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9.08.2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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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은 과거 50년 동안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태하다고 걱정한다. 민주주의는 나라의 기본이다. 우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극복했다.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 이명박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해질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말하고 싶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고 싶으면 양심을 지켜라. 균등하게, 평화롭게, 정의롭게 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한다. 독재자에 고개를 숙이고 아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 정의로운 경제,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이룩할 조건은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행동하는 것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11일 ‘6.15남북 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 강연에서 토해낸 ‘사자후’이다. 평생을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화해와 평화통일, 서민과 중산층의 권익보호를 위해 헌신했던 ‘위대한 지도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퇴임하면서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였지만, 이명박 정부의 ‘독재로의 역주행’을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1월 1일 신년 인사회에서도 “우리 사회가 20~30년 전으로 역전되는 과정”이라며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민주주의 위기, 둘째는 경제위기와 서민고통, 셋째는 남북관계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작년 1년 동안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져 악몽을 꾸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친일 군사독재의 줄기를 이어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인동초’처럼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의 온갖 탄압을 뚫고 선거혁명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수차례에 걸쳐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오뚝이처럼 우뚝 일어섰다. 기나긴 수감생활과 외로운 외국 망명 생활도 꿋꿋하게 견뎌냈다. 김 전 대통령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평화통일의 초석을 다졌으며 민주주의와 인권, 서민의 권익보호 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가 지도자이기도 했다.

특히 시민단체와의 거버넌스(협치)를 중요하게 여겨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시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시민단체들은 추모기간 동안 매일 저녁 7시 서울광장 주변에서 추모 행사를 열고 ‘국민 추모의 날’을 정해 대규모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참여연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현격히 퇴보하고 있고, 남북관계도 위태로운 상황이기에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너무도 안타깝고 슬픈 소식”이라며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김 전 대통령의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말씀을 가슴에 오롯이 새긴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갑작스러운 서거에 너무도 큰 충격과 안타까움, 깊은 슬픔을 금할 길 없다”며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추구했던 가치들은 이제 국민의 몫이고, 국민이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불과 2개월여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낸 국민은 잇따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깊은 슬픔에 잠겼다. 오랜 ‘정치적 동지’를 잃은 마음의 병은 김 전 대통령의 허약한 육신을 허물어 버렸다. 결국 먼저 세상을 등진 노 전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평생 민주화 동지를 잃었고 민주정권 10년을 같이했던 사람으로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고 가슴 아파했다. 조문 자리에서는 “그가 받은 치욕을 생각하면 나라도 그런 결단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통곡하기도 했다.

서울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은 추모물결은 슬픔을 넘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로 차올랐다. 그동안 진전된 민주화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무너져가는 현실에 눈을 감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되뇌이며 권력장악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는 끝내 ‘민주정부 10년’의 두 지도자를 떠나보냈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의 역사를 지워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교과서를 고치더라도 국민의 가슴에 아로새겨진 두 지도자의 업적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한국인의 DNA에 각인돼 후손들에게 길이길이 유전될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굳건하게 손을 잡고 시민사회단체 등과 손을 잡고 광범위한 민주연합을 결성해 역주행을 저지하는 투쟁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 30년 전 독재시절로 역주행하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아집을 꺾기 위해 민주세력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지도’하는 김 전 대통령의 유훈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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