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이 환경평가를 축소·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는 사업대상지역에 법적 보호종 30%를 축소하고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표범장지뱀 발견 지역에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민단체는 4대강 사업 공사를 중단하고 멸종위기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주문하고 나섰다.

4대강범대위

도리섬 위에서 본 공사현장.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현장모니터링팀은 지난 6일 경기 여주 도리섬(삼합리섬) 일원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공사예정지 일대에 단양쑥부쟁이가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장 조사와 도리섬 사업계획 도면을 비교해 본 결과, 도리섬을 깎아내는 준설 예정지 뿐 아니라 나무 데크와 자전거도로 사업 예정지까지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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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예정지 깃발 아래의 단양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표범장지뱀·삵·너구리·고라니 등 생태우수지역

도리섬은 세계에서 유일한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 집단 서식지 중 하나이며, 멸종위기종 2급 표범장지뱀과 삵·너구리·고라니 등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이 발견되는 생태우수지역으로 알려진다. 이곳은 지난달 30일부터 육상 준설 작업이 시작됐다. 남한강 평균 수면으로부터 약 7m 높은 도리섬의 주변 일대를 중장비를 동원해 육상 준설하는 대규모 공사다.

시민단체는 문제의 핵심으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사업예정지에 위치한 단양쑥부쟁이 집단 생육지를 보전하기 위한 보호 장치와 보전대책이 전혀 없이 공사가 추진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 5일, ‘현재 공사 시행중인 구간은 집단군락지 인근의 산발 분포지역까지 추가 조사하여 보존조치를 완료했고, 공사미시행구간 단양쑥부쟁이 집단군락지는 이중금줄 및 표지판을 설치하여 보존 중에 있으며, 보존대책을 마련한 후 공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대강 범대위의 의견은 다르다. 이들은 “국토부 발표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이중금줄과 표지판은 없고, 오히려 단양쑥부쟁이 집단군락지에는 사업 계획 예정지를 알리는 깃발만 꽂혀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주장과 달리 서식지에 대한 아무런 조사와 보호 대책 없이 단양쑥부쟁이 생육지에 대한 준설작업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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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섬 표범장지뱀.

환경영향평가서엔 멸종위기종 언급 전혀 없어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 된 멸종위기 야생동물 발견도 논란거리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도리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4대강 범대위의 지난 12일 현장 조사에서도 도리섬은 멸종위기종 2급인 표범장지뱀이 서식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시민단체는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초안과 본안은 물론이고 최종 보완서조차 단양쑥부쟁이는 물론이고 표범장지뱀에 대한 조사 결과나 대책방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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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도리섬 공사현장.

법적 보호 야생동물을 30% 축소 은폐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4대강 범대위는 “정부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 본안에는 한강사업 구간에 서식하고 있는 법적보호 야생동물이 20종이라고 밝혔지만 이 현황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 밝힌 31종에 비해 약 30% 이상 축소 된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은 최근 5년간의 조사 자료만 적용해서 대폭 줄었다”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이어 “정부는 환경평가 현장조사에 대한 부실 논란이 일자 기존 조사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오히려 초안에서 활용한 자료를 누락하면서까지 법적보호종을 현황을 축소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는 이같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4대강 사업 공사를 중단하고 멸종위기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부실한 환경조사와 대책으로 공사를 강행한다면, 멸종위기종은 영원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또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은 소수의 전문가와 업체에 의해 이식작업이 추진되어 법적보호종들이 멸종되는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공동조사단이 구성돼야 한다”며 “특히 국가하천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멸종위기종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환경단체,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보전 논의를 위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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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늪구비보호표식.

“투명하고 공개적인 공동조사단 구성해야”

아울러 시민사회는 “정부가 4대강 사업 대상지역에 있는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축소·왜곡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남한강 중류 일대의 생태우수지역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들의 존재를 은폐하고, 빠르게 대규모 준설작업을 실시하는 현장이 확인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업 대상지의 환경 조사와 현황 파악, 보전방안 연구가 부실해 회복 불가능한 생태적 손실이 초래할 것이라는 사회 각계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동본 기자

설동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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