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교육과 인간교육 둘 중 아무 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입시교육이라고 해달라, 그리고 솔직히 인간교육 보다는 입시교육을 해달라는 것이 학부모들의 공통요구이다. 새 정부 학교 자율화, 다양화 교육정책의 단면이다. 지난 3월에는 중학생이 ‘50년은 더 산 것 같다’며 자살했고, 최근 언론보도된 유사 사건만 4건이다.
대학 신입생 중 똑똑한 아이가 줄어든다고 한다. 청소년이 움추러 든다고 한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10대를 키우고 있는 것일까? 글로벌인재인가? 문제풀이기계인가? 교육으로 경제 기적을 낳은 나라가 경제 위기 앞에서 교육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 경제위기를 맞아 교육기조를 검토해 봐야 하는 것이다.
며칠 전 일제고사가 초등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되었다. 전국의 학생들이 동시에 시험을 보는 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도 일 뿐 흔치 않은 일인데 지난 해 3월, 10월과 이번에 걸쳐 벌써 3번째이다. 도대체 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제고사는 '전체 학생이 시험친다'는 뜻으로 과거에는 국가가 학생의 학력을 알기 위해 한정된 학년을 대상으로 표집 실시했으나 새 정부 들어 전체 학생에게 확대됐다.
16개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도 전국 시험을 수차례 주관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자료로 학력이 뒤쳐지는 지역과 학교를 지원한다고 큰 소리 치지만 결국 지원은 쥐꼬리만큼 하고 3류 학교, 비선호 학교라는 낙인은 크게 찍어 대개는 학교 서열화로 귀착할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이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에서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룬 결과 타 지역, 인근 학교와 비교할 수 있고 서열이 나온다. 정부는 이 결과를 학교정보공개를 통해 학교홈페이지에 공개한다고 한다. 솔직히 교육적으로 무의미한 비교이고 무의미한 서열인데 정부는 이에 집착하고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 비교는 위력을 발휘해 학생들을 더욱 입시기계로 내몰고 야간 자율학습으로 내몰고 있는 형편이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스웨덴, 그 나라는 중학교 3학년까지 전국시험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공부가 늦되고 빨리되는 학생이 있기 때문에 미리 낙인찍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온갖 시험이 대학진학의 도구가 되어 교육과정을 왜곡시키고 교육이 변질되어 꼬리가 몸통을 잡아 흔드는 일은 없는 것이다.
힘겨운 입시전쟁을 거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는 ‘스펙’ 전쟁을 한다. 개인들 모두 살아남기 위해 애쓰지만 위기는 점차 악화되어가고 있다. 수 십년전 베스트 셀러 중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이 있었다. 애벌레들이 모두 꼭대기 최정상을 향해 기어오른다. 남보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숨이 차게 기를 쓰고 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른다. 그러나 꼭대기의 끝은 낭떠러지, 꼭대기에 가보지 않으면 누구 말도 듣지 않는다. 지금 한국 교육이 딱 그 형편이다. 모두가 지는 게임을 하면서고 이기는 게임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한국이 그동안 교육의 힘으로 경제기적을 이룬 것은 맞지만 경제위기에 직면해 이제는 과거와 다른 교육이 시급하다. 세계는 지금 점점 창의력과 민주적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고급 인력을 요구한다. 진정한 경쟁력은 이러한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경쟁 만능주의 신화를 부추기며 모든 아이들을 이기심과 탐욕의 노예로 만들고자 하는 잘못된 교육관과 교육정책, 그리고 무책임한 시장의 논리를 쫓아가는 교육정책으로는 그러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기존의 교육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김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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