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논란 뜨거운 미국

오바마 정부의 기후관련 정책 핵심 정리 김병윤l승인2009.06.01 11:3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왁스만-마키 법안의 맥락과 동향

부시 행정부가 쿄토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기로 한 이래 지구온난화에 대한 정책은 미국 정가에서 매우 정치적인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은 이를 더욱 부추겼고, 개혁적인 과학자들의 조직인 ‘우려하는 과학자 연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포함한 과학자들의 서명운동을 조직해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회의적인 태도는 표면적으로는 과학적인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석유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정권의 기반 때문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받았다. 이라크 전쟁도 석유자본과의 이해관계와 결부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 대선에서 미국 민주당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와 전향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연결할 수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선 직후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회의가 열린 폴란드 포즈넌에 지난 대선 후보인 케리(John Kerry) 상원의원을 파견하기도 하는 등 기후변화정책에 있어서는 미국이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취하고 국제적인 의무감축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전지구적인 경기후퇴는 미국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을 주었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결정적인 문제 중 하나가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과는 달리 에너지 효율적인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하는 데에서 찾는 논리가 강화되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 에너지 분야의 담당자들에 대한 인선 및 의회에서의 리더십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백악관 과학자문관은 환경 및 에너지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천착해온 하바드 케네디행정대학원의 존 홀드런(John Holdren)이 인선되었으며 ‘기후 짜르’라고 언론에서 부르던 에너지 및 기후변화 자문관으로는 클린턴 정부 때 환경보호청(Enviro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의 책임을 맡으면서 고어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실제로 현실화시키는 데에 기여했던 캐롤 브라우너(Carol Browner)가 맡았다. 또한 캘리포니아에서 흑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녹색일자리 운동을 하던 ‘그린칼라이코노미’(Green Collar Economy)의 저자 반 존스(Van Jones)를 녹색일자리를 담당하는 자리에 임명하기도 했다. 내각에서는 에너지부 장관으로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Steven Chu), 환경보호청에는 리자 잭슨(Lisa Jackson), 국무부에는 힐러리 클린턴(Hilary Clinton) 등이 임명되었고 이들은 모두 임명된 전후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향적인 정책을 예고하는 발언을 했다.

시민사회신문DB
지난 2007년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모습.

의회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의회 내에서도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 하원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상임위원회인 에너지 및 상업 상임위원회에서는 헨리 왁스만(Henry Waxman)이 기존의 위원장이던 존 딩겔(John Dingell)을 137-122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에너지 및 상업 상임위원회는 소위원회로 ‘에너지 및 환경’, ‘통신, 기술, 인터넷’, 의료보험개혁과 관련된 ‘보건’을 비롯하여 두 개의 소위원회를 더 갖고 있다. 이렇게 지난 대선 때의 핵심적인 쟁점들을 다루고 있는 상임위원회를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Nancy Pelosi)와 민주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의원들이 결집되어 있는 의회진보 코커스(Congressional Progressive Caucus)에서 같이 활동을 하기도 했던 헨리 왁스만이 당선되었다는 것은 사뭇 의미하는 바가 컸다.

왁스만-마키 법안의 주요 내용

지난 3월 31일 왁스만은 에너지 및 환경 소위원회 위원장인 에드워드 마키(Edward Markey)와 함께 포괄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법안을 제출했다. 600페이지가 넘은 이 법안은 ‘미국청정에너지및안보법’(American Clean Energy and Security Act)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에너지 및 상업 상임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왁스만 법안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청정에너지’ 장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 탄소포집 및 격리, 저탄소연료, 전기자동차, 스마트송배전 등에 대한 정의와 지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둘째, ‘에너지효율’ 장에서는 건물, 가전제품, 교통, 산업 전반에 걸쳐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셋째, ‘지구온난화’에 대한 장에서는 지구의 평균 기온을 높이는 온실가스를 제한하기 위한 방안들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환’에 대한 장에서는 청정에너지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소비자와 노동자를 보호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후 공청회와 상임위 및 본회의의 회의를 거치면서 수정되겠지만, 특히 민감한 부분인 온실가스의 의무감축의 ‘양’과 배출권의 ‘분배방식’이 공란으로 비어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다음에서 보다 자세하게 법안의 내용을 다룬다.

청정에너지=전력회사들이 풍력, 태양, 바이오매스, 지열 등의 재생가능에너지를 2012년에는 6%, 2025년에는 25%까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주지사들에게 재량권을 주어서 의무구매량의 20% 정도는 에너지 절약분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탄소포집 및 격리기술에 대한 시범사업 지원, 인센티브, 새로운 방식의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배출기준 수립 등에 대한 규정을 답고 있다. 석탄과 관련된 탄소포집 및 격리기술은 미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석탄이 미국에(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매우 풍부한 자원이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선호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파괴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에서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법안에서는 석탄을 미국의 미래에너지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으며 탄소포집 및 격리기술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청정연료와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는 바이오연료 및 전기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으며 기존 기업체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도 허용하고 있다.

스마트 송배전 항에서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에 권한을 부여해서 기존의 지역단위의 계획과정을 개선해서 재생가능발전을 통한 송배전 시스템 및 기존 송배전망의 개선을 기획할 수 있도록 했다. 주정부들과의 협력 항목에서는 각 주에서 연방정부가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에너지환경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생가능에너지원의 소비 확대를 위해 연방기구들이 장기계약을 통해 재생가능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건물에너지효율성을 위해서 신축건물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 및 기술지원을 가능하게 했으며 기존의 건물에 대해서도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을 허용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한편 환경보호청이 건물에너지효율성을 측정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외부에서 만들어져서 해당 지역에 설치되는 조립식 건물에 사는 주민들이 에너지 효율적인 새 조립식 건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전등 및 가전제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부의 에너지효율성 기준 작업을 조정했으며 연비기준, 배기가스기준 등의 기준을 재점검해서 교통수단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함과 더불어 철도, 해운 등의 기준을 재점검하고 대도시의 교통당국들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전력 및 가스 업체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2년까지는 전력부문에서 1%, 가스부문에서 0.75%, 2020년까지는 전력부문에서 15%, 가스부문에서 10%의 효율성 제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산업 및 공공부문의 에너지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및 재정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이 부분은 민감하기 때문에 전력, 석유, 화학, 자동차 산업 등의 대표와 환경단체들이 함께 구성한 미국기후행동파트너십(US Climate Action Partnership)과 협력해서 초안이 만들어졌다. 미국 전체의 온실가스의 85% 정도를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배출의 총량을 줄여나가는 프로그램으로 대략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2005년을 기준으로 2012년에는 3%, 2020년에는 20%, 2030년에는 42%, 2050년에는 83%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런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 이외에도 환경보호청이 국제적인 조림사업에 참여해서 2020년에는 2005년의 10% 수준의 간접적인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낼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배출권 가격의 5%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온실가스감축프로그램의 유연성을 위해 의무감축기업들은 할당된 배출권을 저축해서 이후에 사용하거나 미래의 배출권을 미리 빌어쓸 수 있으며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올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 전체가 매년 살 수 있는 배출권은 국내 10억톤, 국외 10억톤으로 제한된다.

또한 기업들이 외부에서 배출권을 구매할 때는 필요한 배출권의 양보다 1.25배 더 많은 양을 구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40톤의 배출권이 필요하면 다른 기업들로부터 50톤의 분량이 필요하다. 1년을 단위로 운영되는 탄소 시장에서 실제 배출량에 부합하는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는 추가 배출량에 비례해서 당시 시장에서의 배출권 가격의 두 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한편 환경보호청이 25억 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전략적으로 유보할 수 있도록 해서 가격의 폭등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으며 새로운 탄소시장의 현금거래를 감독하는 기능을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에 부여했고, 파생금융상품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단일 또는 복수의 감독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이 외에도 환경보호청에 이산화탄소 이외의 다른 온실가스인 염화불화탄소 및 검댕을 규제하도록 하고 있다.

청정에너지경제로의 전환=이상에서 명시된 정책들이 경쟁력을 상실하도록 하지 않도록 기업들에게 리베이트를 줄 수 있는 법적근거를 확보하고 이것으로 부족할 경우에는 수입품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포괄적 조정’(comprehensive adjustment)을 허용하고 있다. 녹색일자리와 노동력전환에 대한 항에서는 교육부에게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노동부에는 훈련에 대한 지원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소비자에 대한 지원 및 제3세계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나 의미있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제3세계 국가만 해당된다. 마지막으로는 온실가스 저감노력 이외에도 적응을 위해 해양대기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이 취약성 평가를 시행하고 국가기후국(National Climate Service)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적응 사업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이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에서 기후변화와 보건과 관련된 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환경단체 “비판적 지지”

법안이 발표된 3월 31일자 뉴욕타임즈에서는 법안에 대한 여러 집단의 반응을 소개하고 있는데, 공화당 하원원내총무인 존 뵈흐너(John Boehner)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들어, 새로운 규제의 도입은 미국에서의 일자리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을 요구하던 단체들은 법안의 도입을 환영했다. 이들은 공화당의 비판을 예상하면서 소비자들에 대한 부담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국제협상에서도 유리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미국 그린피스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매년 허용되는 20억톤의 총배출권 거래허용치가 너무 커서 실효성이 없을 수 있으며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건 환경단체들인 시에라클럽이나 천연자원보존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보도자료를 통해서 법안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내세웠다.

한편 기업들에서는 이에 대해 조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기업들마다 이해관계가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로서는 온실가스의 의무감축량을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쟁점이 분명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점을 들어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기업들은 현재 유력하게 제기되는 배출권의 경매방식 보다는 유럽에서 초기에 활용했던 무상 배분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언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역시 온실가스배출을 과연 어느 정도로 제한할 수 있을 것인가와 배출권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대목이다. 물론 이런 식의 배출량제한 및 배출권 거래보다는 탄소세를 선호하는 주장들도 매우 강하지만 현재 법안의 구성은 오바마 행정부가 초기부터 옹호했던 배출권 거래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배출량을 어느 정도로 제한할 것인가는 전지구적인 온실가스의 농도를 축소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과도 부합해야 한다. 그러나 급격한 배출량 제한은 경매를 통해 서로 거래될 배출권의 가격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높아진 가격은 일부는 소비자에게 이전이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도 배출량 규제로부터 면제된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핸디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경제에 부담될 수도”

4월 21일부터 4일간 왁스만-마키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21, 22일에는 상임위 전체를 대상으로 했으며 23, 24일에는 에너지 및 환경 소위에서 열렸다. 전체 공청회에서는 각 의원들의 발언으로부터 시작해서 법안의 목적 등에 대한 행정부의 견해를 환경보호청, 에너지부, 교통부 장관들이 해서 미국기후행동파트너십의 견해와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들 그리고 법안이 경제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들을 포괄적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23, 24일 소위 공청회에서는 다뤄진 주제는 법안 전체를 다루고 있었으며 소비자 보호, 경쟁력, 관련기술, 탄소시장, 에너지효율성 등의 쟁점들을 다루었다.

흥미롭게도 앨 고어와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가 공청회 마지막 날 발언을 통해 대립되는 견해를 발표했는데, 깅리치는 현재 제출된 법이 국가경쟁력, 안보, 국민을 고려할 때, “잘못된” 법이라며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고 ‘극단적’ 환경주의자가 아닌, 미국을 위한 다른 에너지 정책의 대강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청회 이후의 절차로는 4월 27일부터 소위 검토, 5월 11일부터 상임위 검토를 통해 의결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왁스만-마키 법안이 오바마 정부의 기후관련 정책의 근간이 될 것이지만 이와 관련해서 벌어지는 다른 변수들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왁스만-마키 법안이 나온 다음 날 상원에서는 공화당 주도로 기후변화 등에 대처하기 위한 법률로 인해 중산층 소비자들의 추가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을 고려하면 배출권을 오염자부담원칙에 의거해서 경매로 할당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거나 배출권을 경매로 할당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에 대한 다른 보완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계획은 배출권을 판매한 재원을 기반으로 에너지기술, 효율화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애초의 생각과는 멀어질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월 제안한 2010년 미국 예산안에서 청정에너지를 위해 향후 10년간 매년 1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 포함시켰다. 일단 기업들이 배출권을 구매하는 데에 지불한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왁스만-마키 법안의 배출권 거래제는 실제 집행은 매우 복잡해지거나 아니면 실효성이 없어질 수 있다.

한편 환경보호청은 4월 17일, 청정대기법을 확장해서 이산화탄소 및 기타 다섯 가지 온실가스를 오염물질로 규정하겠다는 제안을 발표했다. 다시 말해 인체에는 직접 유해하지 않은 온실가스를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과 같은 유해물질 등을 규제하던 법안에 의거해서 규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차 배출가스를 규제하는 청정대기법을 수정해서 온실가스를 규제할 수 있는 이 법안을 통해 배출권 거래제를 통한 대규모 공장에서의 온실가스 규제 이외에도 새로 생산되는 자동차의 배출기준에 대해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2003년 환경보호청이 청정대기법에 근거해서 이산화탄소를 규제할 책임이 없고, 설령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규제할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매사추세츠 주정부를 비롯하여 여러 환경단체들이 청정대기법에 대한 재해석을 요구한 소송에서 비롯되었다. 소송은 고등법원에서는 피고가 우세했으나 대법원에서 5:4로 원고가 승소하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판결에 따라 환경보호청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법안을 재검토했고 결국 온실가스들을 청정대기법의 규제대상이 되는 “현재 및 후손의 보건 및 복지에 유해하다”고 결론짓게 된 것이다. 공화당 원내총무인 뵈흐너는 ABC뉴스 인터뷰에서 이산화탄소를 위험 물질로 규제하는 것은 “코미디”라며 에너지 세제가 소비자 및 노동자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공청회는 5월 18일에는 버지니아 알링턴에서 21일에는 워싱턴 시애틀에서 열렸다.

이와 더불어 환경보호청은 4월 20일 발표한 왁스만-마키 법안에 대한 평가 자료를 통해 법안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표현했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결과 이산화탄소 1톤에 대해 2015년에는 13~26달러, 2020년에는 17~33달러 수준에서 배출권이 거래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공화당에서 주로 지적하는 소비자들의 비용에 대해서는 비용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계산할 때, 편익에 비해 비용은 전체 소비의 0.1~0.2%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양한 쟁점들의 포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왁스만-마키 법안에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경제위기에 직면하는 과정에서 미국에서 벌어진 여러 논쟁들이 반영되어 있다. 기후변화를 억제하려는 국제규범을 따라야 한다는 요청과 그것이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주장, 그리고 경제위기 국면을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로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과 불가능하다는 주장들이 현재 엇갈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행정부에서는 힘을 모아서 법안을 통과시키기를 원하고 있고 이 법안이 아직 의료분야 및 국제정치 분야에 대한 두드러진 움직임이 없는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집권 초기의 개혁성을 보여주는 사안으로 비춰지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역시 배출권의 규모와 배분방식에 대한 기술적인 논쟁이다. 부시 행정부가 교토 프로토콜에 대한 지속적으로 무시하면서 배출권 거래는 ‘친환경적’이고 이에 대한 반대는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거부하는 ‘친기업적’인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구도는 훨씬 복잡하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환경운동 진영사람들은 배출권 거래제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서부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저감목표로는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줄일 수 없다는 견해, 오염자 부담원칙을 강하게 부여해야 한다는 견해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Lexus and Olive Tree),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 등의 대중적인 저서로 유명한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만도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에 강한 의심을 표하면서 탄소세를 옹호하기도 했다. 일부 환경운동 진영에서는 프리드만의 견해가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했다면서 비판하기도 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프리드만이 그동안 환경운동 진영의 우군이었지만 이번에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기후와 관련된 적극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진영에 의해 왁스만-마키 법안을 반대하는 논거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쟁점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하원 상임위 및 본회의를 거치면서 점점 공개되면서 대중적 논쟁 및 전문가 논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 거래제도와 관련된 논쟁은 직접적으로 미국 산업 및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은 이 법안이 가져올 미국 국내외의 장기적인 영향이다. 배출권 제약은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동하겠지만 그 외에도 과연 유럽에서 80~90년대를 지나오면서 자리를 잡았던 생태적 근대화의 흐름이 세계 최대의 자원사용국인 미국에서 어떤 식으로 현실화될 것인가, 미국에서의 이런 에너지 규제가 과거 노동 및 환경규제가 작동했던 것처럼 제3세계의 국가들에게는 어떤 부메랑으로 작동할 것인가, 새로운 에너지 기술에 대한 국제 경쟁은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 산업구조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 과정이 저소득층, 중산층에게 어떤 경제적, 사회적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인가, 우리가 접하게 되는 사물들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아직 법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상원을 통과해서 공식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지만 왁스만-마키 법안은 기후변화 및 에너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확보했고 지금까지 제기된 다양한 쟁점들을 포괄했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다.

*이글은 에너지정치센터 홈페이지(www.enerpol.net)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김병윤 에너지정치센터 통신원

김병윤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병윤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