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운명, 미묘한 역학관계를 그리다

정현 장편팩션소설 <침묵의 천사>, ‘원자력 수레바퀴’ 진지한 고민과 성찰 설동본 기자l승인2024.03.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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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어난 사건·사고와 실재인물 이름 빌려와 상상력으로 재창조

월성1호기 망령이 ‘멸치 1g, 바나나 6개’로 대통령을 만든 이유 조명

소설 <침묵의 천사>는 인간의 이기(利器)이자 소모품인 원자력의 운명을 조명한다. 아울러 사람에 의해 모든 운명이 결정되는 ‘원자력 수레바퀴’가 어떻게 굴러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담긴 소설이다.

인간의 피조물로서 수십 년간 활용되며 영욕이 교차하는 삶(?)을 살다 죽음조차도 기구하게 맞은, 보물단지에서 어느 순간 애물단지로 전락한 ‘월성1호기’라는 애물의 이야기다. 특히 이 애물을 둘러싼 알력으로 대선판이 뒤흔들린 이야기와 관련된 인물들의 운명이 복잡다단하게 갈려버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은 팩션(Faction)소설이면서 우화(寓話)소설이고, 기록문학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사고와 실재인물들의 이름을 빌려와 가공한 후 상상력을 덧붙여 재창조한 소설이다. 그래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사(史)와 정치사(史)를 거시사(巨視史, Macrohistory) 교차 방식으로 조명하고 있다.

방사능은 만질 수도, 냄새도, 맛도, 색깔도, 소리도 없다. 그래서 ‘침묵의 천사’이자 ‘침묵의 살인자’이다. ‘침묵의 천사이면서 침묵의 살인자’이기도 한 원자력. 특히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기구한 운명을 월성1호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선연과 악연으로 얽히고 설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인물의 다양한 운명을 그리면서 운명 간의 미묘한 역학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의 피조물이자 소모품인 월성1호기가 ‘영구정지’라는 사망선고를 받고 미물에서 망령이 돼 세상과 인간사(人間事)를 비로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2016년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인 규모 5.8의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에서의 규모 5.4의 지진 발생 이후, 노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망령이 된 월성1호기가 ‘핵(核)발전, 핵무기 개발’ 용도로 부득이하게 태어난 과정과 ‘경제성 조작’으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게 된 과정을 서술하면서 ‘인간만사 오리무중, 정치만사 새옹지마’ 등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요지경 속 같은 온갖 천태만상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과 환담장에서 축하 박수를 보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최광욱 비서관 등 여러 인물이 불과 한 달도 안 돼 이른바 ‘조국 사태’와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로 인해 정적(政敵)으로 돌변해 정권의 향배까지 바뀌게 된 역설적인 현실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우검모’ 모임의 사진에 찍힌 세 인물이 훗날 나란히 그것도 동시에 대통령,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된 기가 막힌 인간사가 ‘신의 예정조화인지 필연인지 우연인지’ 묻고 있다.

<침묵의 천사>는 또 이승만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부터 박정희 대통령의 이른바 ‘무궁화 프로젝트’로 불린 핵무기 개발에 대한 집착과 그 과정을 다루는 등 대한민국의 원자력이 발전해 온 과정을 촘촘히 서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을 염두에 두고 캐나다로부터 도입해 건설한 캔두형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1호기’가 보물단지 취급받다가 ‘삼중수소 방사능’을 다량 배출한다는 게 알려지며 점차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밀어붙인 박근애 대통령이 이른바 ‘최순자의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받아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이 탄핵정국을 빌미로 정권을 쉽게 빼앗다시피 한 문제민 대통령이 이른바 ‘조국 사태’와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이라는 암초를 만나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한다. 선연(善緣)으로 여기며 총애해 검찰총장으로 파격 임명한 윤성열이 이 두 사건 수사를 총괄하면서 문 대통령과 적대적 관계가 되고 끝내 악연으로 바뀐다.

망령이 된 월성1호기는 친원전 정책을 공약한 윤성열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을 소생시켜 주거나 명예 회복이라도 해주리라 믿고 그가 당선되기를 바랐지만, 정작 대통령이 된 윤성열은 그때부터 자신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걸 보고 토사구팽당했음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동생들인 월성2,3,4호기의 목숨줄을 대통령이 쥐고 있어서 윤 대통령을 원망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모순된 감정에 사로잡힌다. 또한 자신과 동생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될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인 이주명 함께민주당 대표와 국민의맥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직행한 한동운 전 장관의 행보를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밖에도 이 소설은 원자력 정책과 원자력 사업의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시행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함과 동시에 원전 인근마을에서 벌어지는 원자력 관련 보상금을 둘러싼 헤게모니 쟁탈전과 이전투구 등 꼴불견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조명한다. 정현作 | 해피스토리刊 | 358쪽

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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