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아닌 경제지원이다

긴급진단-현장에서 본 ‘아프간 해법’ 한상진l승인2009.12.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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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기준으로 봐야 비극을 막아”

아프가니스탄의 가장 큰 문제는 군과 경찰의 훈련부족이 아니라 부패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로 분류된 이 나라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뭐든지 해야만 한다. 양귀비 재배도 생존을 위한 것이기에 연합국과 아프간 정부가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생존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근절시킬 수 없다. 만연한 부패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대단히 정직하고 성실하다. 아프간 사람들의 심성이 나빠서 그들이 부패한 것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들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고 있고, 그것이 부패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다. 아프간 특권층의 부패는 생존형 부패와는 분명히 다르다. 특권층의 부패는 그 정도와 악랄함이 심각한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하위 계층의 생계형 부패를 조장하고 부추기는데 있다.

특권층 부패의 심화

아프간 주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지원은 의외로 그리 크지 않은 돈으로 가능하다. 서구 사회가 그들의 기준으로 아프간을 먹고 살만한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아프간 기준으로 아프간을 바라봐야 한다. 서구 사회가 지금까지 아프간에 쏟아 부은 돈만으로도 아프간의 빈곤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해결 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왜 아프간은 서구 사회가 8년이나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세상에서 두 번째 가난한 나라로 남아있을까? 바로 부패와 지원의 비효율 때문이다. 특히 아프간 특권층의 부패는 아프간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아프간에 필요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경제적 지원과 이것이 중간에 도둑질 당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감시체계다. 카르자이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그 역시 나라의 부를 도둑질하는 도둑 무리 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다. 카르자이 이외의 대안이 없는 미국은 여전히 카르자이에게 의존해야만 하고, 군사적 해결책 이외에는 경험이 없어서 여전히 군사적 해결책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군사적 개입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없을 것이다.

아프간 정부를 통한 지원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프간 개발 지원은 헌신적인 국제 구호조직들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아프간 정부를 통해서 지원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를 감시할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한다. 감시 시스템의 경우는 UN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 구호단체들이 아프간 개발 사업을 직접 진행하고, 미국은 여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견제하고 UN은 아프간의 부패를 감시하는 삼두마차(三頭馬車) 체계로 나간다면 아프간의 부패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특권층의 부패가 줄어들면 하부의 생계형 부패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먹고 살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대부분 무슬림인 아프간 주민들이 이슬람 가르침에서 어긋나는 양귀비를 재배할 이유가 없다.

군대로는 해결 못한다

탈레반이 아무리 양귀비 재배 농가의 수호자를 자처하더라도, 주민들이 양귀비 농사를 더 이상 짓지 않는다면 탈레반의 수익 원은 줄어들게 되고 이는 탈레반의 세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군대를 통해서 아프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대 탈레반 군사작전은 아프간 민간인의 희생을 불러오고 이는 아프간 주민들의 외국군에 대한 반감만을 키워줄 것이고 이는 탈레반의 세력 강화로 이어지는 순환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것이다. 이는 아프간 뿐 아니라 이라크와 같은 다른 분쟁지역에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익히 경험해온 바이다.

또한 아프간 군경에게 필요한 것은 훈련이 아니라 그들이 일한만큼,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적절한 급여다. 아프간 군과 경찰에 흡수될 사람들은 대부분 전직 내전 당사자들의 사병들일 것이다. 이들은 그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겠노라고 찾아오는 나토의 교관들보다 훨씬 더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군사훈련이 아니라 정당한 월급이다. 그들에게 정당한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그들을 아무리 훌륭하게 훈련시킨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그들의 직위를 이용해서 부패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악몽을 답습 말자

한국도 파병보다는 경제적 지원을 통한 경제적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아프간의 개발과 구호를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단체와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이런 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늘리고, 이러한 개발 이익이 특정 계층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체계를 정부가 UN과 협력하여 만들어 나간다면 성공한 지역개발 사업의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에게도 군사적 해결책 이외의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한상진 터키 특파원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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