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운명공동체 ‘지구인’

[시민운동 2.0] 이유진l승인2009.03.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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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아닌 ‘지구인’으로서의 소속감을 느껴본 적 있는가? 국적과 인종을 떠나 우리 모두가 지구별에서 공동 운명에 처해있다고 생각한 적 있는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가 그 계기를 만들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같은 날 같은 시간 전등을 끄기로 한 것이다.

2009년 3월 28일 오후 8시 30분. 피지의 수바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시작된 '지구 시간'이 서쪽에서 시작해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지구는 한 시간의 소중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전 세계 소등행사는 마치 ‘파도타기’처럼 뉴질랜드에서 호주의 시드니, 캔버라, 멜버른, 퍼스, 태국의 방콕, 이스라엘 텔아비브, 아일랜드 더블린에 이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몬트리올, 오타와로 이어졌다. 세계의 83개국, 2천398개 도시가 참여했고, 지구시간을 위해 자발적으로 불을 끈 사람은 1억 명이 넘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소도 한 시간 동안 어둠에 잠겼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인 버즈 두바이, 토론토 CN 타워, 오클랜드 스카이타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파리 에펠탑, 영국 런던아이, 케이프타운 테이블 마운틴의 조명등이 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창원, 강원, 동대문구가 참여했다. 서울의 남산타워, 시청본관, 63빌딩, LG 트윈스, 코엑스, 서울역 건물이 한 시간 동안 어둠에 잠겼다. 남산타워가 잘 보이는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불이 꺼지는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별빛’을 가리는 휘황찬란한 조명이 꺼지니 서울이 차분하고 고요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요란하지 않는 서울의 밤을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해 12월 폴란드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이 ‘지구시간’ 캠페인을 발표하는데 참가했다. 한국도 함께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3월초 ‘지구시간 2009’ 영상을 한국어 자막을 만들어 배포했다. 일주일 전에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연설도 번역해 배포했다.

“지구시간(Earth Hour)을 지키기 위해 뉴욕 UN 본부와 전 세계 UN 건물의 불을 끌 것입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사상 최대의 캠페인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십시오. 우리 무두가 함께할 때만이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연설은 간결하면서도 ‘우리 모두’라는 단어를 통해 기후변화가 정말 우리 스스로의 문제임을 힘 있게 전달하고 있었다.

‘지구시간’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창원시 공무원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창원은 1월 달부터 주민들과 함께하는 ‘지구시간’을 준비해왔다. “서울은 ‘지구시간’ 준비 잘 되고 있나요?” “계속 홍보하고 있어요. 서울시도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반기문 사무총장 연설 파일로 보내주셔요. 창원에 있는 대형마트 매장에서 전화가 왔는데, 전국적으로 10개 지점에서 ‘지구시간’에 동참한대요.” “그래요? 홈플러스 매장에서 지구시간을 어떻게 할지 궁금한데요. 서울에서는 조선호텔도 참여한다고 해요.”

창원 말고도 전주, 안산, 강원도 등 관심을 가진 많은 지자체 공무원들과 ‘지구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지구시간’이라는 뜻 깊은 계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을 모았다. 개인적으로 동참한다는 사람들과 기업, 학교에서도 전화가 왔다. 참 오랜만에 ‘긍정’의 기운을 느꼈다.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생각하며 단지 한 시간 동안 불을 ‘끄는’ 일이지만 ‘지구인’으로서 모두가 함께한다는 것에 신이 난 것 같았다.

2009년 WWF는 지구시간 캠페인을 ‘지구’와 ‘지구온난화’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불을 끄면 ‘지구’에 투표하는 것이고, 불을 켜두면 ‘지구온난화’에 투표하는 것이다. 지구를 위해 ‘투표’하는 일. 잠시 불을 끄고 산책을 하거나 촛불을 밝히고 가족들과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우리가 마음을 모으면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도 그렇게 힘든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지구시간’ 행사가 계속된다. 이제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불을 끄기 위해 기다려야한다. 더 큰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에너지를 마구 써서 지구의 온도를 올린 것도 우리 인간이고, 올라가는 지구의 온도를 멈출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인간이다. 이제 기후변화에 맞선 ‘지구인’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공동의 운명을 함께 마주한 지구인이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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