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복지국가형 수정자본주의”···경제·사회정의 등 분야별 개혁방향 제시

편집자주“작금 한국사회는 병들어 있다. 부동산 투기로 촉발된 주택 및 전세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집 없는 근로자들의 소득을 부동산 투기자들에게 이전시킴으로써 빈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더불어 정치권력과 재벌의 검은 유착관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제정의는 사라지고 이를 고착화시키는 정치경제체제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사회적 통합은 멀어져만 간다.(양혁승 연세대 교수)” 우리사회 10년 후 미래상을 톺아보는 분야별 제도개혁 종합서가 화제다. 경실련이 최근 내놓은 “우리사회 이렇게 바꾸자(부제:경제정의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개혁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사회 향후 10년의 미래상을 그려보고 이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정책과 제도개혁 의제를 담고 있다. 지난 1992년 초판을 발행한 이래 세 차례에 걸쳐 개정한데 이어 이번에 상황변화에 맞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면서 네 번째 전면 개정했다. 전면 개정판은 정치, 경제, 사회 등 5편 23장으로 구성됐고, 139개 제도와 정책들을 다루고 있다. <시민사회신문>은 “우리사회 이렇게 바꾸자”의 주요 내용을 토대로 10년 후 한국사회 미래상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

◇균형성장과 활기찬 경제= 한 국가나 국제사회의 질서가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바와 같이 경제의 여러분야 중 하나인 조세분야도 시장의 활성화, 경제정의의 확립과 복지지원이라는 정책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효율과 정의, 그리고 인간적인 조세질서 추구의 이 세 가지 정책목표는 반드시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간 내용적으로 겹치면서 서로 보완적이다.

이와함께 재정정책의 기본전제 조건은 재정개혁이다. 이는 재정이 건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예산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있다.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려면 적자재정을 빠른시간내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의 투명성을 위해서는 특별회계와 기금의 통폐합을 통한 예산제도의 간소화와 성과주의 예산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 예산사업에 대한 평가체계와 새로운 재정관리 체계 수립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국회가 예산심의를 철저히 해서 결산제도 강화하고 예산배정의 정치논리개입 최소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재정정책은 조세개혁과 재정개혁으로 이뤄진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정의 측면에서 공평조세와 탈세 척결을 통한 소득과 부의 불평등 완화, 시장활성화와 성장잠재력 제고를 통한 재정과 세제의 적극적 활용, 복지적측면에서 조세의 왜곡효과 완화와 재정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경제의 효율성 제고, 재정의 건전성 회복과 투명성 제고, 지역간 재정격차를 줄이기 위한 중앙과 지방의 세원조정 등이 개혁의 기본목표가 될 것이다.

<시민사회신문DB>

한국사회 향후 10년의 미래상을 그려보고 이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정책과 제도개혁 의제를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경실련,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YMCA전국연맹이 지난해 모 통신사를 상대로 소비자단체소송 소장을 접수시키는 모습.

활기찬 경제를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핵심이다. 지금까지의 재벌체제로는 자유시장 경쟁원리가 창달되지 않고 국제경쟁력도 향상되기 어렵다. 경제의 효율과 안정을 훼손하고 사회의 건강을 위협할 뿐이다. 재벌개혁 핵심은 소유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할 일은 ‘시장을 올바르게 서게 하는 것’이다. 지배주주 사익추구행위 금지, 소수주주권 강화와 같은 재벌의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각종 법과 제도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서 현재와 같이 총수와 그 가족에 의한 선단식 그룹 경영체제가 해체되고 계열기업들이 독립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독립경영제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벌개혁은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진흥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국경제에 있어 중소기업의 비중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2006년 말 현재 중소기업은 3백만 개를 훌쩍 넘어 총사업체의 99.9%에 달하고, 종업원 수는 1천2백4십여만 명으로 87.5%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중소기업 시책이나 제도들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세부시책 상당부분이 아직도 과거 방식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 여력이 있는 영역으로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통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중소기업 부문의 네트워킹, 세계화, 혁신에 주력하는 게 방법이다.

국민 모두 공감하는 ‘복지’

◇따뜻한 사회공동체=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사회복지에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었고 결과가 주목되고 있는 시기가 계속되고 있다. 새 정부의 ‘능동적 복지’의 성격을 두고 진보와 이명박 정부간 차별성 논란이 핵심이다. 사회복지의 발전은 국민 누구라도 공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향후 사회복지 10년은 제도 도입과 확대라는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는 시기다.

근본적으로 사회복지를 이데올로기 덫에서 벗어나도록 독립적인 철학적 가치를 확보시켜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사회복지체제를 체계화해 사회복지가 우리 사회생활의 일부로써 필수 요소로 자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각의 제도는 제 기능을 충실히 하도록 하고 제도의 조화와 합리적 역할이 이뤄지도록 종합적인 관점에서 정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 중 보건의료제도는 지난 몇 십년간 의료자원의 공급체계나 소비자를 위한 사회적 연대기구 구성, 정책 수립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으로 의료이용 양극화, 의료기관과 제약회사의 경영불투명성, 건강보험재정의 불안정, 의료소비자 피해구제 미흡 등 많은 부분이 숙제로 남아있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따뜻한 사회공동체를 위해서는 노동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이후 30년 동안 거의 모든 시장경제국가에서는 노사간 힘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를 낳았다. 우리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노동정책은 우선 경제발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인간의 생존과 행복의 달성이라고 하는 사회적, 인간적 목표와 연결돼야 한다. 다음으로 노동행정을 펼칠 때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맞게 글로벌 또한 지켜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도 노동시장 유연안전성으로 확실히 전환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자본과 경영주도의 논의와 함께 노동 주도의 논의 또한 같은 비중의 중요성을 띠어 지역과 중앙 수준 등 각급 노사민정의 중층적 대화 체계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방분권적 헌법개정 필요

◇국민을 위한 선진정치= 민주주의 정책을 위해서는 국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치제도 확립이 중요하다. 정치불신과 냉소주의, 그리고 금권 타락선거와 지역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깨끗하고 효율적이고 열린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정치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위해 정치관계법으로 통칭되는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회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목적적인 정치개혁을 이룰 필요가 있다.

선진정치에서 지방자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와 지방정치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분권적인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광역단체에 대해서 법률제정권을 가진 정책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 중앙정치 예속에서 벗어나고 지역정치 독자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정치와 정당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재정구조를 개편, 지방정부가 자신의 일을 자신의 돈으로 충당하도록 해 재정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세제와 기능의 전반적인 재구조화가 요청된다.

사법개혁 또한 절실한 과제다. 국민 모두와 후세대를 위한 개혁이다. 법조인 집단은 그 자체가 강력한 사회적 권력을 가진 곳이기에 실질적 법치주의 구현을 위한 사법개혁의 문제를 그들 손에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사법개혁은 우선 실질적 법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확보돼야 한다. 이는 법원과 검찰이 내외부의 권력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명실상부한 사법기관으로서 독립적으로 양심에 따라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사법 인력의 공급은 국가 중심적 소수정예주의로부터 법률소비자를 위한 시장주의적 접근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하여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사법 인력에 의한 법률서비스 질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통일대비 토지관리전략 수립 급선무

◇주거안정과 국토 균형발전= 주택정책은 국가경제 운용의 큰 틀에서 해당 시대의 경제와 사회적 여건에 따라 규제 강화 또는 완화를 반복했다. 시민들의 주거안정과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토지 및 주택정책은 거시경제의 경기순환에 종속시켜 경기조절에 활용하거나 경제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지금 공공주택은 경제적 약자들의 주거안정과 사회통합을 위해 필요하며 정부가 선진국 수준의 공공주택을 조기에 확충하고 효율적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가 주택정책 목표를 명확히 법제화하고 향후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자치단체가 건설하는 공공주택은 건설 후 30년 안에는 분양과 분양전환을 못하도록 해야한다. 또한 공공주택의 효율적 건설 배분 관리를 위해 주택관련 법령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들이 공공주택의 공급, 재정지원, 배분체계, 임대료, 유지관리, 입주자 관리 등을 상세히 법에 규정해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이 연속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통일에 대비한 국토정책도 향후 중요한 이슈다. 통일이전에 남한 차원에서 북한지역 토지에 대한 관리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토지는 국공유화 상태로 존속시키고 어떤 토지는 사유화시킬 것인지를 충분히 숙의해야 한다. 먼저 비무장지대는 역사적 현장이며, 세계에서 온대지역에 가장 잘 보존된 자연생태계의 보고이다. 통일국토를 위한 준비단계에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로 비무장지대를 화해와 협력이 평화벨트로 전환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와함께 향후 동북아는 여타 국가들이 처한 상이한 발전단계와 잠재력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기술 및 자본을 수평적 수직적으로 결합하면서 하나의 강력한 지역경제권을 형성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통일이후 한반도의 국토공간은 지정학적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고 새로운 국가체제에 맞춘 통합발전의 시각에서 새롭게 편재돼야 한다. 특히 동북아 지역경제권의 중심지로, 통일한반도의 평양-개성-서울-대전을 잇는 핵심중심권은 일본의 동경권, 중국의 북경과 상해권,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권과 함께 동북아경제권의 주요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컨트롤 타워 복구 시급

◇과학기술 강국= 과학기술분야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곧바로 산업 활동으로 연계돼 고용창출과 소득수준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경제성장이 원동력이다. 또한 이는 국가경쟁력 뿐만 아니라 시민의 일상생활, 정치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도 변화의 운동을 주는 핵심 키워드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변화에 흔들림 없는 독립적 추진 체계(Control Tower) 복구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 각 부처로 분산된 R·D업무의 원활한 정책조정과 운용을 통해 부처 상호간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중첩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도록 국가 과학기술 연구업무를 총괄하는 추진 체계 복구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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