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부동산 규제완화로 총선 치르려하나

참여연대l승인2024.01.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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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지역 저렴 주택 소멸, 집값 상승 우려돼

노후도·안전진단·주민동의율 완화, 자원낭비와 주민갈등 초래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1/10)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두번째’를 통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건축규제 완화 및 등록임대사업자 특혜 제공을 통한 공급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어제(1/9) 윤 대통령이 “2024년 새해를 ‘민생 회복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민생을 강조하고 내놓은 정책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건축 규제 완화, 등록임대사업자 혜택 확대 등이라는 점이 개탄스럽다. 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상승으로 하향 안정되던 집값을 작년 ‘1.3부동산대책’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정책으로 억지로 끌어올린 점을 고려하면, 규제완화로 점철된 이번 대책도 거품 빠지지 않은 주택 시장에 또다른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재건축 안전진단·정비사업 노후도 완화는 자원 낭비를 초래해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고, 주민동의율 완화 등의 조치는 주민 갈등만 키울 우려가 크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고가아파트 공급이 늘어난다 해도 대다수 서민들은 이런 집을 구입하기 힘들며, 도심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던 세입자들은 쫒겨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정비사업 관련 발표 내용 다수가 법개정을 전제한 것이라 차기 국회에서나 추진 가능한 것들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집권 여당의 표를 얻으려는 총선용 공약 으로 의심되고, 내용 그 자체로도 국민이 바라는 주택, 국민을 위한 주거 안정 정책인지 의문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주택 가격 불안과 주거 안정을 저해하는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 추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

이번에 재건축 안전진단 없이 조합 설립을 추진할 수 있게 한 것은 다분히 총선을 앞두고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주민들의 표를 고려한 포퓰리즘 정책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시켜 조합까지 설립하게 해놓고 통과가 안되면 어떻게 하는자는 것인가?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03년 “과거에 지은 집은 안전기준이 없지만 요즘은 40∼50년까지 안전하다”고 말하면서 아파트 재건축 연한에 대해 “40년 이상으로 일괄 적용하고 안전상 문제가 있으면 건축연도에 관계없이 허용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정부 발표는 멀쩡히 쓸 수 있는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으로 사회적 자원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조합 설립 이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조합 설립·운영을 위한 비용 등 매몰비용을 발생시켜 조합원들 사이에 우왕좌왕 혼란과 갈등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

또한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추진을 병행하도록 한 점도 정비 구역 지정을 둘러싼 큰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구역 지정 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게 한 이유는 구역 지정 전, 2곳 이상의 추진위원회가 같은 지역을 놓고 서로 다툼이 발생할 수 있어 구역이 중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과거 정비구역 지정 전에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를 인정해주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런 문제를 무시하고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추진을 병행할 수 있게 하면, 아직 구역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조합 추진위간에 다툼이 발생할 수 있고 구역 지정 전에 미리 걷어 놓은 조합 설립 동의서도 구역 위치가 바뀌면 의미가 없게 될 수 있다. 따라서 구역이 지정되고 나서 조합 설립이 추진되어야 한다. 바늘 허리매어 못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신탁사업을 효율화한다며, 사업시행인가와 관련해 주민동의 (토지주 1/2, 면적1/2) 절차 생략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민동의 절차를 생략해 주민 의사와 관계없이 신탁사 뜻대로 사업시행 인가를 받을 수 있게 되면, 사업계획 인가 신청과 관련해 주민들이 재개발·재건축 상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따져볼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사업시행인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구체적인 사업의 내용이 정해지는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는 단계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이런 내용을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의해 결정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신탁사의 결정에 끌려가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방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재개발 노후도 요건을 현행 2/3에서 60%로 완화하거나, 재정비 촉진지구 내 또는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시 노후도를 50%로 완화하고(해당 사업은 재개발, 소규모 재건축, 가로주택 정비 등), 재개발 사업 입안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지역도 20%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무분별한 재개발 사업 등의 추진을 야기할 수 있다. 재개발, 소규모 재건축, 가로주택 정비 등의 목적은 노후 지역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인데 반해, 노후도가 낮은 구역까지 재개발 구역 등에 포함하는 것은 정비사업의 취지를 훼손하고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주거용 건물만 분석해도 22년 말소된 전체 주택 44,112동 6,127,656㎡ 중 11.464동 2,875,325㎡ (연면적 기준 46.92%)가 건축연령 35년 미만의 건물인데 철거되었다. 정비사업을 이렇게 35년도 안된 건물들을 부수고 새로 짓게 추진하는 것이 정상인가? 재개발·재건축은 전면 철거 후 신축이 불가피할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또 주택 공유자 3/4만 동의해도 토지등소유자 동의로 인정하는 방안도 문제다. 공유 지분 처분에 관한 사항은 공유지분자 전원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실제로 민법 제264조는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없이 공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잠탈하여 다른 공유자가 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재산권의 중대한 침해에 해당한다. 이번 방안은 결국 묻지마식 부동산 규제 완화의 재탕일 뿐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관리처분인가 이전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초기사업비 기금 융자 및 HUG 보증대상을 확대하는 지원방안도 내놓았다. 가뜩이나 전세보증금 대위 변제, PF 부실 등으로 재정 위기에 처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공공주택사업도 아닌 민간주택사업에 왜 주택도시기금을 융자하고, 부동산 개발 사업자금 대출에 대해 보증을 확대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공공임대주택을 얼마나 더짓게 하는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HUG 보증 대상 확대하는 것은 정부에게 백지 수표를 달라는 것과 다름없다.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이런 묻지마식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은 주택 가격 불안과 정책 혼선, 주민 갈등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참여연대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구역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들을 깊은 검토도 없이 무책임하게 내놓은 윤석열 정부의 근본없는 얇팍한 정책에 대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24년 1월 10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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