 갖는 의미 등을 탐구하다 보면 철학과 의학의 접점이 드러난다. 전통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기본적인 틀은 음양, 그리고 음양을 구체화한 오행의 원리다. 이 틀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세계관은 공통분모를 가진다.
▲연구원을 지원하는 각 단체들과의 연대 업무 분장과 역할은 무엇인가.
-우선 보리출판사를 들 수 있다. 보리는 재단법인이 출범할 당시에 설립자 윤구병 이사장과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하는데 적극 협력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번 사회적일자리 창출 ‘기업 연계형’ 사업의 근거가 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사회연대은행’에서는 우리 재단의 경영, 노무, 회계 등 실질적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각종 컨설팅과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컨설팅 지정 업체가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동양의학을 중심으로 지역 축제를 기획하고 추진할 의향은 없는가.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아직 깊이 고려하진 않았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
품질과 매출관리도 신경
▲기업적 재화서비스 생산의 품질 관리와 매출 관리의 성공 가능성은.
-밥집과 가게는 주로 서비스업을 담당하는 곳이므로 품질 및 매출 관리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이는 곧 우리 재단법인 공익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문제이므로 운영위원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안이기도 하다. 가령 유기농 재료를 다루는 일에서 품질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고, 매출은 우리 재단의 사회적 목적 실현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므로 중점적으로 다루어진다. 편찬실에서 만드는 책도 마찬가지로 우리 법인의 본래 취지를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품질 관리에 힘쓰고 있다. 좋은 책을 만들면 시장의 반응도 뒤따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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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턱없는밥집과 기분좋은가게는 지금까지 자원봉사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꾸려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사회경제환경적 성과 측정, SROI성과를 측정한 후 발표할 계획은 없는가.
-‘SROI 성과 측정’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바가 없지만 민족의학연구원이 사회적기업으로 어떠한 사회, 경제, 환경적 성과를 냈는지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안 및 시스템을 도입할 뜻이 있다. 이 점에 관해서 앞으로 많은 도움을 주면 고맙겠다.
사회적기업 민족의학연구원의 미래 청사진은 시민복리 증진을 위한 생명존중에 맞닿아 연결되어 있다. 앞으로의 사업 비전은 구체적으로 첫째, 건강에 대한 민중의 관심을 고취시키고 간단한 질병에 스스로 예방 및 대처할 수 있도록 한의학에 근거하여 <약손문고> 시리즈를 발간하고 둘째, 15세기 중반 세종 연간에 간행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의방유취>( 醫方類聚) 그리고 17세기 초에 완성된 <동의보감> 등 뛰어난 의서들의 뒤를 이어 수백 년 동안의 한의학 발전을 담은 <민족의학대백과전서>의 편찬을 추진하고 셋째, 21세기 민족의학의 완성을 위해 남북의료통합을 위한 기초를 다져나가는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는 2013년은 <동의보감> 간행 400년이 되는 해이다. 사회적기업 민족의학연구원은 고전 의서들의 현대적 재해석과 각종 본초들의 세밀화로 구성되는 <동의약본초 도감>을 소개할 예정이다.
우리사회의 세계적인 우수한 자원을 발굴하여 정리하고, 다음세대에게 전해주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존재 의미와 다음세대의 유익을 위해 중요한 ‘사회적가치 창조’일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김문수 사회적기업 전문기자
김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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