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예측한 21세기 지구의 모습은 암울하다 못해 절망적이다. 게다가 이제라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 노력을 보이고 있는 건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모두 합리적이거나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에너지 소비는 현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핵심이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곧 사회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기후정책들은 현 사회시스템을 유지하는 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에너지 생산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중앙집중형 에너지공급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 생산비용을 극도로 중시하는 중앙집중형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경제성이 가장 높은 화석연료나 핵연료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작금의 기후위기를 일으킨 주범이고, 핵연료는 잠재적 환경파괴력과 세대간 불평등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에너지원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회체계의 전환, 즉 중앙집중형 에너지공급 시스템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이 바로 지역에너지다.
지역에너지는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가능에너지원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고, 각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해당 지역에서 얻기 때문에 분산형 에너지체계에 속한다. 덴마크의 삼소도(Samso Island)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지역에너지 체계를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즐거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1997년 덴마크 정부는 공모사업을 통해 삼소도 내에서 쓰이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100% 충당하는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지난 10년간 육상풍력발전기 11기, 해상풍력발전기 10기, 밀짚을 이용한 지역난방시설 3기, 태양광 및 우드칩 난방시설 1기 등을 공급했다. 그 결과 섬 내부 전력수요의 100%를 풍력발전으로 충당하고도 남아 외부에 전력을 판매하고 있고, 태양열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와 새로운 난방시스템 도입 등으로 난방에서도 에너지 독립을 일궈냈다. 유채를 재배하여 자동차, 경운기 등의 연료로도 사용하고 있어 교통 쪽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삼소도의 경우 지난 10년간 총투자액 약 800억 원 중에 정부가 직접 투자한 돈은 7.5%인 약 6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주민들이 개인, 협동조합 형태로 투자해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의지만 있다면 지역에너지 체계는 언제 어디서든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앙정부가 가진 에너지 전환 인식이 매우 편협한데다가 주민들은 경제적인 이유들로 인해 적극적으로 에너지체계를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에너지 전환에 관한 변혁적인 비전과 함께 각종 지원책들을 만들어야 하고, 지방정부는 보다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지역에너지 체계로의 전환 고민을 해야 한다. 또한 주민들 역시 기후변화대응에 능동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기후변화에 맞서 에너지체계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들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언제나 ‘긍정’의 힘이었다. 경제성이 없다는 경제학자들의 근시안적인 접근 방법은 사회를 전환시키겠다는 각 주체들의 긍정으로 얼마든지 상쇄될 수 있다. 우리의 마을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덴마크의 삼소도처럼 지구를 위한 마을이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체계가 된다고 상상해보자.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이 글은 에너지정치센터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진우 에너지정치센터 정책실장
이진우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당, 사하갑 이성권·이갑준 ‘부정선거 혐의’ 고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