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는 두 기차를 멈춰라”

남북 힘겨루기, 위기관리 포기했나 이장희l승인2009.06.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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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반도 긴장 급증… 우리의 선택은?

한반도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4일 북측의 제2차 핵실험, 26일 남측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참여 선언, 27일 북측의 정전협정 무효선언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한반도 긴장이 어디로 갈 것이며 그 끝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여기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한국, 일본이 북핵실험 제재조치 강화로 맞서고 있는 시점이다.

국내적으로는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전 국민이 애도를 표하는 상황 속에서 북핵실험과 일련의 후속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북측의 핵실험은 이유를 불문하고 현 시점에서 매우 당혹스러운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두 기차가 마주보고 달려가는 상황’이 전개되는 셈이다. 우리는 이런 엄중한 한반도 정치·군사적 현실을 현명하게 극복해야 한다.

북핵실험, 이유불문 규탄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우리가 고려해야할 지점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우선 왜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했는가이다. 두 번째는 북핵실험이 왜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인가 하는 점이다. 세 번째는 북핵실험 후 남측이 PSI 전면참가를 선언한 것에 대해 왜 북측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하는 것인가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정전협정을 인정하지 않으며 실질적인 교전상태로 돌입했다는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냐다. 그리고 우리는 이같은 쟁점을 토대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응방법에 있어 정부와 집권여당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을 펼치고 있다. 우선 ‘핵주권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렇게 가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이같은 대응은 현재 워치콘(대북정보감시태세)을 2단계로 상승시킨 상황이다.

무력 맞대응은 위기 심화

과연 이같은 대응이 바람직한 것인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구는 없는가. 더 지혜로운 방법을 통해 장기적, 단기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무엇보다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지금 NLL(서해 북방한계선)은 바로 국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게다가 서해 꽃게가 내려오는 6월이라는 시점은 위기를 더욱 점층시키고 있다. 서해 국지전부터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간 대화의 통로, 채널을 어떤 식으로든 복구해야 한다. 현재로선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매우 위험한 조건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 특사, 제3국 특사 또는 비영리민간단체의 접촉 등을 강구해야 한다. 정치·군사적 대치가 서로 끝도없이 에스컬레이터(상승)되는, 가장 우려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해 교전 위기 고조부터 막아야”
소통부재가 가장 큰 위험조건… “직접 만나야”
핵주권론 등 위험천만 당정 발언·인식 폐기를


현 시점에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 중 하나는 가장 비정치적 접촉방식인 남북경협과 인도적 지원을 복구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 전면 개방을 포함한 일련의 경협과 인도적 협력을 위한 대통령의 대북정책 획기적 전환 선언이 시급하다. 상황을 지켜보며 PSI 전면참가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획기적 대북정책 전환 선언을

또 6.15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의 실천이 담보돼야 한다. 그 일환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10.4 정상선언 이후 총리급 회담 합의를 조속히 실천하는 입법조치를 이뤄야 한다.

장기적이자 외부적 측면에서는 남측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조건을 성숙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지켜지도록 노력하고, 남북간 평화협정체재를 위한 상호 특별위나 준비위를 발족시키는 진전을 이뤄야 한다. 유엔차원에서 각국 대사간 논의나 반기문 사무총장의 적극적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미국에 대해서도 ‘한반도 문제는 남북에 맡겨달라’는 견지에서 경제제재 등에 대해 유연한 대처를 주문해야 할 필요도 있다. 결론적으로 근본적 신뢰를 먼저 구축하고 한반도 상황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일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왜 북측이 핵실험을 했는가를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은 핵실험 이전 미국에 그 사실을 알렸다. 현재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이 NPT(핵확산방지조약) 평가 회의가 개최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 회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이 북한의 포석이다.

또 북한은 북미간 직접 대화 채널을 마련하기 위해 핵실험을 했을 수 있다. 현재 남북관계는 매우 악화된 시점이다. 북측이 대외적 활로를 개척하고 북한 인민들의 사기를 높이거나 체재를 단속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핵보유국가라는 위상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함이 있다.

NPT 내년 회의 대응 포석

이를 바탕으로 보면 미국이 현재 대북강경 노선을 검토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NPT나 PSI 모두 실제로 미국이 주도하는 체계이다. 이에 균열이 벌어지면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입장에선 국제적 리더십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했을 때도 비슷한 위기감을 미국은 갖고 있었다. 다시 말해 미국의 강경 대처 움직임은 자국내 리더십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유엔의 상황을 돌아보면, 북한이 지난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을 한 뒤 마련된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 문제를 들며 추가 제재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에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지난번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와는 상황이 다르다. 의장 성명 정도가 아닌 추가 제재안 결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전협정 위반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현 정전협정에는 ‘남북 모두 쌍방 전투력을 증강하는 일련의 행위를 금지’하도록 돼 있다. 북이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전투력 증강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정전협정 위반이라 할 수 있다. 남측의 PSI 전면 참가도 북에서 보면 군사 행동 강화 측면에서 정전협정 위반으로 주장할 수 있다. 남측의 참가를 도발로 간주한 이유다. 북측이 지난달 27일 인민군 판문점 대표국 성명을 통해 혁명무력을 이야기한 것은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상황은 무척 어렵고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 다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강조컨대, 현재의 남북대치 에스컬레이터 정국은 해소돼야 한다. 남측이 먼저 평화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화해협력의 신호를 보내야 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 방안이다. ‘한반도의 이같은 엄중한 현실은 매우 유감이지만 남북 모두 위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긴장도를 낮추는 게 우선이라고 먼저 남측이 제안해야 한다.

1982년 동서독 사례 참조를

여기서 남북은 지난 1982년 동서독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면배치를 공언, 동서독은 대리전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신냉전의 최정점에서 서독의 슈미트 수상은 동독의 호네트 서기장에게 더 이상 독일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며 ‘무조건 만남’을 제안했고, 동독을 전격 방문했다. 그리고 ‘양국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 서독은 동독에 경제적 협력을 약속한다, 동독은 통행제한조치를 푼다’는 세가지 선언을 발표했다. 그 다음 상황은 미국과 구 소련이 ‘동서독에 미안해 하는’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번 한반도 위기도 남북이 직접 만나면 쉽게 풀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남측 정부와 집권정당의 대단히 강력한 대북강경 기조는 폐기돼야 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핵주권 문제와 전시작전권 2012년 환수 연기 주문은 북측의 핵무장론을 정당화시키거나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었다.

강조컨대, 북한의 핵실험 도발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대북 적개심만 고취시키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자제해야 한다. 시간을 두고 우선 접촉해야 한다. 한반도는 현재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안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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