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SK·애경·이마트는 유죄다”

시민사회와 피해자들, 가해기업 유죄 촉구 캠페인 양병철 기자l승인2023.11.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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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환경·시민사회단체가 가해기업 임직원에 대한 유죄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3년 가까이 진행돼온 항소심 결심공판을 지켜보며, 이들은 절절한 호소를 담아 가해기업들의 유죄를 촉구했다.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CMIT/MIT를 원료 물질로 만든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등 가해기업 전직 임직원 13인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년 1월 11일에 열릴 예정이다.

▲ (제공=환경운동연합)

관련해 이들은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다가오는 12월 중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피해자 이영옥씨는 ”안녕하십니까가 아닌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가 피해자의 인사 아닐까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제품의 원료를 공급했고 제조판매까지 나섰다는 점에서 SK케미칼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책임 있는 임직원들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결과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재차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피해자 송기진씨는 “가해기업들이 대형 참사를 일으킨 만큼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로서의 길을 가던 그는 “제품사용으로 인해 아내와 장모님을 잃었고 가정이 파탄났다”며 “기업들의 영향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과학적 근거에 의해 공정한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이장수씨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감정을 토로했다. 그는 “CMIT/MIT계열 제품을 사용했는데 그 결과 28년 전에 어린 딸을 잃고 말았다. 기자회견이 진행된 날이 딸의 기일이었다”고도 회상했다. 피해자 채경선씨는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데, 이번에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나온다면 저희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라고 되물었다.

사람을 패서 멍이 들게 만들어 놓고는 내가 때린 곳에 멍이 들었다는 입증이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때리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녀는 막강한 변호인단을 앞세운 가해기업의 변호전략을 비유를 들어 비판했다.

실제로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일부 변호인은 옥시가 판매했던 PHMG계열제품의 위해성은 확인되었지만, CMIT/MIT 제품들은 아직 연구결과가 부족하다며 일종의 차별화 전략을 시도한 바 있다. 피해자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항소심 선고가 이제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SK, 애경, 신세계이마트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의 책임을 물어 반드시 유죄가 선고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는 당부이다.

항소심 공판이 진행된 3년의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여전히 ‘내 몸이 증거’라고 호소하고 있다. 법원이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절규였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홍지호, 안용찬 피고인을 비롯한 임직원 13인에게 1심과 동일형량을 구형했다. 지난 2021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고 다양한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조적 연구수단에 불과한 동물실험을 통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건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같은 환경사건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가해기업들과 관련 임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와 관련 지난 31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877명이고, 1,835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지원대상자는 5,212명이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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