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6일 ‘녹색성장과 영향평가’라는 제목으로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사)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가 주최한 2009년 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학술대회에서 ‘기로에 선 환경영향평가 -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논제를 미리 정하고 발표자가 발표자료를 미리 제출한 후 열리는 여느 토론회와는 달리 논제를 특정하지 않고 진행했고,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주관하는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 김경호 사무관과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과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하는 문현규 사무관이 참석하여 한마디 한마디가 긴장감을 느끼게 했고, 성현찬 단국대학교 교수, 이규석 성균관대학교 교수, 전재경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정남순 환경법률센터 부소장, 제종길 도시와 자연연구소 소장(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최준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하였고, 정용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환경영향평가를 이끌고 있는 정부·학계·시민단체·연구기관·실무기관 등이 두루 참석하게 된 토론회여서 완성도를 충분히 갖췄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연구하는 조공장 박사의 발제로 토론회는 시작되었다. 조공장 박사는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실하다’, ‘사업의 면죄부다’, ‘지나친 규제완화가 되고 있다’, ‘경제발전의 걸림돌이다’, 심지어 ‘환경부는 손떼라’와 같은 비판이 있다고 소개하여 토론의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문현규 사무관은 “환경영향평가제도가 규제가 아닌 의사결정지원형제도로 바뀌어야한다” 그리고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로 절차가 이원화되어 있고 통합법도 중복 문제는 여전하다” 또 “스크리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최준규 연구위원은 “의사결정지원형이 되기 위해서는 국토부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능력을 보여 줘야한다”고 받았다. 성현찬 교수는 “환경영향평가가 개발을 억제했었던 적이 (있기는)있었는가?” 반문하여 환경영향평가의 현주소를 환기하였고, “지금 근본 문제는 총리·대통령이 결정 후 (사전환경성)검토하니 입지(적정성)검토가 안된다”고 진단했다.

정남순 부소장은 “평가의 부실 이전에 사업의 부실이 문제다. 사업의 부실을 거를 수 있는 제도가 없다”고 진단했다.

제종길 소장은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잘하려는)의지를 보여야한다”면서 “사전에 (개발사업을)발표해버리고 사업을 더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한다”고 우려했다.

환경부의 김경호 사무관은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고유한 제도가 아니라 다른 개발에 뒤따르는 제도이어서 (개발주체의)태세에 따라 규제여부가 정해지는데, 사업자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아직 규제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받았다. 그리고 “개발절차가 복잡하면 환경영향평가 절차도 복잡해진다고”고 받았다.

청중 중에서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장에서 환경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그 책임이 승인기관에 있으면 의사결정형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맞고, 환경부에 있으면 규제형이 맞다”고 의견을 말하였다.

전재경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제도에서는)평가단계가 없다. 사업자가 평가서를 작성하는 단계는 평가가 아니다. 사업자가 평가를 하면 신분의 혼동, 지위의 혼동이 발생한다. 개념 논리적으로 평가가 안 된다. 사업자가 작성하여 승인기관에 제출한 후에 승인기관에서도 평가를 안 한다. 협의기관의 협의도 평가가 아니다. 협의는 행정처분이 아니다. 따라서 사법통제가 안 된다. 법률적인 연계 고리가 없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대해 법적 소송이 일어날 수 없다. 결국 법적 평가 단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관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논평했다.

또한, 전재경 연구위원은 준비해온 토론 자료를 통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적 입법이 증가하므로 미국의 국가환경정책법과 같이 법령안을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하여야 하고, 사업자와 감시자(평가자)의 법적 지위를 구분해야 하므로 평가주체를 미국과 같이 사업자에서 행정청으로 바꾸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을 위하여 정보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하므로 EU에서 시행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공청회 절차를 개선하고 불복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생활권적 기본권은 정당한 보상으로 해결될 수 없으므로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하여야 한다는 등의 논평을 하였다.

평가 주체에 대해 김경호 사무관은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의 문제 때문에 (평가)주체는 사업자로 하고 있으나 개선 가능하면 노력 하겠다”고 하였다.

평가의 책임 문제에 대해 전재경 연구위원은 “환경부는 규범을 마련해 놓고, 평가서에 대해 논평까지만 하고 승인기관이 평가를 책임지게 하여 (평가 관련한 소송은) 승인기관을 상대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하였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그동안 책임과 권한에 대한 기초적인 수준의 역할 분담도 안 된 채로 30년 넘게 운영되어 왔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에 대해 어느 토론자도 이의가 없었다. 환경부에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에게 지우고 있는 타당한 근거가 제시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에게 지우는 것은 사업자에게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권한도 부여한 것이다. 이는 법률전문가인 전재경 연구위원의 논평에서 분명히 한 바와 같이 신분의 혼동, 지위의 혼동이 발생하므로 개념 논리상 불가하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에게 규정하고 있는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실패를 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순신 장군은 작전계획 수립 때 실패하는 전쟁은 목숨을 걸고 반대하였다. 계획에서 이미 실패하면 실전에서 성공하는 것은 행운에만 맡기는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법에서 이미 실패하도록 구조화해 놓고 뭘 하자고 했는가? 실로 한탄스러운 실정이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운영에서 사업자는 평가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렇다면, 평가는 누가하고 있는가? 어느 누구도 평가를 하고 있지 않다고 법률전문가는 말하였다. 이번 토론회에서 누가 평가를 하고 있는지 어느 토론자도 말하지 않았다.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평가는 누가해야하는가? 이에 대해 전재경 법률전문가는 승인기관이 해야 법리가 형성됨을 분명히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어느 토론자도 이견을 말하지 않았다.

30년 넘게 법을 운영하면서 환경영향평가의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에 대한 사회의 문제제기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해결하지 못하였다. 환경부에 있는 공무원은 특별히 아둔하고 공복임을 잊고 사는 사람들만 모아놓은 것은 아닐 터인데도 3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였다면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운영하는 조직에게 걸 맞는 지위가 부여되어 있는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전재경 법률전문가의 해법을 적용하기 위해 승인기관이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책임을 지우게 하는 환경영향평가법을 제정하고 운영하고자 할 때 환경부가 이를 실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미국에서 1960년대에 국가환경정책법(NEPA)을 제정하면서 환경질위원회(CEQ)를 대통령 직속으로 둬 환경정책개발과 환경영향평가 관련 규정을 담당하도록 두고,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논평과 평가서관리를 환경보호청(EPA)에 맡기는 조직구성으로 한 것은, 시행착오만을 30여 년 간 계속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 볼 때, 매우 기초적이며 중요한 것임을 이제 깨달아 배워야 한다. 이 일을 환경부가 실시하는 것은 태생적 한계가 분명하다. 이 일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만이 할 수 있다. 국회에서 하지 않는다면 학계, 시민환경단체, 언론, 그리고 일반국민은 자신의 존재이유에 답해야 한다.

국회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인간 행위로 인한 환경영향이 발생하였을 때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국민이 분명하고 쉽게 알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시급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기로에 선 환경영향평가 -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장면

한말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