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 없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는 빈 말

운동본부l승인2023.10.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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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공공의료 강화 없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는 빈 말이다

윤석열 정부의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에 대한 입장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필수의료 확충 핑계로 바이오헬스 등 의료 민영화·상업화 추진 안 돼

윤석열 정부가 10월 19일(목)에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공백없는 필수의료 보장”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이 정책이 매우 졸속으로 발표됐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졸속으로 급조됐다는 비판을 예상해서인지 “필수 중증, 지역 의료 체계의 정상화 확립은 지금 시작된 게 아니고 저의 대선 공약이고 국정과제였고,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저희가 시작은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말로 졸속이라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 무엇보다 그다음 대통령의 발언이 이 대책이 졸속임을 보여 준다.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 증원 “희망을 받아서…교육을 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돼 있는지…그런 것도 정부에서 실사와 점검을 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지난 몇 년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돼 온 의사 인력 부족 문제 하나에 대해서도 아직 실사와 점검이 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렇게 중대한 대책 발표에 의대 정원을 얼마나(더 중요한 ‘어떻게’는 고사하고) 확대할 것인지도 밝히지 못했다. 언론에 1천, 3천 하고 분위기 띄우면서 소위 간 보기를 하고는 의사협회가 반대하니 이번 발표에서 아예 빼버린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봐 와서 익숙한 행태다.

이번 발표가 졸속이라는 또 다른 증거는 지난해 2022년 8월 19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다. 당시 업무보고 “5.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한 필수의료 확대 및 의료취약지역 대책 마련”에는 ‘의대생 실습 지원’과 ‘전공의 지역병원 수련’ 같은 별 실효성 없는 정책만 있고, 의사 인력 충원과 의대 정원 확대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정부 심판 선거가 돼버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놀란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정치 책략적인 그리고 새로울 게 거의 없는 총선용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설사 실효성 있는 것이라도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진정성 있게 추진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지역‧필수의료 살리기”와 대척점에 있고 이번 정책에도 포함된 산업적 대책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재정을 쏟아부으며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진단 자체가 틀렸다. 지역‧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은 이 나라 의료가 거의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져 있고, 그 안에서 95퍼센트를 차지하는 민간 의료기관들의 무한 이윤 경쟁에 의해 굴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돈 안되는 ‘필수의료’는 서서히 붕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간 의료의 비중을 줄이고 공공의료를 지금의 5퍼센트에서 최소 30퍼센트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지역‧필수의료 붕괴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에 공공의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선 공약으로 울산의료원을 즉각 신설하겠다고 해놓고서는 폐기해 버렸고, 심지어 코로나19 환자들을 전담하느라 병원을 통째로 내놓아야 했던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지방의료원들이 다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지방의료원들이 임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방치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도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들이 하는 역할은 거의 없다. 그나마 있는 것은 지방의료원을 국립대병원에 위탁하는 식으로 네크워크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으로 지방의료원을 더욱 시장화하는 결과만 낳는다. 이렇게 해서는 “넥스트 팬데믹”에도 대처할 수 없게 된다.

윤석열 정부의 이번 대책은 오히려 기존의 이윤 중심 민간 의료기관의 지배를 더욱 강화해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첫째, 국립대병원을 “지역 필수 의료 중추 역할”을 하도록 강화한다고 한다.

민간 병원들에 비해 국립대병원들이 강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립대병원들도 민간 병원들과의 경쟁으로 시장화가 많이 진행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국립대병원들이 연공서열식 보수 체계로 인해 생산성이 저해되고 있다며 시장주의적 성과급 확대 같은 정책을 강화하려는 듯하다. 또 대부분의 대책이 ‘공공정책 수가’를 이용한 “성과 보상”을 담고 있는데, 이는 기존에 더 경쟁력 있는 병원들이 더 성과를 낼 것이 뻔해 쏠림 현상만 더 악화시키고 경쟁만 더 치열하게 만들 것이다.

또 국립대병원에 “산학협력단 설치”도 포함됐는데 이를 통해 “혁신 의료기술, 신약, 의료기기” 개발과 “의료 AI‧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전환” 등을 하겠다고 한다. “마이헬스웨이” 활용, “스마트병원”도 포함됐다. 이런 정책들은 모두 우리 시민사회가 그동안 의료 민영화‧상업화 촉진 정책으로 반대해 온 것들이다. 즉, 필수의료 강화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것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립대병원 필수의료 중추 역할 강화는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장 논리를 더 확대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바로 바이오헬스 분야에서…고도 산업적 성장을 이루게” 할 산업 전략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필수의료 확충이라는 듣기 좋은 정책에 의료 산업화 정책들을 끼워넣은 것이다. 최근 정부가 국립대병원의 기타공공기관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있을 것이다.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에 배치되는 이런 대책들은 필수의료 대책이 될 수 없다.

둘째, 지역‧필수 의료인력 확충이다.

지역‧필수의료 인력은 핵심적 문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인력 부족 원인을 완전히 엉뚱한 데서 찾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아과 필수진료 부분에 의사가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대 목동병원 사태 같은 것이 작용했다”고 했다. 의사가 이런 일로 송사에 시달려서 이런 분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대 목동병원에는 겨우 3명의 전문의가 미숙아 16명을 24시간 맡고 있었다. 심지어 사고가 나던 날에는 당직을 서는 전문의가 없었다. 즉, 이대 목동병원의 비극적 사건은 의사와 인력이 부족해서 일어난 사고였다. 결과를 원인으로 바꿔치기해 의사들의 형사 책임을 면제해 주려는 것인데 이조차 특권 논란이 많은 쟁점이다. 그리고 이는 전혀 인력 대책이 전혀 될 수 없다.

의협 등은 수가가 낮은 게 원인이라며 이 기회에 또 수가를 올리려 한다. 그러나 한국 의사들의 평균 소득은 2020년 기준 노동자 평균 임금의 4~7배나 돼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정부는 이미 2009년 흉부외과(100%)와 외과(30%)의 수가를 대폭 인상했음에도 지역에서 근무하던 의료 인력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지 못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실패가 입증된 수가 인상과 지역 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보상체계 개편 등 시장주의적 정책을 다시 재탕하려 하고 있다. 이는 의사들의 몸값을 올리고, ‘필수의료’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수가가 인상되는 결과를 낳아 별 효과도 없이 건강보험 재정만 축낼 것이다.

이윤 경쟁이 지배하는 민간의료 중심 체계에서 돈 안되고 위험한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에 의사들이 가기를 꺼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일일 수 있다. “지역‧필수의료 유입 촉진”, “지역의료 경험 및 필수과목 핵심역량 조기 습득 지원 확대” 같은 강제성도 없는 정책으로 이런 현상을 막을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할 수 없다는 건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는 황당하게도 “공공병원 확충 위주 접근, 임시방편적 수가 인상”으로는 필수의료 위기 극복에 한계가 있다며 시장주의적 정책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 말은 뻔뻔한 거짓말이다. 그야말로 가짜뉴스다. 공공병원은 확충된 적이 없고 수가도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인상돼 왔다.

우리는 의대 정원 확충, 국립대병원 역할 강화 모두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시장주의적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공공의료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와 전망 없이는 이러한 대책은 무용지물이거나, 오히려 기존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강화시킬 뿐이다. “우수한 지역 종합병원을 전국 70개 중진료권별로 육성”하고 “필수의료 분야 전문병원 확충을 유도”한다는 정책은 모두 민간 의료기관 육성 정책이다.

의료 인력 확충 역시 절대적 수가 부족하므로 크게 늘려야 하지만, 어떻게 늘릴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늘어난 의대 정원이 또다시 수도권과 돈되는 분야로 몰리는 걸 방지할 수 없다면 지역‧필수의료 붕괴 해결은커녕, 의사 수 증가만큼 수요가 창출돼 의료비만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진정으로 필수의료의 공백이 없고 지역에서도 완결적 치료가 가능한 의료 체계를 만드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진정성이 있다면, 이번 발표 전에 기존에 추진해 온 의료 민영화 정책들과 민영 의료보험 강화 정책들을 모두 폐기해야 했어야 한다. 또 코로나19 이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공공병원 지방의료원들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어야 한다. 그리고 공공의료 중심으로 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어야 한다.

공공의료를 고사시키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겠지만 말이다.

(2023년 10월 23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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