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구타 문제는 결국은 몸과 마음에 심하게 상처입고 도망치거나, 숨거나, 죽거나, 죽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구나하는 것을 확인하는 듯 해 허탈하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는 왜 이런 반복되는 사건들을 접하고도 바뀌지 않을까 의문이 생기기까지 한다.
반복되는 폭력, 이유는?
“한국에 들어오면 다 똑같아요”라는 이주여성의 말처럼 이주여성들은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한 노동, 가사노동, 육아의 부담, 아내구타 등 한국 여성 대부분이 겪고 있는 삶의 힘겨움을 같이 겪고 있다.
물론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당하는 차별, 언어소통의 어려움, 정보의 부재 등으로 인한 이주민으로서의 고유한 차별과 어려움도 분명 있다. 그러나 생명을 잃을 정도의 극악한 인권침해의 핵심은 아내구타에 있다는 것은 이주여성이나 한국여성이나 마찬가지이다.
국제결혼한 가정에서 아내구타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마치 이주여성들만이 맞고 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이러한 관심이 먼 타국에서 와서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편에게 맞고 사니 얼마나 불쌍한가라는 선의의 발로라고만 보여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지난해 여성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가정의 40.3%가 부부폭력을 경험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캄보디아 이주여성 사건은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아내구타 문제와 같은 선상에 있다.
그렇다면 한국여성폭력은?
근본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는 아내구타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 모두가 단호한 근절의지를 가지고 아내구타의 피해자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아내구타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 없이 이주여성들에 대한 동정심만으로 우리가 할 일을 다했다고 보기좋게 포장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전반적으로 발생하는 아내구타문제가 주변화된 일부 남성들의 문제로만 떠넘기는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 더 구체적으로 공감하기 위하여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나의 경계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서의 관심은 우리를 성장시키지 못하게 할 뿐이고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할 것이다.
구별하기 위한 관심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다면 행동은 우리 사회의 아내구타 피해자들의 힘겨움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부당하게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동질감과 연대감을 회복하는 것일 것이다. 잘못된 남존여비 관습을 명분으로 하는 비인간적인 폭력에 의해 상처 입은 인간을 향한 탄탄한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죄가 없나
이번 아내구타 피해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사건은 지속적인 아내구타의 결과이다. 주변의 도움 하나 없이 홀로 그 두려움과 공포를 견뎌내야 했던 이주여성이 남편의 폭력을 중지시키고자 했던 그 행위가 살인죄라면, 아내폭력을 방관하고 외면하고 심지어 ‘맞을만 하니까 그랬겠지’라며 폭력에 대해 관대함을 넘어 조장하고 있는 우리사회는 죄가 없는 것일까?
연이은 아내구타 피해 이주여성들의 사례는 아내구타가 일상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이주여성들의 힘겨운 시국(媤國)살이는 한국의 여성인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강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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