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박성민 실형 선고 당연한 결과

참여연대l승인2024.02.1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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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밀집 예측하고도 대책세우지 않은 경찰의 책임 인정

형사처벌과 별개로 이태원 특별법 제정해 진상규명 이어져야

※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과 소중한 이들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상자들의 쾌유를 비롯해 참혹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을 동료시민들의 회복을 기원합니다.

오늘(2/14)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배성중)는 용산경찰서 내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게 징역 1년 6월 실형을,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의 형을 각 선고하였고, 김진호의 지시를 받아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곽영석 정보관에게 징역 4월 선고를 유예하였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이태원 참사 발생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물은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직전 경찰이 인파밀집을 예측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는 도리어 참사와 관련된 정보를 은폐하고 축소하기 급급했던 것과 관련해 공직자의 형사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용산경찰서에서 작성된 정보보고서 여러 건에는 2022년 핼러윈데이를 즈음해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밀집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기재하고 있었다. 인파밀집을 예측하고도 경찰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는 점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이태원 참사의 전말을 밝히고 책임의 소재를 밝히는 데에 이 정보보고서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피고인 박성민, 김진호는 참사의 책임 소재가 경찰 내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하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박성민, 김진호의 무죄 주장을 모두 배척하면서,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정보보고서들의 목적과 의미를 분명하게 밝혔다. 피고인 박성민, 김진호는 문제되는 정보보고서들이 ‘이미 그 목적이 달성되어 불필요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정보보고서들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에 중요한 자료라는 점을 지적했다.

즉 정보보고서들은 경찰 수뇌부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성부를 밝히는 데에 핵심적인 자료인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큰 참사였음을 언급하면서 피고인들이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하였다.

159명의 생명이 스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참사 발생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책임을 진 공직자가 단 한명도 없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겪은 유족들은 공직자들의 후안무치한 태도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공직자들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뒤늦게나마 재판부가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경찰의 형사책임을 인정하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 박성민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다른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형사재판도 곧 시작된다. 사법부가 이들에 대하여 엄중한 형을 선고함으로써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들 공통의 양형사유로 ‘국민의 안전을 중시하며, 향후 비슷한 사고 방지를 위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사회적 요청을 겸허히 수용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골자로 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하여 진상규명이 이뤄졌다며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참사의 진상규명은 일부 공직자의 형사처벌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국회는 재판부의 판결을 잘 새겨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재의결하고, 정부는 겸허한 태도로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2024년 2월 16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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