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를 지켜본다

[시론] 김서중l승인2009.12.0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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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논리에서 밀리고, 여론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한 미디어 관련법안들을 국회 절차법을 어겨가면서 날치기 처리하더니 이제는 KBS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방송전략실장을 파견(?)하였다.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각종 악재, 즉 용산참사, 부자감세, 세종시 수정 등에 2010 지자체 선거, 더 나아가 2012년 대통령 선거까지 대비해서 민주주의의 보루여야 할 공영방송 KBS를 정권이 장악하려 하고 있다.

김인규 전 방송전략실장이 했다는 ‘사장이 되면 2012년 대선을 대비해 KBS 뉴스의 공정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말이 ‘대선에서 한나라당 성공을 위해 KBS 뉴스를 손보겠다’는 말로 들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듣는 사람의 왜곡이 아니라 상식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렇게 들리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이번 사장 선임 절차에서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여(방송법 46조) 공사의 공적 책임을 져야 하는(방송법 49조) 이사회가 보인 행태는 더욱 심각하다. KBS가 대변해야 할 각계각층의 대표자들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대표성을 갖도록 과반수가 아닌 2/3의 찬성으로 사장을 결정하자는 특별다수제도 다 거부한 여권 추천 이사들은 결국 이사회의 판박이라 할 사추위를 구성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고 생색을 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여권 추천 이사들의 추천을 받은 사장 추천위원들이 추천한 후보들이 참 가관이다. 여당 국회의원과 만나 공영방송 KBS를 장악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펼쳤던 강동순 후보, 사장이 된 후 사원들을 징계하고, 불합리한 인사조치를 통해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려 KBS를 신뢰도, 영향력 1위 자리에서 끌어 내린 이병순 후보, 그리고 대통령 후보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김인규 후보 어느 누구도 KBS 사장으로서는 부적격자이다. 골라도 어쩜 이렇게 고를까 의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를 보니 결국 김인규 씨를 사장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치적 흠을 흠이라 인정하지 않는 여권 추천 이사들의 인식을 고려하면 결국 정해진 수순이 아니었을까?

백번 양보해서 설사 이들 중에 사장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고 치자. 그럼 이들이 어떤 차이가 있고, 김인규 씨가 어째서, KBS 앞에 놓여 있는 어떤 과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한지 면밀하게 따지고 그 결과를 제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사추위는 면접도 못하고, 이사회는 비공개로, 그것도 50분 씩 짧은 시간 동안에 면접을 끝내고 사장 후보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것이 민주적 절차일까?

지금 이 시점에서 김인규 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그 능력을 인정해준 사추위와 이사회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능력은 있지만 흠결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 물러나겠다고 정중히 사의를 표하는 것이다. 능력이 그 흠결을 덮을 만해서 KBS 구성원 모두가 환영한다면 정도에 맞지 않더라도 그게 현실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KBS 사원행동은 말할 것도 없고 KBS 노조도 이미 김인규 씨가 사장이 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이지 않는가?

‘공영방송’ KBS 35년의 경력과 공영방송을 주제로 논문까지 쓰고 이를 자랑하는 ‘김인규 박사’라면 공영방송에 방송전략실장 출신의 실세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서동구 씨가 언론 고문 역할 정도 한 것임에도 결국 사장에서 물러났다. 당시 김인규 씨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언론인이자 언론학도로서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았을까? 지금 그때 그 잣대를 이제 자신에게 들이대야 할 시점이다.

KBS 노조 역시 역사적 사명감을 가져야 할 때이다. 김인규 씨가 대승적 결단을 하고 못하고는 사실 KBS 노조에 달렸다. 2003년 KBS 노조는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공영방송 KBS를 지켜 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임 이병순 씨는 흠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해서 KBS를 이 지경까지 추락시켰다. 이제 명백한 결격 사유를 가진 김인규 씨를 인정했다가는 KBS가 지난 20년간 가꿔 온 공영방송 가치가 송두리째 뽑힐 것이다. 정말 5공 시절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처럼 수용자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는 참으로 불행한 사태가 될 것이다. 이를 막을 책임이 KBS 노조에게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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