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이 책임지는 글로벌 캠페인 ‘디맨드 디그니티’ 출범
칸 사무총장 “경제에 투자하는 만큼 인권에 투자하라”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의 인권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 등 공권력의 과도한 무력사용, 이주자의 권리침해, 표현.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국가보안법에 따른 자의적 체포와 구금 등이 두드러진 것으로 지적됐다.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는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09 국제엠네스티 연례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지난 1년간 한국의 인권상황은 실질적으로 악화됐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보고서는 지난 한 해 동안의전 세계 총 150개 국가의 인권 관련 이슈와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인권상황 악화와 관련, 경찰의 과도한 무력사용, 이주자의 권리침해, 표현.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국가보안법에 따른 자의적 체포와 구금 등을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표현.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사례도 지적됐다. 앰네스티는 한국정부가 30개 이상의 작업장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시위에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고 지적하고 이 결과 고용주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회피할 수 있게됐다 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앰네스티는 한국의 일부 경찰이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되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반대 촛불시위에서 시위자들을 구타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물대포를 발사했고, 구금 중인 시위자들의 의료조치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시위자들은 골절, 뇌진탕, 일시적 시력상실, 고막 파열 등의 부상을 당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국 인권상황, 경찰력·이주자 권리·표현집회결사의 자유 등 악화
북한, 탈북 강제소환자 수감생활. 사형제. 표현의 자유. 국제사찰 등 지적

또 한국 정부가 지난 해 9월, 2012년까지 비정규 이주노동자의 거의 절반 규모인 22만여 명을 출국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를 당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앰네스티는 이와관련 지난 해 11월 있은 경기도 마석 소재 모 공장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체포 사건을 사례로 제시했다.

표현.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사례도 지적됐다. 앰네스티는 한국정부가 30개 이상의 작업장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시위에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고 지적하고 이 결과 고용주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회피할 수 있게됐다 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한국방송공사(KBS), 한국방송광고공사, 아리랑TV, 스카이라이프, YTN 등 언론사 최고경영자들이 현 정부의 지지자들로 교체된 점을 지적하고, 신임 사장 임명에 항의하는 시위로 6명의 언론인이 해고된 YTN 사례를 제시하고 1999년 이후 10년만에 ‘표현의 자유’가 다시 한국 인권의 주요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앰네스티는 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문제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찰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408명을 병역 의무 거부 혐의로 구속시킨데 이어 2009년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앞두고 국방부가 지난 해 12월, ‘여론지지 부족’을 이유로 이 계획을 보류했다 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도 도마에 올랐다.
앰네스티는 “2008년 현재 최소 9명이 국가보안법의 모호한 조항들로 기소, 구금 중에 있다” 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나 구속 기소됐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된 오세철 교수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날 연례보고에서 고은태 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은 지난 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와 관련해 “당시 소위 ‘불법폭력시위자’들에 대한 처벌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당시 시위대에게 저질러진 (경찰)폭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앰네스티는 “북한에서는 현재도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침해에도 비판을 가했다.

북한의 경우, 식량부족, 탈북 강제소환자들의 수감생활, 사형제, 표현의 자유침해, 국제 사찰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앰네스티는 북한의 식량 생산이 급감하고, 식량 수입도 감소했다 며 이 상황에서 장거리 전화가 차단되기도 했는데, 이는 식량 부족 소식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또 앰네스티는 정치 탄압이나 경제적 이유로 수천 명이 중국 국경을 넘었으며, 이 중 강제소환된 북한주민들은 최대 3년까지 수용소 생활을 하며 고문이나 학대를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교수형 또는 총살의 방식으로 북한 주민을 공개 처형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해 2월, 북한당국이 중국국경을 불법으로 넘었다는 이유로 15명의 주민을 공개 처형했다고 밝혔다.

칸 총장, 글로벌 캠페인 주 대상국은 미국과 중국
“슬럼가 강제퇴거, 여성의 재생산권 요구 등에 초점”

이 날 연례보고회에서 아이린 칸(Irene Khan)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세계가 점차 드러나고 있는 인권위기로 인해 만들어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시한폭탄에 앉아 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인권이 경제위기로 인해 폭발 직전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칸 총장은 연례보고회에서“세계는 지금 새로운 인권의 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폭발 직전의 인권의 시한폭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지도자들이 경제에 투자하는 만큼 인권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칸 사무총장은 “경제 침체가 인권침해 상황을 악화시켰고, 인권은 안보의 이름 아래 짓밟혀졌었다.”며 “이제는 경제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이 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세계적 인권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칸 총장은 “세계는 지금 새로운 인권의 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폭발 직전의 인권의 시한폭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지도자들이 경제에 투자하는 만큼 인권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이날 연례 보고회를 통해 “정부와 경제 주체들이 인권침해의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글로벌 캠페인인 ‘디맨드 디그니티(Demand Dignity)’의 출범을 공표했다. 칸 사무총장은 글로벌 캠페인 출범을 알리면서 첫 대상으로 미국과 중국을 지목했다. 칸 총장은 “미국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시민적 정치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글로벌 캠페인은 ▼ 슬럼가 강제퇴거 종식 ▼여성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 요구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기업의 책임 ▼미국과 중국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및 시민적 정치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가입 등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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