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예산 삭감 철회하라”...전국 청소년지도자들, 28일 서울에서 여가부 규탄 집회 열어

"우리도 다 안다. 돈이 없는게 아니라 정부가 무능하다는 걸"...한 중학생의 일침 이영일 기자l승인2023.10.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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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청소년단체·시설·종사자들이 28일 오후 2시, 서울에서 상경집회를 열고 정부의 주요 청소년예산 삭감을 ‘대한민국 청소년정책을 포기한 처사’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 이영일

여성가족부(아래 여가부)가 내년도 청소년활동지원 38억을 비롯해 청소년근로권익 보호 12.7억, 117 학교폭력상담예산 11억 등 주요 청소년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과 관련, 전국의 청소년계 대표들과 관련 종사자 300여명이 서울에 모여 규탄 집회를 열고 “주요 청소년예산 전액 삭감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전국의 청소년단체·시설·기관들이 참가하고 있는 전국청소년예산삭감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주요 청소년예산 삭감을 ‘대한민국 청소년정책을 포기한 처사’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청소년 우울감이 커지는데 정부는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

응원차 참석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정부는 청소년들이 지금 당장 겪고 있는 문제는 외면하고 경쟁에서 승리해서 유능한 일꾼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의 우울감과 외로움은 점점 커지는데 정부는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이들의 고통을 방치하고 있다. 청소년정책 예산을 있는 대로 난도질해 놓고 벼랑 끝에 내몰린 고위기 청소년 일부만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지금 정부의 방침“이라며 정부 조치를 비판했다.

용 의원은 “청소년은 미래의 일꾼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시민이다. 풍부한 경험 속에서 발달할 수 있어야 하고,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충분한 지원을 누려야 한다. 청소년 정책은 있으나마나 한 예산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청소년들을 지키는 대들보 예산”이라며 “국제교류 예산부터 방과후활동 예산, 117센터 예산 참여활동 노동권 보호, 성인권 교육 예산까지 여가부가 후퇴시킨 청소년 권리 예산을 다가올 예산 심사에서 반드시 원상복구시키겠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집회에 응원차 참석해 "여가부가 후퇴시킨 청소년 권리 예산을 다가올 예산 심사에서 반드시 원상복구시키겠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 용혜인 의원실

중학교 1학년 청소년 "저같은 학생들도 화나면 무섭다. 정부가 무능하다는 것 다 안다"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다는 중학교 1학년 한 아무개 학생은 “크롬북이라는 수업에서 자료도 찾고 그러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컴퓨터 같은 것을 학교가 내년도에 돈이 없다고 해서 못 받을 뻔했다. 그래서 학생회에다 건의를 넣었더니 교육 예산이 줄어서 그것을 받을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저희는 알고 있다. 학교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무능한 정부가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한 아무개 학생은 “저같은 학생들도 화나면 무섭다. 일개 학생으로 감히 한번만 외치고 나가고 싶다. 정부는 청소년 예산 삭감 즉각 철회하라고 말입니다”라고 소리쳤다.

권수빈 궁동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운영위원회 위원은 “오늘 오전에 대학 수시 면접시험을 보고 이 자리에 바로 달려왔다. 제가 이 자리에 달려오도록 한 현실이 매우 개탄스럽다. 청소년활동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청소년운영위원회 활동뿐만 아니라 전국 청소년 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영역의 청소년 자치활동의 희망을 잃게 만드는 것”이라며 “청소년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막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 전국청소년예산삭감비상대책위원회 주최 '범청소년계 공동행동'의 한 장면. ⓒ 이영일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찬서씨는 “청소년이 공동체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학교는 더이상 청소년이 살아가는 공동체가 아니라 단지 몇년간 스쳐가는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청소년시설 청소년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제가 엄연한 일원으로서 인정받고 제가 가진 지식과 자원을 활용해 공동체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었다”며 “국가가 청소년기관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고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학과 학생이라는 손정섭 청주시 청소년참여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예산은 656조인데 여가부가 삭감하겠다고 하는 청소년활동 예산은 38억이다. 전체 예산 중 0.006%밖에 되지 않아 정부는 이를 푼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 돈은 청소년에게 매우 소중한 예산이다. 정부가 어떻게 청소년을 위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정부의 삭감 조치에 항의했다.

청소년활동 예산 삭감은 제7차 청소년정책 기본 계획을 정부 스스로 거부한 것

정부가 청소년기본법과 청소년정책기본계획 등에 명시된 의무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수영 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센터협회 사무총장은 “우리는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철저하게 지워지고 있다. 청소년활동 예산 삭감은 30년동안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7차 청소년 정책 기본 계획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며 “이번 7차 기본계획의 네번째 정책과제는 청소년 참여권의 보장 강화인데 1988년부터 시작된 청소년 참여위원회를 정부가 나서서 25년만에 폐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전국의 청소년계 대표들과 관련 종사자들이 서울로 상경해 규탄 집회를 열고 “주요 청소년예산 전액 삭감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 이영일

이정호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소속 부평구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은 “청소년성문화센터의 1년 예산은 1억 6천여만원인데 5명의 종사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수익금을 벌어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고, 육아휴직자의 퇴직적립금 확보가 어려워 기관의 수익금에서 받아서 알아서 지급하라는 지자체도 있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예산의 가슴 아픈 현실인데 정부는 24년도 학교 및 장애아동 청소년 성인권 교육을 전액 삭감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일을 결정하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명화 대구청소년근로보호센터 팀장은 “여가부가 지난 2월 27일, 제7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청소년 근로보호 강화」를 제시해 놓고 1년도 안돼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사업의 가치를 여가부가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사업을 휴짓조각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팀장은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장 10곳 중 9곳 상당이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법을 위반하고 있다. 여전히 수많은 근로 청소년은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불공정한 노동환경에 처한 가운데 신음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 이번 예산 전액 삭감으로 전국 시도 센터 및 중앙지원단에서 근무하고 있던 실무자 35명이 순식간에 직장을 잃게 되는 초유의 사태갑 벌어지고 있다”며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사업 예산 전액 삭감 및 사업 폐지 결정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지나가는 시민들이 청소년예산 삭감 반대에 공감하며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 이영일

전남, 광주, 전북, 경남, 충청, 인천,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청소년지도자들, 정부 조치에 "기막히다"

양종요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광주광역시본부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 자를 예산이 따로 있지 어떻게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예산을 날려버리는 건지 기가 찰 노릇”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양 본부장은 “여가부가 청소년 주요 예산을 다 날려놓고 지자체에 대고는 알아서 하라고 한다. 기초 지차체 공무원들도 말을 안해서 그렇지 여가부의 이번 예산 삭감에 불만이 많다. 여가부가 대한민국 청소년정책을 완전히 흙탕물로 범벅을 만들고 있다”며 정부의 청소년 육성 정책 포기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규탄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김민재 전라남도비상대책위원회, 강병길 광주광역시비상대책위원회, 문경민 경상남도비상대책위원회, 배정수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은 정부의 조치에 항의하고 국회의 예산 복원을 촉구했다.

여가부는 2024년 주요 청소년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청소년 국제교류 지원 예산 128억, 청소년 활동 지원 예산 38억,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예산 34억, 청소년정책 참여 지원 27억, 청소년 근로권익보호 예산 12억, 장애·학교 성인권교육 예산 5억 6천만원 등이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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