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군대인가"...인권위, 아침운동 강요 고교에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학생은 교육에서 엄연한 주체, 강제 운동은 규율과 복종의 내면화 초래 가능성 크다" 이영일 기자l승인2024.03.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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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아침에 일어나 20분동안 기숙사 뒤편 산길을 걷는 운동을 강제하는 것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 국가인권위원회

고등학교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아침에 일어나 20분동안 기숙사 뒤편 산길을 걷는 운동을 강제하는 것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4일, 경북의 한 공립 고등학교 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낸 진정에 대해 “아침운동 강요 중단과 기숙사 운영규정 중 아침운동에 관한 부분을 개정할 것을 해당 고등학교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전교생에게 새벽 6시 40분부터 20분간 강제로 운동 시켜...불참하면 벌점

해당 학교에서는 전교생 300여명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학교측이 학생 건강을 위한다는 사유로 다리를 다쳐 이동이 불가능한 학생을 제외하고 전교생을 매일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나게 하고 20분간 운동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몸이 좋지 않아도 일단 점호에는 참여하게 강제했다. 불참하면 벌점을 받는다. 이 학교 생활관 벌점 부과 기준에 따르면 사감 선생님의 허락없이 기상 점호에 불참하면 벌점 3점, 지각 2점을 부과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진정인은 이를 부당한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

▲ 피진정학교 생활관 벌점 부과 기준표. ⓒ 국가인권위원회

이 학교 교장은 이에 대해 인권위에 “원래는 40분 구보 형태의 아침 점호와 운동을 진행했지만 코로나 19 이후 현재는 20분 동안 학교 근처를 산책하는 형태다. 불참 사유가 하루전날 확인된 학생에겐 벌점 부과없이 운동에 불참할 수 있다. 고의로 점호 및 운동에 불참하는 학생은 부득이하게 벌점을 받을 수 있다” 답변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아침운동 강요는 학생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학교장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 "학생은 교육에서 엄연한 주체, 강제 운동은 규율과 복종의 내면화 초래 가능성 크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학생이 교육에서 수동적 관리 객체가 아니라 엄연히 주체이고, 자주적 인간으로서 인격을 형성하며 인권 보장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또 “아침운동이 학생의 생활습관 함양과 체력 증진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강제로 시키는 운동은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학교생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획일적으로 아침운동을 강제하는 것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인격을 발현하는 가운데 생활 영역을 주체적으로 형성해 나갈 권리를 제한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보다 규율과 복종의 내면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인권위 권고 내용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군대도 아니고 강제로 운동을 시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아침운동이 학생들에게 체력 증진을 위해 좋다고 생각되면 학생들에게 자유의사로 참여를 유도하고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상점을 주던가 하지 이런 걸 가지고 벌점을 주는 발상부터가 구시대적인 군사문화적 사고를 가진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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