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독재는 통제돼야 한다

[시론] 황희석l승인2009.05.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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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용산 철거민들의 변호인이 팔이 꺾인 채 연행되고, PD수첩이 경찰의 진압에 사용된 크레인을 용역업체가 조달해 준 사실을 밝혀내면서 잊혀져가던 용산참사가 사람의 관심을 다시 모으고 있다. 재판부의 명령에도 1만여 쪽의 수사기록 중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3천 쪽을 내놓지 않는 검사를 제재할 것을 요구하며 변호인들이 변론을 거부하고, 스스로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라 명령해 놓고도 이를 위반하는 검찰을 수수방관하며 공판만 강행하려 하는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까지 하며 파행으로 치닫는 재판도 주목을 끌었다.

혹자는 용산참사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는 분위기 속에 변호인단의 법적 투쟁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으로 이어져 피고인들을 누명에서 벗겨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사법실상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기대는 접어두는 게 낫다. 기피신청을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조만간 재판은 속개될 것이고, 무죄를 증명할 수사기록을 요구할 수 있는 피고인들의 권리는 속박된 채 검찰이 내민 뻔한 나머지 자료만으로 각본에 따라 연극하듯 재판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수사기록을 꽁꽁 숨기던 검찰이 돌연 태도를 바꿀 이유도 없거니와 검찰이 법원의 명령을 위반했다한들 법원이 제재할 뾰족한 방법도, 그럴 의지도 없다.

검찰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헌법상 권리에 기초한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권을 무시해도 법원이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제공하지 않는 수사기록을 증거로 받아주지 않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수수방관하는 데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법 때문일 수도 있지만 법 제정의 오류만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피고인에게 수사기록을 제공하지 않는 검사를 형사처벌하는 법을 만들려 해 보자. 검찰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어렵게 그런 법이 만들어졌다 치자. 지금도 법에도 없는 ‘정치적 악용의 소지’ 같은 이유를 대며 거부하는 검찰이 그런 법에 겁먹을 리도 없지 않은가? 더구나 누가 수사해서 누가 기소하는데.

법원이라 다를 바 없다. 검찰과 법원의 권한은 반비례할 것 같은 통념과 달리 검찰의 권한이 강해지면 법원의 권한도 비례하여 커지는 게 현실이다. 법의 영역이 넓어지면 같이 수혜를 보는 점에서 법원과 검찰은 공생하는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게다가 법원은 심판의 기능을 위탁받으면서도 스스로 어느 한쪽의 선수로 뛰기도 하며 선수보다 더 큰 영광과 권세를 누리려 한다. 신영철 대법관 사태는 스스로 선수가 되어 살아있는 권력에 빌붙어 더 큰 권력을 누리려는 고위법관들의 행실을 그대로 드러낸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러니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틀어쥐고 검사동일체 원칙 아래 전국의 검사가 검찰총장 아래 일사불란하게 10만 경찰을 지휘하는 검찰에 어떤 간 큰 판사가 대들며 제재하겠다 나서겠는가? 검사가 법원의 증거개시명령을 위반하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고 검사를 형사처벌하는 미국 법원의 결정은 언감생심이다.

이미 사법독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서슬 시퍼렇던 유신과 군사정권이 끝나자 소리 소문 없이 권력의 진공상태를 메우고 누구로부터도 통제받지 않는 거대권력집단이 된 곳이 바로 법원과 검찰이다. 이들은 ‘법치’의 원리가 자신에게 가장 이익되는 구호임을 직감하고 개인 간의 갈등은 물론 사회 내 계급과 계급, 집단과 집단 간의 대립도 모두 ‘법으로 해결하자’는 철칙을 유통시켰고, 청와대나 정당으로 쫓아가던 민원이 이들을 찾아가도록 했다. 자연 이들에 대한 인원과 예산도 늘어났고 그만큼 이들이 미치는 영향과 비중은 날로 커졌지만, 정작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국회는 법으로, 대통령은 임명으로 이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법에 관한 한 이들이 국회의원보다 몇 수 위이고, 대통령도 임기 후에는 사실상 임기가 따로 없는 이들의 소환을 받지 않으려 비위를 맞추는 세상이다.

법원과 검찰을 통제하고 그 힘을 빼고 분산시키지 않고서는 공정한 사법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쉽게 현실의 권력에 영합하여 자신의 권세만을 키워온 그들이 스스로 헌법의 가치를 존중하지도, 실현하지도 않는 마당에 애써 국민이 그 힘을 키워주거나 신뢰를 챙겨주는 것은 바보스러운 일이자 제 무덤 파는 격이다. 국민참여재판 도입, 재정신청의 확대 같은 조치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검찰을 수사청과 공소청으로 쪼개고, 고위공직자 수사기관을 따로 만들고, 검사동일체 원칙도 없애고, 지방분권화하는 방안, 기소 여부를 배심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형사사건의 전면적 배심제를 도입하며 관료적인 사법체제를 분권화하는 방안 등 수사와 인신구속, 기소와 공판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의 독단과 폐쇄적 권력독점을 무너뜨리는 혁신적인 통제수단을 상상해야 할 때다. 통제받지 않는 사법의 폐해가 이미 극에 달았기 때문이다.


황희석 변호사

황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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