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보니 그동안 무리수도 많이 뒀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에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을 불러 운하 설명회를 하기도 하고, 국토해양부 내에 비밀 추진팀을 만들어서 운영하다가 발각되어 서둘러 해체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많은 운하, 본질은?
총선 직전에는 운하가 아니라 4대강 정비 사업이라고 말을 바꿨다가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던 연구원이 ‘4대강 정비 사업의 실체는 한반도 운하’라는 양심선언에 의해 또 한번 정부의 거짓말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렇게도 많은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이 원한다면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운하를 포기했다고 믿었고, 또 그러기를 원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함께 해체했다던 운하 추진 비밀 기획단은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 홍수통제연구소에서 비밀리에 한반도 운하를 우회 추진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었고, 관련 연구진을 구성할 때는 제2의 양심선언을 우려하여 별도의 보안 각서를 받고 연구를 맡겼다고 한다.
그로부터 4개월 남짓, 정부는 4대강 정비 사업을 들고 나왔고, 이 사업을 녹색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보기 좋은 분칠을 하였으나 결국은 운하를 위한 사전 공사에 다름 아니라는 것 또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녹색뉴딜? 사전작업인줄 누구나 안다
그 와중에 2조2천억 원의 아까운 혈세를 들여 만드는 경인운하 사업도 은근슬쩍 부활하였다. 사실 경인운하 사업은 과거 15년간 그 사업의 경제적 효율성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어왔고, 정부에서는 한 번도 이러한 논란을 잠재울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였었다.
단지 18km에 불과한 운하가 도대체 어떻게 수도권의 물류 체계를 개선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겠는가? 불과 몇 해 전까지 운영되던 부산-인천 간 컨테이너 연안운송이 경제성 문제 때문에 모든 해운회사가 포기했는데, 18km 더 연장해서 김포까지 들어온다고 해서 어찌 경제성이 있겠는가? 지금 현재 부산에서 홍콩까지 화물을 운반하는 배가 1만8천톤급에서 4만톤급 정도인데 그 배의 1/5~1/10에 불과한 4천톤급 배로 동남아까지 화물을 운송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나 될 법한 소리인가?
그래 좋다. 이 정도까지도 의견차이가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한다면 차차 검증해보면 좋을 일이다. 그런데 2조원이 넘는 국가 재정을 사용하면서 스스로 연구한 보고서까지 왜곡한다면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이번에 경인운하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진행하기로 발표하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 사업의 경제성이 있어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KDI 보고서조차 완전 사기극이다"
그런데 KDI의 보고서를 찬찬히 검토해보니 이 조차도 완전 사기극이다. 일례로 KDI는 금번 경제성 분석에서 편익에 해당하는 물동량을 분석할 때 정성분석과 계량분석 두 가지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정성분석과 계량분석에 의한 물동량이 크게 차이를 보인다. 경인운하의 주요 물동량인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정성분석은 60만9천795TEU, 계량분석은 93만3천TEU로 35%의 차이가 나고, 철강물동량은 정성분석 35만톤, 계량분석 57만톤으로 38%의 차이가 난다. 중고차는 정성분석 34만톤, 계량분석 60만톤으로 무려 43%까지 차이가 난다.
이 정도의 차이는 KDI 스스로 분석 방법론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는 정성분석 수치는 제시하지도 않고 계량 분석 수치만을 이용하여 경제성 분석을 하고, 사업의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발표하여 국민들을 현혹시켰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보고서에는 분명히 이 사업에 의한 생산유발효과는 1조8천억원, 고용유발효과는 1만1천명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는 생산유발효과가 3조원, 고용유발효과는 2만5천명이라고 뻥튀기해서 발표했다. 이외에 국토해양부와 KDI의 사기 행각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정부가 운하를 하고 싶은 맘은 잘 알겠다. 어찌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기까지 쳐가면서 해야 하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이런 집단에게 국민의 세금을 관리하라고 맡겨놓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용신 환경정의 협동사무처장
박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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