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10주기 추모 행동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빈곤과 차별 철폐 위한 추모 김대영 기자l승인2024.02.2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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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서울 송파구 반지하 방에서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원과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 10주기가 되는 해이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 ‘송파 세 모녀 법’이라는 이름으로 ‘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이 개정되고 ‘사회보장급여법’이 신설되는 등 일부 사회보장제도가 개선되었지만, 가난을 이유로 한 죽음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송파 세 모녀 10주기 추모행동 (사진=참여연대)

정부는 빈곤층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알려질 때마다 빈곤층으로부터 수집하는 위기정보의 종류를 확대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매년 위기 가구로 발굴된 수십만명 중 공적 복지로 연계되는 비율은 3%대에 불과하다. 발굴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빈곤층이 동주민센터에 방문해 문의함에도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제도를 비롯한 사회보장제도는 낮은 선정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제도를 필요로 하는 빈곤층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이 중단되거나 감소한 상태에서 작동하는 사회안전망이 없어 약탈적 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현실이다. 가난을 이유로 한 죽음을 멈추고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송파 세 모녀와 가난과 차별로 인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반복되는 죽음을 멈추기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송파 세 모녀 10주기 추모 행동>을 26일 진행했다.

▲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송파 세 모녀 10주기 추모행동 (사진=참여연대)

[결의문]

가난이 두려워 죽음으로 쫓겨나지 않는 사회, 가난하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사회, 가난을 만들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자.

한 사회의 빈곤은 그 사회의 역사와 모순을 반영한다. 가족의 병원비 부채로 시작된 송파 세모녀의 빈곤은 질병과 채무 문제로 깊어졌고, 어머니의 일용 노동으로 채워지던 생계는 출근길 사고로 단번에 끊겼다. 질병과 실업, 채무의 모든 고리를 가족과 개인에게 떠넘기는 사회에서 우리 사회 가난은 현관문을 벗어나지 못하고 가족의 죽음으로 드러난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이른바 ‘세 모녀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과 사회보장급여의이용ㆍ제공및수급권자발굴에관한법을 제장하였다. 이는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 모녀가 신청할 수도, 이용할 수도 없는 변화에 그쳤다.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이용하지 못했다’는 당시 대통령의 인식이 보여주듯 문제에 대한 어긋난 진단은 부족한 대책으로 이어졌다.

‘왜 발굴하지 못했냐’는 질문은 제도의 문제점이 아니라 복지 수급권자의 게으름, 혹은 담당 공무원의 무지를 질책하는 것으로 쟁점을 왜곡시켰고, 사각지대 발굴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각종 정보가 전산화되고 있지만, 빈곤층의 죽음은 여전히 계속된다.

그러는 사이 빈곤 문제는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넓어진 불안정 노동, 저임금은 최근 십 년 사이 프리랜서, 초단시간 노동 등 더 다양한 양상으로 넓어지고 있다. 개인과 가계에 확대된 대출은 금융을 매개로 사회적 위험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이 시대의 착취는 한평생의 노동뿐만 아니라 신용을 빼앗기는 것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 닥칠 때마다 불평등의 깊이는 심화되고 있으며, 일상화된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조차 소득과 자산에 따라 양극화된다. 주거권과 돌봄 등 기본적 권리가 시장화된 사회에서 가난은 더 많은 이들에게 드리워진 보편적인 함정이 되었지만, 복지 권리는 보편적으로 확보된 바 없이 퇴보하거나 공격받았다. 증세없는 복지, 포용적 복지, 약자 복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역대 정권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송파 세모녀 10주기를 맞아 우리는 질문한다. 빈곤은 보편화되는데 왜 빈곤층의 권리는 갈수록 왜소해지는가? ‘더욱 더 어려운 분들’에게 복지를 시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윤석열정부의 관점은 빈곤 정책의 선별적 성격을 강조하며 보편적 권리를 퇴보시키고, 그나마 남아있는 공공서비스마저 시장에 넘기려는 행보는 더 나쁜 미래를 예상하게 한다.

우리는 단지 빈곤층을 돕는 것이 아니라 빈곤을 발생시키는 사회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계는 현재 가난에 빠진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모든 이들의 최저생계를 권리로서 보장하겠다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목표는 단 한번도 실현된바 없으나 이를 문제 삼는 사람들조차 소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벌어진 가난한 이들의 죽음 앞에서 송파 세모녀의 죽음을 기억하고자 했던 이들은 보편적 권리를 향한 행진을 한걸음 한걸음 이어왔다. 우리의 애도는 빈곤 없는 세상을 향한 연대로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더 나은 사회에 살아갈 자격이 있다. 가난이 두려워 죽음으로 쫓겨나지 않는 사회, 가난하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사회, 가난을 만들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자. 빈곤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2024년 2월 26일)

송파 세 모녀 10주기 추모제 참가자 일동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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