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관리실태 전면 점검 요구

백두대간의 마지막 생태계 보고로 알려진 울진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에 대한 환경 당국의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환경부가 이 일대에 대한 보전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 3월, 관리출장소를 설치하고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밀렵꾼이 빈번하게 출입하는 등 형식적인 강화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최근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핵심지역으로 설정된 경북 울진군 서면 왕피리와 경북 영양군 갈전리 경계 지점에서 올무에 걸린 산양 사체를 발견했다며 왕피천 생태보전 지역의 관리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요구했다.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최근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핵심지역으로 설정된 경북 울진군 서면 왕피리와 경북 영양군 갈전리 경계 지점에서 올무에 걸린 산양 사체를 발견했다며 왕피천 생태보전 지역의 관리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요구했다. 사진은 수 개월 전, 올무에 걸려 죽은 것으로 확인된 산양 사체

녹색연합은 지난 6일 12시 경, 중림골에서 올무에 걸린 산양 사체를 발견했다며 발견 당시 산양의 털이 겨울털로 보아 지난 12월에서 올 2월 사이에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또 녹색연합은 산양 사체가 발견된 곳 주변에 4개의올무가 추가로 발견되었고 멧돼지가 이용할 만한 목욕터가 있다는 점에서 멧돼지를 잡으려는 올무에 산양이 걸려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무로 이용된 와이어의 상태와 매듭을 봤을 때 전문적인 밀렵꾼 소행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일대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관리실태는 엉망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보전지역 지정 3년, 그러나 관리는 ‘갈팡질팡’
보전지역 내 올무수거 등 한 차례도 없어

녹색연합은 또 “울진 왕피천 지역은 DMZ에 버금가는 야생동물의 낙원으로 산림청과 환경부의 관리 감독 아래 밀렵과 수렵 및 채취행위가 금지된 곳”이라며 “이러한 지역에서 죽은 지 6개월 가까이 된 산양의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의 관리주체인 환경부의 관리 감독의 방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환경당국의 허술한 관리실태를 비난했다.

왕피천출장소

왕피천 일대는 지난 2005년 10월, 국내 최대인 3천 만평(102.84㎢, 국내 생태경관보전지역 총 면적의 14배 규모) 규모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왕피천은 산양, 삵, 담비 등 멸종위기종 1,2급 야생동물식물 18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국내 최고 규모의 자연생태계 보고로 알려져 있다.

또 녹색연합은 “환경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월악산 일대에서 ‘산양 증식 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정작 국내 최대 산양서식지인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각종 올무 등 생태계를 위협하는 시설물에 대해 수거작업 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녹색연합 측의 ‘올무에 걸린 산양 사체’ 발견은 이 달 11일부터 18일까지 있을 ‘제 12회 녹색순례’를 위한 왕피천 일대의 사전 답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실제 지난 3월 개소한 대구지방환경청 왕피천 환경출장소 측은 지난 2월, 보전지역 바깥에서 올무 수거 작업을 한 차례 했을 뿐 정작 보전 지역 안에서는 단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관련, 왕피천 환경출장소(소장 이상욱)는 “이번 산양사체 발견 보도 후 문제의 산양사체를 수거했다”고 밝히고 “5월 중에 계획을 수립, 올무수거 작업 등 대대적인 실태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자 환경 당국이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산양사체 발견과 관련, 왕피천 환경출장소 관계자는 “감시요원이 상시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보전지역이 워낙 방대하고 특히 이번 산양사체가 발견된 곳은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곳이어서 사실상 관리에 무리가 따른다”고 말해 차량 이동이 가능하지 않은 보전지역에 대한 관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다.

관련 법규 정비 시급... 탐방 예약제 등 단계별 탐방 대책 수립 절실
관련 예산도 턱없이 부족... 당초 1700억원서 현재 20여억원 수립

또 생태보전지역 관련 법규의 미비점도 확인됐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을 규정한 현행 자연환경보전법은 사실상 임의 출입을 규제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누구나 상시 출입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보전지역 내에서 야생동물 포획위한 올무를 설치하면 징역 3년 이하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 또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지에서 확인이 가능하거나 올무설치 등 위법 행위를 사후에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녹색연합은 “이번 산양 사체가 발견된 곳도 왕피천 상류 지역으로 핵심 구역 일부임에도 출입 제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밀렵꾼들의 통행을 제한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올부터 왕피천 일대가 생태관광지로 본격 개발을 서두르고 있음에 반해 구체적인 탐방 대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녹색연합은 “외국의 경우, 핵심 구역은 보통 학술 연구, 조사 활동의 목적에만 개방하고 있고 국내 국립공원 지역에서도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은 탐방 예약제, 예약 가이드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왕피천 일대 등 전국 생태경관보전지역에도 이같은 단계별 탐방 대책 도입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대해 이상욱 왕피천 환경출장소장은 “왕피천 보전지역 내에 8개소의 감시초소와 92명의 감시요원 운영을 통해 출입 목적이나 최소한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생태계 훼손행위 등에 대한 계도 등 상시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행 법규에는 출입을 강제할 규정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이 소장은 “왕피천 출장소가 개소한 것도 보전지역에 대한 효율적 관리때문”이라며 “감시요원 활용도 극대화 등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수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왕피천출장소

이와함께 효율적 보전. 관리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 방안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당초 환경부가 왕피천 일대를 생태경관지역으로 지정할 당시 왕피천 기본계획(자연보전, 주민 지원, 지역사회 발전 등)을 수립해 10년 동안 17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대구지방환경청의 왕피천 보전 협의회 회의 자료에 따르면 당초 예산 규모의 1/1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녹색연합은 “지난해의 경우, 왕피천 감시원 채용 비용을 포함해 약 11억 원의 예산만 쓰였고, 올 편성 예산도 10억 원 그치고 있다. 특히 애초 기본계획에 포함되었던 하수관거, 상수도 시설 등 예산이 많이 드는 사업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며 “보전지역 내 거주민들의 거부감을 줄이고 지역주민과 함께 보전지역을 지키기 는데 앞장서도록 하기 위한 계획이었으나, 당초 계획이 예산 미확보로 추진되지 못하면서 지역 내에서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이 지역 발전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고 환경 당국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한편 왕피천 일대는 지난 2005년 10월, 국내 최대인 3천 만평(102.84㎢, 국내 생태경관보전지역 총 면적의 14배 규모) 규모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왕피천은 산양, 삵, 담비 등 멸종위기종 1,2급 야생동물식물 18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국내 최고 규모의 자연생태계 보고로 알려져 있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