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지난 21일 7차례 예비접촉을 가진데 이어 22분간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사업 재검토에 대한 접촉을 가졌다. 이번 만남에서 북측은 개성공단 사업을 위해 남측에 주었던 모든 제도적인 특혜조치들을 전면 재검토할 것과, 개성공업공단 사업과 관련한 기존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며 남측은 이에 필요한 접촉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은 돈 문제가 아니라 남측 선택에 의해 개성공단이 없어지는 모양새로 가도 된다는 게 북측의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북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미 결심한 것을 뒤집는 부담, 국제사회로부터의 부담과 6자회담 참여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맞춰 지난 23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남한 기업 등이 입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액이 1조36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굉장히 큰 손실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천정배 의원의 요구로 작성한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시 남북한 경제적 손익예상’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PSI에 전면참여한다면 개성공단 폐쇄 혹은 축소 등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같이 추산했다. 개성공단에는 지난 3월 현재 101개 업체가 입주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남한 기업 등의 직접투자액은 약 730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 직접투자액 7300억원을 ‘산업연관분석표’에 적용한 결과 생산유발액은 6300억원으로 계산됐다. 이 돈이 국내에 투자됐다면 6300억원의 생산유발액이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의미다.

이러한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이번 개성접촉 결과는 입주기업과 관련기업들에게 부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는 개성공단만 위기가 아닌 남북관계가 앞으로 상당수 복잡해지거나 험악해지는 상황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친다. 특히, 북한은 우리의 PSI참여를 북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강력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 시점에서 정부의 PSI 전면 확대 참여 문제는 향후 남북관계의 빠른 정상화와 현재 북측에 억류되어 있는 현대 직원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일부 보수언론은 북측이 이번 만남을 통해 돈을 더 달라고 한다는 악의적인 보도를 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이성을 갖고 봐야 한다. 북한은 현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이 이행되지 않기 때문에 개성공단에 특혜를 줄 근거가 없어졌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개성공업지구의 토지임대차계약을 다시 해 10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14년부터 지불하게 된 토지사용료를 6년으로 앞당겨 지불하며, 개성공업지구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도 현실에 맞게 다시 조정하자는 것이다. 현 정부와는 개성공단사업을 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있다.

누차 강조하지만, 개성공단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민족의 공동 번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휴전선 근방을 평화지대로 만들고 대규모 인적·물적 왕래와 주민 접촉으로 남과 북의 갈등과 대립을 실질적으로 완화시켜왔다. 다행히 정부가 민간단체 방북 허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국정 최고 가치로 여긴다면 개성공단 사업 재검토 협상에서 통 큰 결단과 의지로 상생의 접점을 찾아 남북 대결구도를 상생·공영의 구도로 전환할 시점이다.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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