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여인숙은 1954년 주택으로 허가받고 지어진 건물로 1968년 여인숙 허가를 받고 숙박영업을 한 매우 노후한 건물이다. 그동안 단 한차례도 소방점검을 받지 않았고, 완강기 등 비상대피장치나 소화전은 물론이고, 소화기조차도 비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유사주거시설은 화재에 매우 취약한 구조이며 이미 유사한 화재사건이 빈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적극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부산소방본부는 화재 참사 후 부산지역의 여인숙과 쪽방을 대상으로 특별화재점검과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것이다.
부산에만 해도 327개의 여인숙과 쪽방이 있고, 전국적으로는 엄청난 수의 주택이 아닌 유사주거시설이 있다. 바로 여기가 갈 곳 없는 도시빈민들의 마지막 보금자리이다. 거리로 내 몰리기전에 찾는 가난한 이웃의 마지막 보금자리인 것이다.
도시의 낙후된 골목길을 들어서면 어렵지 않게 여인숙 간판을 만난다. 간판을 보며 ‘이런 곳엔 누가 자러올까?’라고 생각나게 하는 쇠락한 여관과 여인숙들…. 이런 숙박업소는 이미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 곳엔 장기 실직자와 무연고자, 빈곤노인 등이 달세 10~25만원 정도에 장기 투숙하고 있어 이미 오래전에 실질적인 쪽방으로 전락했다. 대략 추정하면 전국의 여관, 여인숙 2만7천330여개소(2006년 KOSIS 자료)중에 적어도 20% 정도는 이미 유사거주시설화 됐고, 이 곳 투숙객의 70~80%는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절대빈곤층이다. 이들은 화재 등의 안전사각지대에서 삶의 살고 있는 것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여인숙과 쪽방 등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면 해결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곳들 거의 대부분이 극히 노후화되어 있고, 목조 등 화재에 취약한 내외장재로 이루어져 있어 비상대피시설이나 소방설비를 완비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긴급하게 전국적인 특별점검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방재대책을 세워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여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2007년부터 정부가 시행중인 쪽방비닐하우스 임대주택사업의 선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기존 다가구주택을 매입, 공급하여 기존 생활권 인근에서 최장 10년간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한 적극적인 주거복지정책으로 그 의미가 크다. 문제는 이 주택의 공급대상이 쪽방과 비닐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에게만 한정된다는 점이다.
사실 훨씬 더 많은 수의 단신과 가족 단위의 도시빈민이 여관, 여인숙, 고시원, 찜질방과 거리 노숙을 오가면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는 NGO들은 현재 노숙인, 쪽방민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 취약계층용 임대주택의 지원범위를 확장하여 여인숙, 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자에게도 무주택과 저소득 등 일정한 자격조건을 전제로 공급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국토부와 주택공사 등 공급주체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토부와 주택공사 등은 시급하게 관련 지침을 개정하여 주택이 아닌 열악한 공간에 장기 거주하고 있는 최저 소득층이 입주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것만이 예고된 참사의 재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대책이기에.
이주원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지역사업국장
이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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