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천명 노동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쿠팡

참여연대,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 물어야 양병철 기자l승인2024.02.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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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활동·육아·쿠팡 보도 기자 외에도 보도無 기자 대거 포함

심각한 노동자 권익 침해이자 언론 재갈물리기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플랫폼 독점·불공정 방지할 입법해야

참여연대는 14일 “1만6천명 노동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쿠팡,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MBC는 2월 13일부터 쿠팡이 무려 16,450명 규모의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명부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14일 쿠팡대책위에 따르면 명단에 기재된 사람은 영구 혹은 일정 기간 취업에서 배제됐고, 이들이 등재된 사유에는 폭언·모욕·욕설 외에도 육아·가족돌봄, 노조활동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해당 명부에 쿠팡의 노동환경을 보도한 기자·PD, 노동실태를 알린 유튜버뿐만 아니라 보도를 하지도 않은 기자까지 무더기로 포함되어 있었다.

▲ (사진=참여연대)

한편 쿠팡은 사실이 아니고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부에 등재된 당사자들의 증언과 자료의 구체성을 고려하면 쿠팡이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법 등을 위반하고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도 자행한 것으로 의심된다.

무차별적으로 취업방해 명부를 작성한 것은 노동자 권익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이며, 더 나아가 비판적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정부당국이 쿠팡의 블랙리스트 추정 명부 작성 경위와 목적, 실태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책임을 물어 재발방지에 나설 것과, 다시금 확인된 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불법 행위를 선택적으로 비판해 온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 독점 규제 입법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근로기준법 제4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부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쿠팡이 취업방해 목적의 명부를 작성한 것은 이러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외면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명부 등재 사유로 육아·가족돌봄, 노조활동 등이 포함된 점은 매우 충격적이다. 취업방해 목적의 명부는 작성 그 자체로도 불법이지만, 쿠팡의 블랙리스트는 노동자의 권익을 이중 삼중 무차별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쿠팡의 노동실태 등을 보도한 기자 뿐 아니라, 보도하지 않은 경찰청과 서울시 경찰청 출입기자도 포함된 점에서 쿠팡이 노동자를 부품처럼 취급하면서 자신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 등이 밖으로 드러날까봐 현행법 위반도 불사했음을 알 수 있다. 상장 기업, 그것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후진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쿠팡의 이러한 후진적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기업활동의 ‘위험요소'(Risk Factors)로 명시해 퇴행적 기업 운영 인식을 드러낸 바 있으며, 쿠팡의 부실한 물류센터 안전 문제와 노동자 과로사 문제, 독점과 불공정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이다.

하지만 쿠팡은 글로벌 스탠다드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커녕 경쟁법과 노동법 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사회적 책임까지 운운할 계제가 전혀 아니다. 쿠팡이 직고용 정규직을 내세우고도 실상은 계약직, 일용직 노동자를 다수 고용한 데다 이들을 입맛에 맞게 골라내어 내쫓을 목적의 무더기 명부를 작성했다면 이는 혁신은커녕 그저 탐욕일 뿐이다.

또한 노동자를 낙인찍어 배제하는 불법행위로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없애는 기업이 소비자 후생을 보장할 수 있을지, 쿠팡의 골라내고 쫓아내는 방침이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향하지 않을 것이라 보장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독점이 강화되면서 쿠팡이 노동관계의 기본법 질서마저 무시하고 위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소불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인 언론의 자유마저 비틀고 있음도 확인됐다. 그동안 자사 비판보도를 한 언론에게 고소를 이어 온 쿠팡이 이제는 보도 여부를 가리지 않고 기자들을 무더기로 명부에 올린 것은 제기된 문제의 개선은커녕 계속해서 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최소한의 질서와 규제마저 쉽게 어기고 있는 것을 보면 독점의 폐해나 불공정을 막을 장치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플랫폼 시장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알 수 있다. 플랫폼 독점과 불공정 방지 입법의 필요성이 명확해졌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플랫폼을 규제할 입법이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통탄할 만한 일이다. 정부 역시 겉으로는 플랫폼 독점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입법에는 방해가 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쿠팡은 더이상 현행법 준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요구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지적하고 “조속한 입법을 통해 쿠팡의 폭주를 막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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