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관련 5대악법 저지 공동투쟁 선언

지난해 하반기 국가정보원의 감청건수가 전체 대비 98.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여자에 대한 정부의 강도 높은 수사와 형사처벌이 계속되던 지난해 하반기 총 감청건수는 554건으로 전년도 동기대비 526건에 비해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가협,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7일 ‘2008년 하반기 감청 통계 발표’에 즈음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을 위한 통신비
밀보호법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방송통신위가 2008년 하반기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게 협조한 감청, 통신사실 확인자료 및 통신자료 제공현황 발표에 따르면, 전년도 동기 대비 검찰은 6건에서 12건으로 100%, 경찰은 42건에서 43건으로 2.4%, 국정원은 455건에서 481건으로 5.7% 증가했다. 반면 군수사기관은 23건에서 8건으로 65.2% 감소했다.

단체들은 “발표된 감청 통계자료를 통해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 역시 대폭 확대 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시민들의 통신 비밀이 극도로 침해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경악한 것은 국정원의 감청”이라며 “통신비밀보호법이 국정원을 위한 법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통신 감청의 대다수가 국가정보원에 의해 실시돼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난해 국정원은 전체 감청건수 중 무려 98.5%를 차지하는 등 감청 집행기관으로서 압도적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국정원의 감청은 일반 범죄수사와 관계없다”며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수사기관들은 줄곧 통신 감청을 남용해 왔으며, 특히 2005년에는 안기부와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충격을 준 것을 톺아 볼 때 현재의 통신비밀보호법으로 국정원의 감청 권력을 제어하는 것이 역부족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국정원은 한술 더 떠 한나라당 의원입법 형태를 빌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감청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이 개정안으로 달성되는 것은 국정원의 비밀권력 확대로, 심지어 국정원은 ‘간접 감청’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자신들에게는 예외적으로 ‘직접 감청’을 허용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정보수사기관의 정보독점과 이를 이용하려는 권력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도감청을 조장하면서 국민의 통신 비밀과 기본권을 소홀히 한 역사적 오류를 똑똑히 기억한다”며 “ 때문에 인권사회단체들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안이 처음 등장한 17대 국회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물론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사실상 안기부 시절의 정치사찰을 부활시키는 것이고, 제2의 국가보안법이라 할 국가대테러활동에관한기본법 제정은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무제한 확대하고 공공부문, 민간부문 정보를 국정원으로 집중시켜 관리통제할 야욕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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