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대군’의 생일선물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3.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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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형님은 위대했다. ‘영일대군’이 이명박 정부 권력의 핵심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영일대군’ 이상득 의원은 국회 문방위의 미디어법 날치기 상정을 배후에서 주도함으로써 존재를 과시했다. ‘형님’의 뜻을 받들어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생일에 ‘악법 직권상정’이란 선물을 바쳤다. 취임 1주년을 맞아 대국민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사적 지배로 국가의 통치를 변절시킨 정점에는 이명박 대통령 형제가 있다”며 “이상득 의원은 법안처리 일정까지 지정하는 등 국회의장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훗날 ‘형제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의 강행처리에 나선 것은 속도전과 강공을 주문하는 정권 핵심의 뜻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희일비하거나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뒤 이상득 의원은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고 한나라당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또 고흥길 문방위 위원장을 만나 법안처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의 취임 1주년 생일 선물은 낮은 지지율과 인색한 평가,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비판 과 시위였다. 언론사들은 이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3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으며 이명박 정부가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역주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라는 것은 대부분의 정책이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정치 경제 외교 통일 사회 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D학점이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가장 잘 한 분야에 대한 물음에는 ‘없다’는 답변이 절반에 달했다. 국정을 직접 담당하는 공무원의 평가는 국민보다도 못하다. 공무원의 3분의 2가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의 생일인 25일에는 전국에서 실정을 비판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이명박 정권 악행 1년, 우리 국민들의 절망 1년’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는 겉표지에 ‘민생과 민주주의, 남북관계의 총체적 역주행 … 1% 재벌-강부자-특권층을 위해 해도 해도 너무한 …’이란 표제를 달았다.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얼마나 격앙돼 있는지 잘 보여준다.

민생 복지 교육 인권 환경 남북관계 등 16개 분야를 분석한 백서는 “이명박 정부가 99%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1% 재벌과 특권층에게 몰아주는 정책을 일관되게 강행하고 있다”며“50조원이 책정된 ‘녹색뉴딜’ 정책도 78%는 ‘삽질’을 통한 건설재벌에게 몰아주기”라고 비난했다. 특히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남북 관계도 역주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이버 모욕죄, 마스크 처벌법, 국정원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 ‘MB 악법’은 “또 다른 촛불의 원천 봉쇄를 위한 맞춤형 국민탄압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들은 청와대 앞으로 몰려갔다. 50여개 대학 총학생회 대표자들은 청와대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실업률 8.1%라는 정부 발표는 기만이며 실제 실업률은 13%에 이른다”며 “땜질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전면 전환과 일제고사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정진후 위원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8곳에서는 ‘용산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와 추모대회가 열렸다. 유족과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 1년의 총체적인 모순과 실패가 용산 참사에 담겨 있다”며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책임자 처벌은 커녕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1년 만에 민생과 민주주의가 절박한 위기에 처한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적 과속과 국민과 불통하는 통치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방적 정책 추진과 혼란이 가져온 ‘과속 스캔들’이다. 이명박 정부는 반대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을 동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민간 파시즘’을 우려하기도 한다.

보수진영의 ‘장자방’으로 불리는 윤여준 전의원은 “지난 대선은 BBK와 도곡동만으로 치른 선거다. 얼마나 시대정신이 있는지, 민주적 가치가 내면화돼 있는지 따져 본 적이 없다”며 “다시는 충동 구매하듯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뽑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제 보수진영에서도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든 일은 형님으로만 통하니까. 만사형통(萬事兄通) 만세!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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