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리스'의 하소연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4.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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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했다며 학생부에 끌려간 친구/책상 빼앗지 말라 하다 맞아 죽은 친구/영박이가 그랬죠/우리 반을 위해 어쩔 수 없댔죠/나는 알아요/임영박 친구 강부자 고소영 위해 그랬다는 걸.’(우리반 반장 임영박)

‘내 나이 서른하고도 네 살 왜 아직도 용돈 타 쓰나/그건 내가 실업자기 때문, 어떡하죠 구해줘요 임영박!’(내 나이 서른 하고도 네 살)


'잡리스'의 애절한 하소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노래하는 미네르바’ 성악 그룹 ‘잡리스’(Jobless)의 애절한 하소연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세종대 성악과 출신들로 구성된 잡리스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빗댄 패러디로 가슴을 파고든다. 잡리스는 ‘거짓말했다며 끌려간 친구’ 미네르바와 ‘책상 빼앗지 말라 하다 맞아 죽은 친구’ 용산 철거민의 아픔을 대변한다. ‘잡리스’라는 그룹 이름답게 청년실업을 주제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토로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과 실업자 100만명 시대의 청년 실업은 학업에 전념해야 할 젊은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이중고이다. 대학생들은 연간 1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거나 고이율의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업을 마친 뒤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드문드문 있는 일자리라고는 한시직 인턴일 뿐이다. 어엿한 직장을 잡더라도 삭감된 임금이 기다리고 있다. 대출받은 등록금은 눈더미처럼 이자가 붙어 빚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3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19만5천명이나 줄어 환란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취업자 수 감소폭은 지난해 12월 1만2천명, 올해 1월 10만3천명, 2월 14만2천명 등으로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실업률은 4.0%로 올라섰다. 실업자는 95만2천명으로 구직 단념자 17만1천명까지 합하면 실제 실업자는 1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청년 실업은 매우 심각했다. 청년 실업률은 8.8%를 기록해 정부의 인턴제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사상최악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위기

이런 판국이니 여학생들이 곱게 기른 생머리를 자르면서라도 항의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에는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한국대학생연합 대표와 학생 100여명은 ‘반값 등록금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연 뒤 삭발식을 가졌다. 경찰은 남녀 학생 가릴 것 49명을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다음날 서울 명동에서는 100여명이 모여 ‘3보1배’를 가졌고 저녁에는 600여명이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명자민 박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는 피켓과 ‘민주주의 상습 파괴 대통령도 연행해라’는 손수 제작물을 들었다. 한대련은 5월1일과 2일 노동계와 함께 ‘등록금 인하 비정규직 철폐 이명박 심판 범국민대회’와 ‘전국대학생행동’을 개최할 예정이다.

대학생들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이후 아이들은 무한경쟁 교육에 내몰렸고, 대학에 들어오면 고액 등록금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아둥바둥 살면서 고액 등록금을 부담하고 졸업해도 2개월짜리나 4개월짜리 인턴밖에 할 게 없다”며 “게다가 정부는 대졸 초임 삭감을 대책으로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대학생들의 목을 바짝 조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4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연간 28만개, 총 55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는 하나같이 1~2년 뒤에는 사라질 단기의 임시근로직이다. 단기 인턴제는 청년들에게 적절한 직무훈련을 제공하지 못하고 인턴 수료후에 취업으로 연계되지 못하면 인턴기간이 끝난 뒤에는 또다시 구직활동에 나서야 하는 임시직에 불과할 뿐이다.

4월 혁명 정신도 진화한다

괜찮은 일자리 감소와 나쁜 일자리 증가, 청년 미취업자 급증 등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질병이다. 정부의 대책은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임시방편으로 단기근로를 양산해 고질병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은 지속가능하며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청년고용할당제를 적극 도입하여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이제 4월 혁명 정신도 달라졌다. 대학생들은 ‘고액 등록금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사회를 진보시키고 나라의 미래를 바꾸는 오늘날의 4.19혁명 정신’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북부지역 대학 총학생회장단은 ‘4.19혁명 기념 뜀박질’ 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49년 전 대학생들이 민주주의와 진보를 위해 목숨을 던졌다면 지금의 대학생들은 고액 등록금과 청년실업 속에서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던 민주화 운동이 자신을 불태우는 촛불 시위로 진화했듯이 4월 혁명 정신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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