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수순이 읽혀진다

이재영_독설의 역설 [59] 이재영l승인2009.01.29 13:3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2009년 1월 19일과 20일은 삼성의 나날이다. 민주주의라는 이 멀쩡한 사회를 실제 지배하는 게 누구인지, 그리고 그 지배 아래에서 우리의 삶이 어떠한지를 숨김없이 보여준 이틀이다.

얼마 전, 어느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고위관료’라는 출처를 달며 강만수가 물러나고 윤증현이 등용될 것이라 전했고, 나는 별 생각없이 또 다른 술자리에 그 소식을 옮겼다.

아마도 정보 보고를 위해서인 듯 대기업의 후배 하나가 “윤증현이 맞냐?”고 확인을 요구했고,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멀쩡한 민주주의 사회?

내가 ‘윤증현’이라 답한 것은 그리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윤증현을 최선의 카드로 여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국회에서의 충돌이 경제실적을 보이지 못한 이명박 정권의 초조함에서 비롯되었고, 재벌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금산분리를 완화하겠다는 나름의 계산에 의한 것이었음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윤증현은 노무현 정권 당시 대표적인 금산분리 완화론자였을 뿐더러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충성을 과시했었다.

청와대가 개각을 발표한 19일 삼성은 구조조정본부 재무 출신자들과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의 파이낸셜 담당자들을 승진시키는 등 금융업 진출로 읽힐 수 있는 사상최대의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19일, 노회찬 전 의원은 피고로, 이학수 삼성 고문은 증인으로 재판정에 섰다. 검찰은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범죄를 모의한 삼성 재벌 일가와 도청한 안기부 직원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지만, 범죄를 폭로한 노회찬에게는 징역형이 구형됐다.

노회찬 의원의 구형

2005년 노회찬 폭로 한 달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국가정보원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해 삼성이 도청당할 위험을 원천봉쇄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아예 처음부터 김앤장의 삼성 담당 변호사를 국내 총책인 국가정보원 차장에 앉혔다.

이제 마무리 수순이다. 담당 판사는 촛불시위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강경 판결로 유명해진 사람이고,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한다는 노회찬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용산 4구역은 ‘삼성 땅’이다. 삼성 땅에서 사람들이 죽었다. 삼성은 용역깡패 전문회사를 고용했고, 대한민국 경찰은 언제나 용역깡패들의 앞잡이였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촛불 강경진압의 빛나는 위훈으로 영전한 인물인데, 참사 아닌 다른 무엇을 기대했단 말인가?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결국 책임은 ‘폭력시위자’들과 강경진압자들에게 돌아가고, 삼성은 영원할 것이다. 몇몇이 구속되거나 옷을 벗고, ‘민주주의’와 ‘독재’라는 정치적 공방이 이어진 후에는 삼성 모델하우스에 구매자들이 넘쳐날 것이다.

들끓을 여론도, 사람의 생명도 돈보다 길거나 귀하지 않다. 태안 앞바다에 기름을 쏟아 부었어도 삼성은 무사하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용산 4구역 11만6천591평이 평당 3천800만 원에 분양된다면 그 총액은 4조4천억원에 이르고, 그 중 삼성물산 지분은 40%다.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이재영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재영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