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의 설립목적 달성할 수 있는 2기 처장 인선돼야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박주민 민주당 국회의원은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공수처의 지난 3년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검사의 나라’, 공수처는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1기 공수처장 임기종료를 앞두고 공수처가 걸어온 길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검사의 나라’에서 공수처가 처한 오늘의 현실과 내일의 발전 방향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 10일 공수처 3년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검사의 나라’, 공수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사진=참여연대)

먼저 박주민 민주당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국회의원으로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하는 데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고 밝히고 “공수처의 운영 과정을 보면 기대했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2기 공수처가 부족한 역할을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오늘 토론회에서 많은 대안을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남준 변호사(전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는 첫 발제에서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해 왔던 제도적인 한계와 운영상의 문제점 등 여러 요소들이 결합하여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나, 제도상 및 운영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공수처 그 자체의 존재 의미를 부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수사기관에서 공수처로 많은 사건들이 이첩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많은 국가기관에서 공수처에 사건을 의뢰하고 고발을 하고 있다는 점은 공수처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공수처의 수사·기소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공수처의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격자를 처장으로 인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병두 홍익대 교수는 공수처의 신설은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구조적 부패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룰 검찰기구를 신설한 것이고, 공수처법 제정의 의의는 단일검찰체제에서 복수검찰체제로 전환한 데에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방식은 비교법적으로도 여러 나라에서 발견된다고 했다.

그리고 복수검찰체제의 등장에 맞추어 ‘검찰개혁’이라는 목표를 새롭게 재정리하면서, 공수처의 발전전략을 고민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수처법의 전면적 개정은 가까운 시일 내에 불가피하며, 국민의 기대치에 맞게 공수처가 적절히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상균 변호사(전 공수처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인력확충, 신분보장, 수사 및 기소 대상 확대 등의 제도적 개선과 공수처를 이끌 유능한 선장 등의 지휘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정치적인 고려 및 예산상의 문제 등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공수처가 현행 규모를 유지하면서 평상시에는 타 사법기관 견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중요한 사건에 한하여 상설특검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결국 공수처는 해야 할 사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른 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국회에서 공수처에 관심 있는 의원이 많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현재 공수처는 인적·제도적 문제가 있으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갇혀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는 그 존재 자체가 이미 정치적이고, 그 활동과정에서 첨예한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어떤 결정을 하든, 반대 진영으로부터 제기되는 비판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며, 따라서 공수처로서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공수처가 맡은 사건을 과단성 있게 수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보라 경향신문 기자는 올해 새로 출범할 ‘2기 공수처’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도록 인적·물적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공수처 설립을 주도한 민주당 등 야권이 책임을 지고 공수처법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위공직자 범죄의 수사 범위를 ‘모든 범죄’로 확대하고, 공범 등 관련자의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공수처의 적은 수사 인력 등 규모와 향후 공수처의 비대화 우려 등을 고려할 때, 모든 고위공직자가 아닌, 공수처의 견제가 필요한 사법·수사기관인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해서만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어진 청중토론에서는 현재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면면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민들이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국회에서 선출하게 하는 등의 공수처장 임명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현 시점에서 ‘해병대원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과 ‘고 이선균 배우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등이 공수처에서 반드시 수사돼야 할 사건으로 제안되기도 했다.

끝으로 좌장을 맡은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은 “이번 토론회는 공수처가 표류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며 “시민사회가 2기 공수처 출범을 예의주시하며 더욱 구체적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인사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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