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회, 기초의회 의정 활동비 인상을 논하기 전에

제대로 된 의정활동비 내역 공개, 정산 근거부터 마련하라

지난 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지방의회의 의정 자료수집·연구비, 보조활동비(이하 의정활동비) 지급상한액이 인상되었다. 이에 부산시와 부산시 16개 구·군은 의정 활동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절차에 따라 모두 1차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개최하였다. 

부산참여연대가 부산시, 부산시 16개 구·군의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조사한 결과 부산시와 11개 구·군의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의정 활동비 인상 잠정 금액을 각각 200만원, 150만원(상한액)으로 설정하였고, 원도심 3개 구(영도구, 서구, 중구)는 140만원, 해운대구와 부산진구는 주민 의견수렴 이후 결정하기로 하였다. 주민 의견수렴은 부산시와, 3개 구가 공청회 방식을, 나머지 13개 구·군은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번에 인상이 논의되는 ‘의정 활동비’는 지방자치법 제40조 제1항 1호에 따라 의정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거나 이를 위한 보조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하여 매월 지급하는 비용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의정활동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금까지 의정활동비 내역이 공개되거나 이를 통한 의정활동의 긍정적인 변화도 알려지지 않았고 사후 정산이 필요 없어 월정수당과 같이 쓰이거나 보조 수당으로 쓰이고 있다. 

이는 의정활동비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것이고 심지어 의원들의 말을 빌리면 지역구 관리를 위한 경조사비용으로 쓰이고 있기까지 하다는 점에서 의정활동비가 원래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의원 활동을 위한 지원인 의정 정책개발 예산으로 시의회 기준 연간 2억3,500만원 편성되어 있고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제도가 신설되어 의정 자료수집 등 인적 지원, 물적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원활동비 자체에 대한 공론이 필요하다.

하물며, 이전에 무보수 명예직으로 활동하던 지방의원에게 수당을 주게 된 것은 지방의원을 하나의 직업의 개념으로 인정하고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2023년 12월 기준 부산시의회 의원 46명 중 23명의 의원이 겸직을 통해 부수입을 얻고 있으며 겸직을 통해 얻는 수입의 평균은 연간 약 7,800만원, 최고액은 연간 3억5천만원에 달한다. 시의회가 아닌 외부 활동으로 부산시 노동자 평균 임금(2023년 부산시 상용근로자 평균 임금 월 3,510,555원)보다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 지방의회 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일 때 보상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공무국외여행’이 ‘공무국외출장’으로 전환되어 매년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 의혹, 부실한 출장 계획서, 보고서 표절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성과 개선은 찾아볼 수 없다. 시의회를 기준으로 2024년 국외 출장 여비는 총 2억4,350만원, 국내 출장 여비는 7,000만원이 편성되어 있다.

의정활동비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상 과정도 문제다.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전 기초의회 의원이었거나, 체육회, 복지관 등 보조금을 받는 단체에서 추천받은 위원들로 구성되었고 이렇게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인상하는 것이 정해진 결론인 것처럼 의정활동비는 잠정금액을 결정하였다. 또한, 의정활동비 인상의 근거가 있고 정당하다면 시민과 논의하고 시민에게 공개해야 하지만 남구, 사상구, 수영구, 영도구, 해운대구는 2차 회의를 비공개함으로써 정당성과 근거를 상실했다. 

주민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는 대부분 인상을 전제로 하거나 유도하고 있어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이며 이는 공청회도 마찬가지다. 금정구의 경우는 2월 6일 공청회를 진행하였는데 공청회에서는 찬성 패널 1명, 반대 패널 1명과 방청인 3명의 의견만이 오갔다. 패널 2명, 방청 3명으로 구의회 의정활동비 인상에 대한 제대로 의견수렴이 되었다고 볼 수 없지만, 금정구는 2월 13일 2차 심의위원회를 통해 의정 활동비를 150만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지방자치 부활 3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수준이 시민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특히 2023년은 부산시의회 의원의 미성년자 불법 촬영, 구·군의회에서 벌어졌던 의원의 폭행, 음주운전, 엑스포 유치를 핑계로 다녀온 외유성 공무국외출장과 출장보고서 표절 등 여러 가지 논란에 시민들의 실망은 더욱 커졌다. 민생은 또 어떠한가? 멈출 줄 모르는 물가 상승에 민생은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이다.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의정 활동비 인상을 논하기 부끄럽지 아니한가? 의정활동비를 인상하기 전에 의정활동비를 통해 어떤 성과를 내었는지 제시하고 시민의 이해와 공감부터 얻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의정활동비의 취지와 목적을 위해서는 조례부터 개정해 의정활동비를 정산하고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의원들이 의정활동비를 취지와 목적에 맞게 시민을 위해 제대로 쓴다면 어떤 시민이 반대하겠는가! 이참에 의정활동비는 더 이상 의원들의 보수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취지와 목적에 맞게 쓸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하고 정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4년 2월 20일)

부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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