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4일자 <시민사회신문>의 ‘환경영향평가 부실, 이유 있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부산환경운동연합으로부터 내용증명이 배달됐다. 이 우편물의 수신자는 본지를 비롯 대통령, 국회,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로 되어 있었다. 내용은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바로잡자는 환경단체의 절규였다. 이 절규를 대통령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4대강 살리기’사업에서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얼마나 무능한지를 목격하고 있다.

더욱이 무슨 무슨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살펴보면 제대로 된 환경평가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영주다목적댐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대표적이다. 이 평가서는 댐 건설 후 총인의 연평균 유입농도가 0.048mg/L인데 ‘부영양’ 기준인 0.02mg/L보다 작으므로 ‘부영양’ 상태로 예상하면서도, 정보 부족에 따라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정보 부족을 이유로 ‘부영양’ 상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사업자가 해야 한다고 이유로 사업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자가 사업자임을 내세운다. 사업자는 사업 후에 물 속에 오염물질이 얼마나 들어갈지, 연 중 물의 양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알 터인데 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렇게 중요한 사항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는지 의아한 대목이다.

주지하다시피 호소에 영양물질이 풍부해지면 녹조현상이 쉽게 일어나고 산소 고갈에 따른 어패류 폐사, 악취 발생, 수인성 질병 창궐 등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그래서 호소의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호소에 영양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수처리장을 설치한다. 최근에는 빗물에 섞여서 호소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비점오염원 저감시설을 설치하기도 한다. 호소의 영양물질을 줄이기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상류유역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지 않더라도 갇힌 물은 썩기 쉽다. 이유는 지구탄소순환 구조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라고 하는 오염물질은 대기에 있는 많은 이산화탄소를 물속에 있는 식물과 조류가 광합성을 해서 물속에 끌어들인다. 그래서 점오염원이나 육상 비점오염원이 없더라도 공기 중의 오염물질이 들어오므로 고인 물은 썩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오염물질은 수서생물에게는 먹이이기도하다. 생태계가 건강하다면 먹이사슬이 균형을 이루게 되고 수질도 악화되지 않는다. 자연의 먹이사슬은 매우 복잡해서 인간이 제대로 설계하려는 것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첨단 과학이 접목되어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재앙을 막을 수 있다. 도암댐이나 소양댐의 수질 관리 난점도 반드시 분석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당 사업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해보면, 제시된 사업계획과 최근의 위성사진을 비교해 봐도 문제가 쉽게 파악된다. 사업장이 작성한 평가서도 무시하고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명백한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이다. ‘4대강 물 살리기’사업에 비해 관리가 훨씬 쉬운 이런 사업에 대한 환경관리도 못하는 환경당국에 후손들 삶의 터전이 될 환경을 맡겨도 되는 것인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이 있다면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제대로 만드는 데 누구라도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이 시대적인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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